자동차를 IT 제품으로 보는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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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IT 제품으로 보는 테슬라
  • 이병주 (주)더벨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10.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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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충전소 이용 편리 장점에서 자율주행 전략으로 선회

요즘 전기자동차하면 테슬라다. 그러나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간 회사는 닛산이었다. 닛산 리프는 2010년부터 판매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로, 2020년까지 50만대 이상 판매돼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실제 닛산은 가장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전기차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997년부터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반면 테슬라는 방향이 달랐다. 사업 초기, 차량 기술 개발보다 미국 전역에 무료 충전 가능한 고속 충전소를 짓는 데 더 집중했다. 테슬라의 초기 모델은 디자인만 번듯했지 조립된 강판 사이의 유격도 크고, 완성차로서 품질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충전소 때문에 이용하기가 더 편리했다. 다른 전기차는 충전을 집과 회사에서만 할 수 있어서 오랜 시간 운행이 불가능했는데, 테슬라를 구입한 사람은 누구나 충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이 전기차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테슬라가 전기차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선 이유다. 실제 2021년에는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닛산 리프를 앞질러 세계 판매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즉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를 철저히 자동차 제품으로 바라보고 차량 개선에 집중했지만, 테슬라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사용할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이다.

가령 테슬라는 2012년 모델S 출시부터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OTA(Over the Air) 기술을 장착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와이파이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서 고객 차량에 제공한다. 반면 최근까지도 다른 자동차업체는 신차를 구매하거나 서비스센터에 가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했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IT 제품’으로 보고, 다른 자동차업체는 전기차를 ‘자동차’로 바라봤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며칠 사이에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서 새로운 기능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매일매일 자동차가 좋아지고 있는 셈.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S가 5년이 지나도 신차의 90% 가격을 받는 것도 새로운 기능이 계속 장착돼 낡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 충전소 설치로 전기차 업계를 장악한 테슬라가 이제는 충전소를 개방하려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 전기차 판매에서 충전소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지한 기존 업체들이 고속 충전소에 방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더 이상 테슬라 충전소의 경쟁력이 사라졌다. 또 앞으로 자율주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운행 데이터 습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 차량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플랫폼 구축에 힘쓰는 테슬라

이처럼 전기차로 도약한 테슬라는 이미 자율주행 전략으로 선회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판매할 때 고급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전방 레이더, 8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센서, 인공신경망 칩이 들어간 자율주행 보드 등 하드웨어는 똑같이 장착해 제공하고, 소프트웨어만 제외한다.

그리고 OTA를 통해 고객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직접 수집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던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1천여 대의 자동차를 수년간 운행해 2020년 초 약 2,000만 마일의 도로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80만 대의 고객 차량을 이용해 하루 만에 웨이모가 축적한 규모 이상의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서, 2020년 초에 30억 마일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테슬라는 웨이모보다 자율주행에서 뒤져 있었지만, 데이터 확보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순간 역전했다. 테슬라는 사진과 운전 정보가 결합된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거리 신호등 상황에서 자동 출발하는 기능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족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7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월 199달러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한편 테슬라는 자율주행에 대비하기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운전 이외 영화, 음악, 게임 등을 강화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되면 자동차는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플랫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량 안에서 회의, 게임, 영화, 유튜브, 교육 무엇이건 가능하다. 이동하는 시간을 훨씬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와 같은 이동 가치 제공을 위해 자동차 기술을 넘어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현대자동차 역시 서비스 기업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개발 주기는 5년 이상이 걸렸는데, 자동차회사가 서비스 기업이 된다는 것은 개발 주기가 한 두 달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OS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이, 앞으로 자동차회사들도 고객이 자동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매일매일 추적해서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자주 해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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