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당장 문화재위원회 열고 의견수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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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당장 문화재위원회 열고 의견수렴하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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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동 스폿 스터디(Spot study)’ 800만원짜리 용역 보고서 살펴보니
연구위원 “철거 정당”, 자문위원 “문화재 등록 절차 밟아야”의견 상반

청주시청 본관 철거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선 8기 청주시가 내놓은 답안은 철거. 이범석 청주시장의 해법도 철거다. 민선 7기엔 보존이었다.

이유는 본관을 보존한 채 신청사를 기존 설계안대로 지어질 경우 본관 유지비만 연간 54000만원이 소요된다는 것. 또 공사과정에서 본관을 존치한 채 신청사를 짓게 되면 공법상 예산투입이 늘어나게 되고, 무엇보다 주차장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주시는 효율성을 이유로 시민합의로 진행해 온 청주신청사 프로젝트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 한다. 이 때문에 신청사 설계비 100억원을 날리게 됐고, 또 준공 기간 최소 1~2년 늦춰지게 됐다. 하지만 시는 이 모든 게 기회비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24일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회원들은 문화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청 본관을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재로 직권 등록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10월 24일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회원들은 문화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청 본관을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재로 직권 등록하라’고 압박했다.
청주시청 본관 건물 사진.
청주시청 본관 건물 사진.

 

이에 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이범석 청주시장의 본관 철거 강행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1024일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회원들은 문화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청 본관을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재로 직권 등록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의회에서 청주시와 시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모 시의원은 청주시장 본관 철거가 시장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냐고 물으니 주택토지국 공공시설과장이 시장이 후보자 시절 공약을 내걸어서 당선됐으니 이는 시민들의 뜻이라고 말했다면서 기막혀했다.

 

왜 전문가 검증을 피하지?

 

청주시청 본관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건물 소유권자인 청주시는 철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는 근대문화재의 가치를 따질 수 있는 전문위원들이 해야 한다. 시도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해 등록여부에 대한 가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청주시는 이 절차를 밟을 생각이 없다. 왜냐면 철거로 이미 답을 정했기 때문이다. 단 문화재청이 청주시청 본관을 문화재로 직권 등록할 여지는 남아있다.

청주시는 본관 철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한건축사협회 충청북도건축사회(회장 정운기)에게 본관동 스폿 스터디(Spot study)’ 용역을 맡겼다. 용역비는 800만원, 용역 기간은 922일부터 1018일까지였다.

연구 과제를 수행한 참여위원들은 한재희 건축사사무소 석산, 양현모 건축사사무소 기억공간, 정운기 ANA건축사사무소 소속 건축사들이었다. 자문위원은 이상희 목원대 교수, 이희준 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이었다.

하지만 용역 결과보고서를 보면 연구위원들과 자문위원들 내용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용역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처음에 연구위원으로 위촉된 이상희 교수와 이희준 위원은 진행과정에서 용역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용역과정에서 연구위원들이 자꾸만 본관 철거쪽으로 의견을 몰아갔다는 후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처음에는 연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나중엔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들은 의견서 또한 본관동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청이 갖고 있는 희소성, 역사적 가치 등을 따져볼 때 등록문화재 신청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보고서인데 내용이 정반대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왜색이나 친일과 같은 시대 이율배반적인 논쟁을 떠나 진정성이나 보편성, 사회적 의미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입면의 수직 수평성의 강조, 콘트리크 물성을 디자인적 요소로 반영한 내부 천정 구조와 지붕 굴뚝 상부에 조형적 의미를 갖는 구조물, 공공행정시설로서 공간구성 등 옛 청주시청사가 갖는 건축적 특징은 1960년대 건립된 동일유형 공공청사 중 희소성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의 공공행정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건축자원인 구 청주시청사가 문화재 등록등의 제도적 틀 안에서 보존 범위에 대한 논의와 함께 시민들을 위한 활용방법 등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준 위원(건축학 박사)1012일자로 중도일도에 청주시청사 보존 논란칼럼을 게재하고 본관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위원들은 본관동이 일본의 전통 목조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한 단게겐조의 가가와현청사와의 유사성을 보인다. 후지산, 욱일기 논란이 지속되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57년 본관동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건축될 신청사의 100, 200년 역사 또한 이에 못지않다.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축, 토지이용의 효율성, 차량의 안전 및 편의, 예산의 절감 등을 위해 본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청사본관에 기억공간을 만들어 모형 전시, 디지털 자료 보관 및 활용방안을 찾자고 제언했다.

자문의원들과 연구의원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승효상 건축가도 최근 한겨레 신문에 청주시청 본관이 보존돼야 한다는 논지로 칼럼을 게재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시는 지금이라도 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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