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애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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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애도의 시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1.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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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당일 월요일 아침 어린이집 교사들은 며칠간 준비한 핼러윈 장식물을 부랴부랴 떼기 바빴다. 월요일 아침 공주드레스를 입고 가려고 했던 아이에게 어젯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설명해줬다. 아이는 그렇다면 축제를 할 수 없다며 곧바로 수긍했다.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핼러윈은 금기어가 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이처럼 대대적인 핼러윈 행사가 다시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20221029일 밤 이태원의 3.2m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몰렸다는 이유로, 선 채로 죽었다는 건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처음엔 누가 쓴 핼러윈 소설인지 알았다. 아니, 소설이라고 믿고 싶었다.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나올 수 있지만, 정작 그 당시에 이를 예견하지 못한 건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행사 전날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전조증상이 있었고, 이태원 상인들 관계기관과 모여 벌인 사자회의에서도 압사등 사고에 대한 우려가 전달됐지만 그냥 흘려버렸다. 왜 이 행사는 주최가 없기 때문에. 즉 일부러 관계기관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은 것이다. 언론도 연일 최대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아니 이 모든 걸 예견했다고 쳐도 짐작만 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관련 책임자들의 무능이고, 또한 직무유기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정부의 책임자들은 모두 책임이 없다는 말부터 한다.

소방경찰력 배치 부족이 참사 원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영혼없는 사과는 하지 않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렇듯 우리 사회 어른들은 죄를 지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에게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고 은연중에 가르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때때로 범인을 만들어내고, 온갖 화살을 그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사회에서 안전은 엄청난 화두였다. 하지만 어느새 이 또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세월호 사건 또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우리는 때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에 방관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의 공간에서 어느 한 순간에 젊은이들이 생과 사를 오갔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엄청난 비극이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삶의 시간은 죽음의 시간으로 바뀌게 됐다.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156명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 사망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눈물이 난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비극도 본인이 원해서, 또는 잘못이 있어서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이 황당하고도 슬픈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깨닫고 고쳐나가야 하는가. 이렇듯 누군가의 죽음을 밟고 우리 사회는 진일보해야 하는가. 수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 안전의 문제는 이토록 후진적인가. 화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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