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우는 동안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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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우는 동안 벌어지는 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11.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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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미국의 블랙코미디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보았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디비아스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그는 담당교수 랜들 민디 박사, 다른 대학원생들과 함께 6개월 후에 지구와 혜성이 충돌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당국에 알리고 백악관에 보고한다. 하지만 선거만 신경쓰는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농담을 한다.

그러자 이들은 언론에 알리나 언론 역시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대통령이 이들을 다시 불러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선거에서 패할 것 같자 이 카드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혜성은 가까이 온다. 혜성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하늘을 보자(Look Up)는 디비아스키와 랜들 민디 박사, 하늘을 보지 말라는 대통령(D’ont Look Up) 두 파로 갈린다. 결국 모두 지구종말을 맞이했고,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으로 탈출했던 대통령도 외계 생물에게 잡아 먹힌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현실을 운석 충돌로 빗댔다고 한다. 그 만큼 지금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 영화를 본 뒤 우리 현실을 돌아봤다. 이태원 참사, 문재인 전 대통령 풍산개 논란,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의료봉사 갑론을박,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 찬반 논란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너무 시끄럽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는 양 극단에 놓인 사람들이 연일 집회를 연다. 지난 12일에도 민주노총과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동시에 대회를 개최했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이고,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 날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 상황관리관 중 제 역할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확인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인터넷 매체에서 그렇게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희생자 추모방식이 꼭 이래야 하는가. 이 매체는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명단을 올렸고 공개를 원치않는 유족들이 항의하자 일부 명단을 지웠다. 하지만 명단은 이미 확산됐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와 김건희 여사의 의료봉사 논란은 왜 이렇게까지 비화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를 놓고 여야 패싸움 하듯이 싸우는 걸 보는 게 더 힘들다.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고,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일 뿐이다. 특히 김 여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굳이 과하게 칭송하거나 또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을 필요는 없다.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끼리 북적대며 싸우고 있는 동안 혹시 새로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닐까. 기후위기가 무섭게 치닫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영화 포스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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