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랙코미디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보았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디비아스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그는 담당교수 랜들 민디 박사, 다른 대학원생들과 함께 6개월 후에 지구와 혜성이 충돌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당국에 알리고 백악관에 보고한다. 하지만 선거만 신경쓰는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농담을 한다.
그러자 이들은 언론에 알리나 언론 역시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대통령이 이들을 다시 불러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선거에서 패할 것 같자 이 카드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혜성은 가까이 온다. 혜성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하늘을 보자(Look Up)는 디비아스키와 랜들 민디 박사, 하늘을 보지 말라는 대통령(D’ont Look Up) 두 파로 갈린다. 결국 모두 지구종말을 맞이했고,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으로 탈출했던 대통령도 외계 생물에게 잡아 먹힌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현실을 운석 충돌로 빗댔다고 한다. 그 만큼 지금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 영화를 본 뒤 우리 현실을 돌아봤다. 이태원 참사, 문재인 전 대통령 풍산개 논란,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의료봉사 갑론을박,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 찬반 논란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너무 시끄럽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는 양 극단에 놓인 사람들이 연일 집회를 연다. 지난 12일에도 민주노총과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동시에 대회를 개최했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이고,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 날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 상황관리관 중 제 역할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확인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인터넷 매체에서 그렇게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희생자 추모방식이 꼭 이래야 하는가. 이 매체는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명단을 올렸고 공개를 원치않는 유족들이 항의하자 일부 명단을 지웠다. 하지만 명단은 이미 확산됐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와 김건희 여사의 의료봉사 논란은 왜 이렇게까지 비화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를 놓고 여야 패싸움 하듯이 싸우는 걸 보는 게 더 힘들다.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고,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일 뿐이다. 특히 김 여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굳이 과하게 칭송하거나 또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을 필요는 없다.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끼리 북적대며 싸우고 있는 동안 혹시 새로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닐까. 기후위기가 무섭게 치닫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영화 포스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