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을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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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을 극복하려면
  •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 승인 2022.11.2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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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고립 경험자 크게 증가,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독사의 지속적인 발생에 따라 사회적 고립이 화두가 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감소하여 부정적 심리상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적 고립은 관계와 접촉빈도의 축소라는 객관적·양적인 측면과 함께 개인의 외로움과 같은 주관적·질적인 측면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더 나은 삶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는 가족, 이웃 또는 친구와의 만남 및 연락빈도와 더불어 정서적 지지의 제공과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로 사회적 고립을 측정한다.

사회적 고립의 원인은 연령대 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아동·청소년기의 경우 가족 간의 대화 단절, 낮은 자아존중감 또는 공격적 성향, 또래문제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장년기의 경우 장기적 실업, 퇴직,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 비혼율과 이혼율의 증가가, 노년기의 경우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 1인 가구 또는 노인 부부 가구의 증가, 지역의 황폐화, 생활의 편리성 향상에 따른 관계 유지 필요성 감소가 각각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할 때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회적 고립상태에 처해 있는 것일까?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전국 인구 가운데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비율은 27.2%,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비율은 16.6%에 달하였다.

한편, 가족 또는 친척(동거인 제외)과 교류가 없다는 응답비율은 22.7%, 가족 또는 친척 외 사람(업무상 접촉 제외)과 교류가 없다는 응답비율은 22.8%에 달하여 친지 및 이웃과의 관계단절을 겪는 인구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인구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OECD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또는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경우를 사회적 고립으로 정의하는데, 위 조작적 정의를 적용하면 사회적 고립에 처한 인구 비율은 2021년 현재 34.1%2019(27.7%)에 비해 6.4%p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계의 축소가 사회적 고립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인구의 증가는 삶의 질 저하는 물론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4월 발간한 자료는 학령기를 마친 한 사람이 청년기인 만 25세에 은둔을 시작하여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개시하지 않고 빈곤한 상태에 머물러 공공부조를 받는다고 가정하는 경우 그 경제적 비용은 1인당 약 1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중고령층의 경우 우울증의 증가와 정보단절에 따른 소외, 고독사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때문에 사회적 고립의 해소는 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보건복지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가 고독사위험자에게 필요한 지원이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고독사위험자의 조기 발견, 상담 및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고독사고립사가 보다 적절한 용어라는 지적도 있는만큼 부분적으로나마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2018외로움부신설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영국의 사례를 통해 배울 필요도 있다. 영국은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2018년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하고 외로움 감소 전략’(a strategy for tackling loneliness)을 발표하여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로움 감소를 위해 주치의가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내려 환자에게 지역사회 활동과 주민들과의 친교 활동을 연계하도록 하고, 혁신적인 지역사회 주도 주택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사회적 연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역 활동, 서비스 및 지원 관련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고용주가 고용주 서약을 통해 직원의 외로움 극복을 지원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커뮤니티 공간을 개선하고, 도서관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며, 55세 이상 중고령자와 스포츠와 신체 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5월 기준 2천만 파운드 이상의 재원을 외로움 감소 계획에 책정하였다.

이처럼 사회적 고립의 극복과 사회적 연대의 회복은 전방위적인 노력을 필요로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한다. 단절된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지역 풀뿌리 조직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민간 조직인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에서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 동네 이웃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빅 런치’(Big Lunch) 행사를 조직한 결과, 참여자의 85%가 지역주민들과 관계가 강화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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