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빠’가 뭐가 중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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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빠’가 뭐가 중요한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1.2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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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편집부국장

요즘 정치는 정말 후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쓰레빠를 신고 온 기자와 싸운다. 이 문제가 정쟁으로 번진다. 보수 언론들과 보수 정치인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기자의 복장과 태도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곧이어 대통령이 언론이 공정하지 못해서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또 기자 탓을 또 한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유지해나갈 자신이 없는 건 아니고?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나온 말실수들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내려서 중단했다는 게 가장 솔직한 답이 아닐까. 대통령과 청와대의 주적은 지금 특정 언론사처럼 보인다.

이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포장하고, 재포장하느라 바쁘다.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말을 잘 못 듣는다거나, 아니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중요하지 않은 논쟁들이 뉴스 1면을 장식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자의 복장이나 태도 뒤에 숨은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들의 언론관부터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비판기사를 쓰면 꼭 치사한방식으로 복수를 하는 단체장들이 있었다. 가령 신문사의 광고를 끊는다거나 관공서에 들어가는 신문 구독을 대거 취소하는 방식이었다. 이름은 따로 거론하지 않겠다. 작은신문사로선 이러한 타격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비판하는 자의 태도보다 중요한 건 정치인들이 비판을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비판을 가한다고 흥분해서, 그동안 있었던 관행과 상식을 뒤집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명분이 없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처로밖에 안 보인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해결돼야 할 중요한 사건들이 즐비한데, 아무 유익이 없는 소모적인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당장 기후위기 시대 지구의 미래를 점칠 수 없는데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어디로 가는지 눈에 안 보인다. 다시 원전을 건설해야 할 모양새다. 또 한때 ESG경영을 전세계가 외쳤는데, 어째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기분이다. 아니, 증권시장에서 하나의 이벤트로만 이용했던 거 아니였을까.

사회가 진일보하는 게 아니라 어째 퇴보하는 느낌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지구의 멸망시계가 눈 앞에 다가오는 데,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하고 서로를 파괴하고 있다. 언제쯤 인류는 정신을 차릴까. 여전히 서로의 욕망에 기댄 감정싸움을 위부터 아래까지 반복하고 있다. 전세계가 합의한 기후위기 의제를 우리는 지금 얼마만큼 지켜내고 있을까. 목표치를 채우려면 지금부터 두걸음씩 걸어도 모자란데, 어째 뒤로 전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그 딴 걸로 싸울 때가 아니라고, 정치인을 만나면 꼭 면전에서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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