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리더에서 지원하는 리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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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하는 리더에서 지원하는 리더로
  • 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12.0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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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올라갈수록 자기중심적…“도움이 필요해요” 말할 줄 알아야

200811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자동차 3사는 정부에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세 회사의 회장들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왔는데, 엉뚱한 문제가 터졌다. 세 사람 모두 워싱턴DC 공항에 초호화 제트기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보름 뒤 두 번째 출석 때는 하나 같이 800km가 넘는 길을 자동차를 타고 왔다.

자동차 회사 꼭대기에 올라간 회장들은 어째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권력이 눈을 가렸기 때문이다. 지위가 올라가서 권력이 커질수록 자기중심적이 되고, 공감능력이 결여된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갈린스키 교수가 유명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권력을 휘두르던 때를, 다른 쪽에는 권력 아래 놓였을 때를 상기하고 그때의 느낌을 글로 쓰라고 했다. 그런 후 사인펜으로 각자 이마에 알파벳 E를 대문자로 쓰게 했다. 권력자 그룹은 E자를 자기 관점에서 썼고, 피권력자 그룹은 E자를 주로 상대방 관점에서 썼다.

이후 신경심리학자들이 후속 연구를 지속했는데, 권력자 상태가 되면 공감을 느끼는 거울뉴런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위가 높아지면서 주변 사람들에 공감 못하고 자기중심적이 된다는 얘기다.

 

모의 교도소 실험

 

또 리더가 동료들과 세상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일을 시키는 사람, 평가자, 오너는 돈 주는 사람이다. 이런 입장 차이가 똑같은 현상도 다르게 해석하게 만든다. 사회심리학자인 짐바르도 교수가 스탠퍼드대학교 모의 교도소 실험을 했을 때, 입장 차이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눈 후 감옥 실험을 했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평범한 학생들이 가학적인 교도관으로 변했고, 죄수 역할을 한 학생들은 신경쇠약과 무기력 증세를 보여 실험을 중단했다. 역할에 따라 시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권력이나 권위에 대해 길게 언급한 건, 넥스트 노멀 환경에서 무엇보다 리더십 변화가 제일 먼저 요구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구독서비스, 애자일 전략, 사용자경험 혁신, 마케팅의 목표와 타깃 변화, 이런 것들이 모두 리더십이 과거와 달라져야 성공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직원들이 쉴새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고객에게 검증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시대 흐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평적 문화를 조성한다고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나 매니저로 부르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호칭을 변경하고 서로 존댓말을 쓴다고 갑자기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많아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리더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과거 성공한 기억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라고 있다. 한 텍사스의 총잡이는 빈 벽에다 총을 쏜 후에 총알이 가장 많이 날아가 모인 곳에 사후적으로 과녁을 그린다고 한다. 총을 어떻게 쏴도 명사수가 될 수밖에 없다. 우연한 성공에 그럴듯한 이유를 다는 행태를 비유한 것이다. 사실 성공이란 게 사람의 능력도 있지만 운 좋은 상황이 도래해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성공경험을 절대불변의 공식처럼 생각하기 쉽다. 디지털화로 비즈니스가 과거와 달라지는 상황에서는 성공경험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메타의 CEO 저커버그의 책상

 

또 중요한 게, 이젠 직원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이 늘어날수록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도 더 많고, 고객이 원하는 걸 잘 알 수밖에 없다. 이젠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들은 잘 모르겠는데요”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서슴없이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이번엔 제가 실수했네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말을 자주 하고 신입사원에게 진심으로 배우는 모습을 보이면 직원들이 오히려 존경할 것이다.

디지털 툴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익명의 게시판을 만들어 회의를 해보는 거다. 대면 회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메타버스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아바타와 닉네임을 쓰고 회의를 하면, 누가 누구인지 알아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된다고 한다.

메타의 CEO인 저커버그의 책상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커다란 사무실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책상에 노트북 하나 놓고 일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적잖이 놀랐다. 다른 직원들도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수십조 원의 대부호가 평범한 개발자들 옆에서 나란히 일하는 사진은 인상적이었다. 저커버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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