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너무 늦은 청주시의 여론수렴
상태바
늦어도 너무 늦은 청주시의 여론수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12.07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강희 선임기자

 

 

청주시의 신청사 관련 여론수렴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럴 때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예외다. 청주시는 6일 청주신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의견을 듣기 위해 여론수렴 플랫폼 ‘청주시선’ 소통광장에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오는 15일까지다. 시는 “신청사 건립 과정에 본관 존치와 철거에 대한 갈등이 있는 만큼 시민의견을 수렴해 청사건립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시민들은 본관 존치냐 철거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청주시는 ‘청주시선’에서 10일 동안 이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구해야 할 것은 본관 문제만이 아니다. 청사신축 전반에 대해 다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가능한한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신청사가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안타깝게도 청주시의 신청사 건립 사업은 이미 누더기가 될 정도로 엉망이 됐다. 당초 청주·청원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통합의 정신을 기리고 역사에 남을 신청사를 짓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빗나갔다. 민선6~8기 시장은 계속 바뀌었고 신청사 건립 정책도 그 때마다 달라졌다. 이제 청주시민들은 신청사 얘기만 나와도 피로감을 느낀다. 기대감을 갖고 청사신축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은 갈등과 분열속에서 싸우느라 바쁘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난 7월 취임 초에 신청사와 관련해 광범위한 시민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신청사 건립이라는 역사에 남을 일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공식적인 의견수렴 한 번 하지 않는가. 소통, 시민참여가 강조되는 이 시대에. 만일 이 시장이 그동안 측근 내지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말을 주로 들었다면 그건 의견수렴이 아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본관에 대해 후보시절 공약한 철거를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였다. 취임 후에는 신청사건립 TF를 만들어 업무를 맡겼고, TF는 예상대로 이 시장의 의견을 좇아 철거를 결정했다. 그 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몇 차례 철거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를 비난하자 철거를 촉구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렸다. 이 단체들은 청주시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더니 시는 시민 모두에게 발송하는 ‘청주 시민신문’에 본관 존치는 문제가 있고, 기존의 설계대로 하면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철거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건 아니다. 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이 양쪽으로 나뉘면 왜 그런지 들어보고, 좀 더 타당한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반대파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민주주의에서 갈등 조정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 시민 의견수렴 계획은 이 끝에 나왔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청주시선’에 의견을 올릴지 모르겠지만,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제대로된 의견수렴이 되길 바란다. 한편으로는 혹시 ‘청주시선’이 특정단체들의 세 대결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