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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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랑
  • 맹은영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22.12.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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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얼마 전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행사가 있었다. 오랜만에 들은 캐롤송이라 그런지 괜히 들뜨고 신나기까지 했다. 메인 행사인 트리에 불이 탁 켜지는 순간, 그 들뜨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간 묵직한 우울함이 밀려왔다. ‘, 올해도 다 갔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좀 지나고도 그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전구를 환하게 밝힌 그 트리 앞에 섰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의 나는 어땠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는 좋았다였다.

올해는 업무상 몇 차례 자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업무를 함께 맡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도청 내 새로운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보기도 했고, 반갑게도 이전에 같이 근무한 직원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점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반대로 본인이 원하는 바를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민원인들을 맞닥뜨리는 경험은 올해도 건너뛰지 않았다.

여기에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오랜 인연을 잃기도 하고, 또 반대로 업무상 만난 분들과 친밀감이 쌓여 이제는 개인적인 사이로 진화하는 일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가족이니 조건 없이 서로를 돕게 된 계기도 있었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기회도 생겼다. 결국 올 한해를 돌아보면서 작년보다 내 인생통장에 더 채워진 것은 당연하게도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되돌아보면 새로운 업무나 환경에 두리번거릴 때 나의 개떡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답해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조급해하지 말고 같이 해결해보자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그 손길들이 있어 무사히 202212월을 맞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변화 속에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들이 종종 있었지만, 뒷풀이 시간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나중에 다시 같이 또 일해보자라는 말들이 오갈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함께 한 시간의 길이나 직장에서 직급의 높낮이보다도 얼마나 서로를 위해 애쓰며 믿고 의지했는지가 더 핵심임을 확인한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사람들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전하지 못한 채 12월을 맞았다. ‘다음에’, ‘나중에’, 이러다가 내년에는등으로 미루고 미루는 내 나쁜 습관을 올해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무심하게 내 옷에 붙은 먼지를 슬쩍 떼어주는 우리 사무실 최지연 주사님에게도, 추위에 떠는 내 손에 본인 주머니의 핫팩을 슬그머니 쥐어준 우광수 팀장님께도 제대로 감사함을 전하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감사나 안부, 때로는 위로를 제때 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내 인생통장의 빚이라 너무 무겁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아직 남은 이십 여 일의 12월이 있음이 매우 다행이다. 12월 나의 할 일은 나의 사람들에게 오늘의 나를 알리고 감사를 전하는 일로 정해졌다. 늘 후순위로 밀리거나 잊혀지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들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올해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사람들로 늘 힘들어하는 남자주인공에게 여자주인공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그렇게 웃어. 그렇게 환대해.”

환대라는 단어의 힘이 올해 남은 12월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여러 경제적인 악재들과 사건사고로 무거워진 사회적 분위기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환대하며 내년을 맞이해보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올 연말 송년행사의 건배사는 사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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