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의 필요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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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의 필요조건은
  •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 승인 2022.12.2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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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존중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자립권리 보장이 화두이다. 서울시에서는 일부 장애인 단체가 이를 요구하며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여 큰 논쟁을 일으켰다.

사실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지원은 정부에서 결정한 정책 방침이다. 작년 8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발표 이후 올해 1월부터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이 실시되었고, 4월에는 「발달장애인 돌봄강화 지원대책」이 발표되었다. 현 정부에서도 이러한 정책방침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발표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및 맞춤형 지원 강화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해 시설 거주 장애인 자립 지원체계 구축 시범사업 대상을 200명에서 4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인의 독립성 보장되는 생활 원해
 

여기서 발달장애인 지원대책이 시설 거주 장애인 자립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이유는 현재 시설 거주 장애인의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장애인복지의 확대와 활발해진 장애인권운동과 더불어 시설에 거주하던 신체장애인들이 대거 지역사회로 터전을 옮기면서 발달장애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근본적인 논쟁점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부분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서비스의 부족으로 인한 부모와 가족의 돌봄 부담 증가,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지원체계 미비, 취업의 어려움과 노후 생활대책의 부재, 인권침해·학대·사기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필자가 올해 수행한 연구에서도 시설 거주 장애인 중 일부는 장기간 시설에서 공동생활에 따른 불편함을 인식하고 개인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생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긴급상황 발생 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 악화되는 건강 상태에 비해 스스로 건강관리가 어렵다는 점, 자립 후 발생할 수 있는 무절제한 생활과 도전적 행동 등 문제 행동에 대한 우려, 장애인들을 이용한 사기와 학대 피해에 대한 우려, 자립을 하더라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노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우려가 지역사회 자립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현장 종사자들 역시 자립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자립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 자립 장애인 모니터링 및 정보 파악의 어려움, 이용이 어려운 활동지원 서비스와 주간보호센터 등 낮 활동 서비스의 문제가 주요한 문제점으로 언급되었다.

필자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시설 거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의 원칙은 무엇보다도 시설 거주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시설 외의 다양한 선택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지 않는 단체 생활과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침실 등은 장애인 인권 보장의 차원에서 최대한 지양되어야 하며,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하여 인지능력이 퇴행하는 것 또한 예방되어야 한다.

다만 시설 거주 장애인의 대부분이 발달·중증장애인인 점을 감안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것이 종착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거주 후의 체계적인 개입 및 지원 방안이 더 중요하다.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의 차원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분리되지 않도록 주거지원서비스, 활동지원서비스와 가정 내 지원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만큼 일상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의미 있는 낮 활동을 위해 일자리, 재활 및 평생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립이 가능하다.

 

충분한 예산확보 반드시 필요
 

또한 대부분의 발달·중증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생활하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시설에 입소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과 돌봄 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시설에서 입소자를 받을 수 없어 보호자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 더 이상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발달·중증장애인 전반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및 맞춤형 지원 강화대책」에서 그 동안의 정책추진에도 불구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이 여전하고 발달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부족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하면 시설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발달장애인은 평생 동안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집단이기 때문에 당사자와 보호자가 만족할만한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특히 정책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원활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국비 확보 계획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비 지원 사업은 축소하면서 시·도비 100%로 지원되는 사업은 확대하는 식의 제도개편이 되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특히 충청북도처럼 재정자주도가 높지 않은 시·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국비지원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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