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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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 승인 2022.12.29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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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벌써 한 달이 지나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아픔이 이어지던 날,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헬기가 추락하면서 탑승자 5명 모두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그 소식을 머리기사로 접했을 때는 내심 너무 안타까웠지만, 곧 구체적인 사고 기사를 읽고서는 짧은 한숨과 함께 헛웃음이 났다.

당초 비행계획에는 기장 외 1명 등 2명이 탑승한다고 신고가 돼 있었지만, 현장에서 시신 5구가 발견되었다는 사고 내용은 나에게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보다...’라는 실망감을 주었다. 영화 신세계에서 최민식의 명대사였던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하는 딱 그런 느낌이랄까,, 그분들의 희생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할 타당한 이유가 있기를 바랐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사고 소식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한 순간 우리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내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의심이 든다. 인간은 당연히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바가 틀리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불안해지고 의심하게 된다. 자신의 생명과 재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난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예를 들어, 경찰관과 119구급대원에 대해서 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당연히 도와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매일 반갑게 인사하던 이웃집 사람에 대해 혹시 이 사람이 나에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다음부터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뭐 하나도 쉬운 게 없고, 나쁜 뉴스가 더 많이 들리는 불안한 사회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를 지켜나가는 힘은 몇몇 잘난 사람들의 능력이 아니라 소위,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스스로 지켜나가는 양심, 선의, 배려, 자제 등에서 나온다. 일반 국민이 최소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실제로 하나둘씩 발생하면 그 사회는 금방 어두워지고 불안정해진다. 사건 하나로만 보면 아무것도 것처럼 보이지만 몇 번 반복되면 그게 그 사회의 모습이 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는 비상식적이고, 어이없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던 일 들이지만, 그런 일들이 계속되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래도 되는 구나하고 생각하게 되고, ’남들도 그러던데 나도 그래 볼까하게 되며, 좀 더 지나면 나도 좀 그럼 어때?‘하게 된다. 그렇게 무너지는 것이다. 너무 무서운 일이다.

이태원 참사처럼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재난에만 해당하는 게 절대 아니다. 가장 작은 일, 나만 알고 나만 지키면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사소한 일들을 지켜가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결국은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재난에 관해서는 책임있는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분들의 말과 행동을 우리 미래 세대가 배우기 때문이다. 그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래도 되는구나 하면서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개인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그 자리에서 어떻게 책임을 다 하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 있을 재난안전관리의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들은 없었으면 한다. 다른 건 몰라도 2023년 새해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아픔이 없는 평안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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