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던 이가 있다. 신영복 선생이 ‘따뜻한 동행’에 대해 내린 정의다. 세상에는 함께 비를 맞으려고 우산을 접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학교 부적응’이라고 표현하지만, 학교라는 그릇이 좁아서 세상을 학교 삼으려는 아이들도 있다.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호정2리에 있는 ‘산촌교육마을단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단비)’은 충청북도교육청이 인증한 대안위탁 교육기관이다. 학생이 원하면 일정 기간 학교 대신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다. 그 기간에는 출석이 인정된다.
김현정(39), 민상근(43) 부부는 단비의 교사다. 이들은 3년 전까지 경기도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각각 가정, 체육 교사로 근무했다. 함께 생활지도를 담당하면서 같은 꿈을 꿨고 부부가 된 이후에 사표도 함께 던졌다. 아이들과 함께 비 맞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아이들을 사고뭉치로 간주하는 생활지도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학생 때부터 다녔던 교회 목사님이 대안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민상근 교사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단비의 전신은 1992년, 쌍샘자연교회(목사 백영기)가 만든 ‘살림공부방’이다. 이후 민들레지역아동센터를 거쳐 현재의 단비로 진화했다. 대안교육 위탁기관이 된 것은 3년 전부터다. 2년간은 1주일 정도 거치는 단기 위탁기관이었고, 지난 1년은 2~6개월 과정의 중장기 위탁기관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1‧2학기에 여섯 명씩 모두 열두 명이 단비에 다녀갔다.
단비의 위탁교육은 ‘영성‧생태‧문화’를 추구하는 쌍샘자연교회의 부대시설인 ‘봄눈도서관’, ‘산촌책방 돌베개’ 등을 활용해 이루어진다. 커리큘럼은 ▲도자기 만들기 ▲자서전 쓰기 ▲요리 실습 ▲천연제품 DIY ▲목공예 ▲생태와 건강 등 의식주를 기본으로 짜였다.
김현정 교사는 “자퇴를 하거나 인가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단비를 찾는 아이들도 있다”면서 “단비에서 보내는 시간은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단비는 아이들이 쓴 자서전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이다. 작가가 꿈인 아이는 “비밀의 정원인줄 알았던 단비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단비지만 두 부부는 아직 소나기를 맞고 있다. 교사 시절의 월급보다 턱없이 적은 푼돈 강사료를 이곳저곳에서 모아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교육문화마을’을 만들겠다”는 단꿈에 젖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