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보통사람들이 더 용기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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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보통사람들이 더 용기내면 좋겠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1.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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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컴퓨터’김성열 대표의 특별한 이웃사랑

김성열(55.사진) 바른컴퓨터 대표는 아주 특별한 보통사람이다. 공고를 나와 평생 기름밥을 먹고 살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군대 다녀와서 큰 사고를 당했다. 앞으로 머리 쓰는 일을 하며 살겠다 생각해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 베이직, 포트란 등 유행하던 컴퓨터 언어를 섭렵한 그는 한때 대학가 근처에서 잠시 과외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컴퓨터 가게에 취직했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컴퓨터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그는 11년 전 바른컴퓨터를 차렸다. 바른컴퓨터는 중고 컴퓨터에 특화된 가게다. 연식이 오래된 컴퓨터도 그의 손을 거치면 되살아난다.

공단에서 아직도 386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연식 및 사출기계가 그래요. 이걸 고치려면 도스 프로그램을 알아야 돼요. 전반적인 컴퓨터의 역사를 꿰고 있어야 해요. 중고 컴퓨터 관련 부품이 많다 보니 우리 매장에 와야만 고칠 수 있죠.”

김성열 대표는 가진 것이 컴퓨터시간뿐이라고 말한다.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 없는 그는 텃밭에서 키운 재료로 아내가 만든 도시락을 먹고 가게에서 매일 매일 일한다. 무심천 하상도로 언덕 아래 위치한 가게엔 컴퓨터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그는 남을 도와준다. 일 년에 보통 80여 대의 컴퓨터를 뜻있는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에 기부한다. 그 이유에 대해 가진 게 컴퓨터밖에 없어서라고 농담을 건넨다.
 

 

성인이 된 장애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22살부터 장애인 단체에서 목욕봉사를 시작했어요.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는 장애인 단체에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했어요. 코로나 때 가게는 3년 동안 적자를 봤어요. 그래도 장애 학생들을 위해 노크북을 기부했죠. 코로나 초창기 전자기계가 없어 취약계층 학생들이 수업 자체를 못 받더라고요. 제 눈에 사회의 빈틈이 자꾸만 보여요.”

그는 연초 기부할 금액을 미리 계산해놓는다. 일정액을 떼어놓고,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참 이상한 회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돈이에요. 돈이 많으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전 제 곳간을 비울 때 기쁨을 느껴요. 봉사나 기부라는 말에는 특별한 사람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섞여있죠. 적절한 다른 말을 찾고 싶어요. 전 보통사람이에요. 저 같은 보통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활동하면 좋겠어요.”

김 대표는 올해 동범상 수상자로 선정돼 1월 5일 오후 2시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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