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블랙리스트 수사는 왜 늦어지나
상태바
[박소영 기자의 '무엇'] 블랙리스트 수사는 왜 늦어지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1.18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소영 편집부국장

충청북도교육청은 지금 시간을 끌고 있다. 김상열 단재교육연수원장은 지난 5일에서 7일에 걸쳐 본인의 페이스북에 단재교육원에서 새 연수과정을 짤 때 특정인을 연수에서 배제시킨 문건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른바 현 교육감과 성향이 맞지 않는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고 솎아냈다는 주장이다.

다음날인 지난 6일 교육청 관계자가 블랙리스트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서가 실제 존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교육청은 모니터단의 검증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부서가 업무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옐로우리스트를 작성하고 강의와 강의자에 대해 성향을 파악해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해놓았다는 것을 에둘러 시인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새로운 교과협의 과정에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이른바 옐로우리스트usb에 담아 연수 담당자들에게 건넸고, 이 때 직속책임자였던 연수원장에게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나 조사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교육청은 처음엔 부교육감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감사관실에서 발끈했다. 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조처인데다 감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이 조사단을 직접 꾸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보수 단체들이 격돌했다. 충북교총은 교육청을 두둔했고, 전교조 충북지부는 교육청을 비판했다. 극보수 성향의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지난 12일 김상열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유수남 도교육청 감사관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감사과정에서 유수남 감사관을 배제시키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벌써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도교육청은 지금 가장 중요한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교육청은 이번 설이 지난 25일부터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천범산 부교육감은 교육부에서 추천한 4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감사반장으로 참여한 10(외부 5, 내부 5)의 감사반을 꾸려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감사관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 감사원법, 충북도교육청 감사규칙에도 위반한다는 것이다.

만약 도교육청의 해명대로 연수과정을 개편하면서 일어난 하나의 일상적인 사건이라면 왜 직속 상사인 단재교육원장에게는 일부러 보고를 누락했는가. 성향을 따져 구분한 옐로우리스트는 왜 존재하며 작성을 지시한 자는 누구일까. 이 같은 궁금증에 가장 진실에 가까운 답을 낼 자는 누구인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그 사이 충북 교원 295명은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 사건을 규탄하고 교원연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일단 충북교육청 주관 연수에 불참하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