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대에서 ‘책문화’를 즐기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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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시대에서 ‘책문화’를 즐기는 시대로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 승인 2023.02.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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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향마을에 책방을 열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시골마을에 책방을 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지방에도 의미 있는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있고 충북 괴산, 전남 곡성, 제주도에서 서점들이 문을 열고 지역과 연대하며 여러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충북 괴산에는 2022년 동네책방 두 곳과 1인 출판사 네 곳이 모여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서울에서 괴산으로 귀촌한 이들은 지역문화발굴과 책문화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해 괴산로컬잡지 <>을 창간하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책문화축제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책문화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출판사, 책방, 도서관이 함께하면 지역 독서문화지형이 얼마나 풍성해지고 다양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성장으로 읽는 시대는 저물고 이제 보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62.3%였지만 202147.5%로 떨어졌고 전체 오락문화비 지출 중 서적구입비가 201017.3%에서 20208%로 나타난 것만 봐도 출판업계의 불황을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의 문화 소비 트렌드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독자들에게 읽기 경험을 제공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유투브, 숏폼, OTT 등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재미를 독서가 전달해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출판사도, 독자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책방도 같은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은 자신의 책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읽기의도구도, 개념도 새롭게 확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예전에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책방은 유통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독자들에게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 역시 수동적으로 도서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책문화생태계를 이루는 출판사, 책방, 도서관은 그동안 해왔던 고유한 역할과 기능에서 탈피해 서로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문화를 즐기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충북 괴산의 사례나 청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생충Book’ 활동이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동네책방 플랫폼이 발표한 <2022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동네책방은 815곳으로 전년 대비 70곳이 더 늘었다. 그중 큐레이션 서점, 북스테이 서점 비중이 증가했고 그곳에서 독서모임, 북토크, 워크숍, 글쓰기, 숙박 등 여러 책문화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출판시장은 불황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동네책방은 늘어나고 있고 사람들이 책방에 모여 독서모임와 같은 다양한 문화 활동까지 주도하는 상황, 심지어 전임 대통령까지 시골에 책방을 하겠다고 하는 이런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것은 독자들 스스로 읽기문화를 찾아 즐기기 시작했으며 읽기를 통해 얻은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동네책방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책방뿐만 아니라 전국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독서공동체 구성원들만 해도 제법 될 것이다. 이렇듯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나누고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책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반증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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