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재산 놓고 웬 콩, 팥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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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재산 놓고 웬 콩, 팥 타령?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2.02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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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괴산 초대형 가마솥이전 여부가 관심이다.

괴산군이 십수 년째 방치되고 있는 이 가마솥을 산막이옛길로 옮겨 관광자원화할 계획인데 복병을 만나서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 가마솥을 한 발자국도 옮겨서는 안 된다며 괴산군 이전 계획에 못을 박았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거대한 예산 낭비의 위대한 걸작을 함부로 옮겨선 안 된다고 급제동을 건 것이다.

그 급제동이 먹힐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사가 공개 반대한 이상 괴산군으로서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송인헌 괴산군수는 "가마솥을 산막이옛길 입구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지난 한 해 268000여 명이 찾은 산막이옛길로 옮겨 볼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송 군수는 "군민의 성금을 모아 제작한 가마솥을 무작정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주민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활용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03년 군민 성금 5억여 원을 들여 괴산읍 고추유통광장에 세워진 이 가마솥은 지름 5.68, 높이 2.2, 둘레 17.8, 두께 5로 국내 최대 규모다. 주철만 43.5t이 들어갔다. 괴산 명물인 고추를 내세워 군민 화합을 꾀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대로 등극하려고 기네스북에 도전했으나 이보다 더 큰 호주 질그릇에 밀려 실패했다. 게다가 가마솥 바닥이 워낙 두꺼워 밥을 하면 아래는 타고, 위는 설익는 ‘3층 밥이 되는 등 시도하는 요리마다 허사였다. 그러니 관광 자원은커녕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전락했다.

송 군수가 이전을 들고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런데 김 지사가 돌연 실패학 교과서라며 성과주의가 가져온 초라한 결과물을 꼼짝 마라며 공개적으로 이전 불가를 밝혀 일이 꼬이게 됐다. 가마솥 이전 권한은 온전히 괴산군수와 군민에게 있는데 지사가 저렇게 이전을 못 하게 하니 송 군수의 입장이 묘하게 됐다.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에다가 김 지사 고향이 괴산이다 보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가 군수 권한 침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굳이 SNS에 글을 올려 군수를 압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 생각이 정 그렇다면 직접 송 군수를 설득하거나 실무진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으면 좀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다.

이와 별개로 충북도 산하기관인 충북개발공사가 청주시 소유의 유일 지하상가를 지하차도로 개발하겠다고 나서 역시 월권 논란을 빚고 있다. 정작 주인인 청주시는 청년특화공간을 만들겠다는데 3자가 뜬금없이 지하차도를 들고나오니 말이다.

남의 재산을 갖고 콩 나와라, 팥 나와라하는 게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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