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지키면 마을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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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지키면 마을도 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2.0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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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극복한 괴산 백봉초‧옥천 청산초 사례
외지인들에게 ‘집’내주고, 지역주민들이 후원나서

충북의 귀농귀촌 유치운동
학교가 구심점이다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학교는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어쩌면 폐교유무로 마을 공동체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도내에서 폐교된 학교들은 살펴보면 모두 도시와는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멀다. 작은 학교의 경우 전학생이 20명이 안 될 경우 폐교 대상에 오른다. 도교육청은 적어도 면 단위에 1개 초등학교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수 20허들을 넘지 못하면 인근학교와 통폐합을 하거나 폐교를 결정해야 한다. 1982년 이후 충북도내 폐교는 현재 258곳이다. 이 가운데 132곳을 매각해 새주인을 찾았고, 128개는 도교육청이 임대사업을 하거나 자체 활용 중이다.

 

괴산 백봉초 아이들이 제비마을 주민들과 텃밭가꾸기를 하는 모습.
괴산 백봉초 아이들이 제비마을 주민들과 텃밭가꾸기를 하는 모습.

 

 

절실함 때문에

 

도내에도 한 때 폐교 위기 학교였지만 지역민이 합심해 극복한 곳들이 있다. 괴산의 백봉초와 옥천의 청성초가 그렇다. 이곳 지역민들은 폐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절실함을 꼽는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곧 사라진다는 두려움은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괴산 백봉초가 있는 제비마을 부흥추진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석호 씨는 집을 공짜로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파격적인 조치였다. 한 씨는 마을 토박이다. 14대째 살고 있는 그는 본인은 물론 선친과 4명의 자녀가 모두 백봉초를 졸업했다. 하지만 2017년 백봉초는 폐교위기에 놓였다. 한 씨는 마음이 다급했다.

이에대해 그는 백봉초가 있는 제비마을에서 농촌권역사업이 추진중이었는데 주민들이 의견을 내면 반영되는 구조였다. 제주도 아방마을을 견학하고 난 뒤 학교를 살리는 길은 외지인들에게 집을 공짜로 주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절박했기에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마을 사람들과 동문들을 수차례 설득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이주를 한 가구를 위해 마련된 ‘행복나눔 제비둥지’ 모습
교육이주를 한 가구를 위해 마련된 ‘행복나눔 제비둥지’ 모습

 

그렇게 행복나눔 제비둥지사업이 추진됐다. 1차 권역사업으로 95000만원을 받았고, 괴산군에서 5억원을 추가지원해 6집이 세워졌다. 이후 2차 권역사업이 추진돼 95000만원을 지원받아 6집이 더 세워졌다. 마지막으로 3차 지원을 받아 2집이 추가돼 총 14집이 마을에 들어섰다. 첫해 6가구 모집에 20가구가 지원했다. 둘째 해는 입소문이 나 6가구 모집에 100가구가 신청했다. 171의 경쟁률이었다.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왔다. 지금 괴산군은 백봉초 모델을 본 따 5개면에 50개 집을 지었다. 한 씨는 지금 백봉초에는 초등학생이 42명이다. 병설유치원 포함하면 55명이 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잘 정착하는 게 과제다. 집을 완전히 무상으로 주는 건 아니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동안 빌려주는 것이다. 이곳에서 막내가 태어난 집도 여럿이다. 아주 오랜만에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퍼졌다라고 설명했다.

행복나눔 제비둥지의 임대료는 신축일 경우는 월 5~6만원을 받는다. 보증금은 없다. 이렇게 학교를 살리자 마을이 바뀌었다. 마을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땅을 사고 괴산군에 기부했다. 괴산군은 동문들이 희사한 부지에 실내체육관 공모사업을 추진해 완공했다. 또 아이들을 방과후 돌보기 위한 돌봄센터도 지어졌다. 한 씨는 면도 아닌 리 단위에서 일어난 기적이다. 아이들이 커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게 될 때 괴산군민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차후 연계지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마음부터 모아야 한다

 

도시에서 옥천 청성초로 이주한 학부모들.
도시에서 옥천 청성초로 이주한 학부모들.

 

옥천 청성면 청성초는 2020년 말 폐교위기에 놓였다. 이를 감지했던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주민, 학교, 교육청, 군이 나서 문제해결에 성공한 것이다. 청성초 출신인 전재수 행정복지국장은 우선 동문회를 조직했다. 동문들과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을살리기 기금을 9200여만원 모았다. 일단 마을의 빈집이나 임대할 곳을 찾아 집수리를 단행했다. 옥천군에서도 주택수리비 1억원을 지원했다. 그렇게 을 마련하고 나니 14가구가 외지에서 찾아왔다. 지금은 9가구가 남아있다. 폐교위기였던 청성초의 2023학년도 학생수는 23명이다.

주민들은 청성초로 이주한 가구에 1년에 120만원씩 2년간 240만원을 임대비로 지원하고 있다. 2년 후에는 약 1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자부담해야 한다. 전재수 국장은 처음에는 집을 구하는 게 과제였다. 마을의 노력을 보고 정말 마을과 관계없는 외지인이 청성면의 집을 그냥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절실하게 원하니까 이뤄지더라. 청성초 사례가 모범이 돼 관내에서도 이러한 실험이 확산 중이다고 설명했다.

청성초의 교육이주 사업이 성공하자 옥천군은 LH공사가 벌이는 청성면 주거 플랫폼사업을 신청했다. 청성면에 약 92억원을 투입해 다가구 주택(15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2024년 준공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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