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궂은 일에 앞장섰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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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궂은 일에 앞장섰던 사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2.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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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한병수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에 대한 애도 계속 이어져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지역 봉사 매진, 주민·정치인 등 칭송

 

 

4일 옛 청주시의회 앞에서 열린 故 한병수 의원 영결식
4일 옛 청주시의회 앞에서 열린 故 한병수 의원 영결식

 

최근 별세한 한병수 청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 중앙·성안·탑대성·금천·용담·명암·산성동)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1일 충북대병원에서 요관암으로 투병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지난 1월 18일 한 비뇨기과에서 요관암 판정을 받은지 2주만에 별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평소 아팠으면서도 제 때 치료를 받지 않은 탓이다. 주변 사람들은 한 의원을 살리기 위해 서울과 청주의 병원을 오르내리며 애를 썼으나 암이 여러군데 전이돼 수술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한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과 가까운 사람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슬퍼하고 있다.

한 의원은 1953년 청주시 북이면 서당리에서 태어나 청주농고를 졸업하고 뒤늦게 충북보건과학대 복지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LG화재(현 KB손해보험) 충북단장과 충청일보 대표 등을 지냈다. 2014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제1대 통합 청주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2, 3대 의원을 지냈다. 제2대 의원일 때는 후반기 도시건설위원장을 역임했다.

그의 약력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살아온 세월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많은 사람들 얘기다. 청주의료원에 차려진 빈소와 지난 4일 옛 청주시의회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특히 그의 빈소에는 정치인과 공무원뿐 아니라 지역구 주민, 무료급식소 관계자들, 봉사단체 임원들 등 평소 친분을 나누고 함께 일을 하던 사람들이 연일 드나들며 눈물을 훔쳐 화제가 됐다. 정치인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애도를 표했다.

영결식에는 약 300명에 이르는 기관 단체장, 정치인, 공무원, 시민들이 참석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황영호 도의장, 윤건영 도교육감, 이범석 청주시장, 김병국 시의장 등과 더불어민주당 이장섭·도종환·변재일·임호선 의원과 국민의힘 정우택 부의장 등이 추모사를 했다.

한 의원은 냉철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부와 맞선 시의원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시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든 친근한 주민대표라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민주당 청주시의원 중 최고 연장자로 여야 누구에게나 ‘병수 형’이라고 불렸다. 이완복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국민의힘, 사직·모충·수곡동)은 “성실하고 인간적이었던 한 의원에게는 적이 없었다. 새벽 5시에 명암지를 한 바퀴 돌며 쓰레기를 주웠고,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궂은 일을 하고 봉사활동을 펼친 분”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의 한 주민은 “한 의원은 우리 동네 약방의 감초였다. 주민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그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늘 뛰어다녔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인은 정작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게 살았다. 그는 2021년까지 마이너스, 2022년에는 1200여 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022년 청주시의원 평균 재산이 12억여원인데 말이다. 영결식 때 도종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흥덕)은 “힘들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 편이었던 당신” “바보같은 한병수 의원님”이라는 추모사를 하며 울먹였다.

한 의원은 2014년 청주시의원 선거에 첫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실제는 독재정권시절인 1980년대부터 민주당원으로 활동했다. 평소 한 의원과 가장 가까웠던 박문희 전 충북도의장은 “한 의원은 1987년에 청주 상당구 민주연합청년동지회장을 지냈고, 나는 충북도회장을 역임했다. 한 의원은 당시 정치활동을 두드러지게 하지 않았지만 늘 뒤에서 열심히 도왔다. 민주당을 떠난 적이 없다. 그 때도 뒤에서 궂은 일을 많이 한 의리파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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