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민주당 ‘그대 떠난 빈 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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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회 민주당 ‘그대 떠난 빈 들에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2.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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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수 의원 별세로 수적 열세…의장 불신임 불가능
상임위원장 사임서 이미 수리돼 본전찾기도 어려워
청주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1월 16일, 김병국 의장 불신임안을 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는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청주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1월 16일, 김병국 의장 불신임안을 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는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병수 의원을 떠나보낸 민주당이 그대 떠난 빈 들에 놓였다. 마흔두 석을 2121로 양분하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마흔두 석일 때 절반은 스물한 석이라 과반은 스물두 석 이상이었다. 당론으로 뭉치면 양당 모두 과반을 가질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절반이 20.5이므로 스물한 석만 돼도 과반이다. 국민의힘은 협치 없이도 과반이 가능해졌다.

민주당 불행의 시작은 지난해 12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주시청 옛 본관 철거 예산을 놓고 대립하다가 자당 임정수 의원이 나홀로 국민의힘 편에 서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일 의기에 차서 김병국 의장 불신임을 공언(公言)했으나 당내 여론을 모으는 것도, 불신임 명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62조에 따르면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라야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강경파 의원들은 망설이는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불신임 명분을 수집하느라 116일에야 당론을 모아 불신임안을 냈다. 불신임 사유는 김 의장의 지위 남용이었다. 의회 운영 업무 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고, 제주도 연찬회를 특정 여행사에 수의 계약으로 몰아줬다고 했다. 또 의정 활동의 전문성을 위한 특강과 정책토론회 등을 방해하거나 불허한 점도 불신임 사유로 꼽았다.

지난해 본관 철거 예산통과 때 적진으로 넘어간 임정수 의원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에서 동조하는 의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의장 불신임은 비밀투표라는 점에서 숨어있는 아군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예측과 달리 흘러갔다. 1월 26,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어 2월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장 불신임안을 표결하기로 한 것이다. 정면돌파를 결정한 것은 이탈표가 나오지 않게 문단속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김병국 의장의 분노가 불과 같았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김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협상카드로 던진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부위원장 사임안을 덜컥 처리해 버렸다.

김 의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이나 연찬회 여행사 수의계약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의회 토론회도 나중에 다 허가했는데 민주당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자신이 부도덕한 의장이 됐다며 분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중진 한병수 의원까지 별세하면서 민주당은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표결 가자강수

박완희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27, 국민의힘을 향한 협상 전략을 개시했다. 한병수 의원을 청주시의회장으로 치른 것에 대해 김병국 의장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청주시의회 정상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다.

박완희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별세한 한병수 의원 장례식장에서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국민의힘 안에 초강경파도 있지만, 시민들을 생각해 의회를 정상화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협치를 위해 의장 불신임안을 굳이 표결하지 않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노선을 주장했던 Q의원도 한병수 의원이 화해의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게임하듯이 정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미 무게추가 기울었는데 잔인하게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은 이와 달랐다. 박노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의장 불신임안을 철회한다면 우리가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 우리도 하루빨리 의회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철회의 대가로 이미 처리한 상임위원장 사임안을 원상 복구하는 맞교환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정서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박노학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민주당 누군가가 공식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 상임위원장 사임안은 이미 처리됐으니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 네 명을 다시 추천하면 되는 것 아니냐. 똑같은 사람을 또 올리더라도 본회의에서 과반을 얻으면 통과되는 것이고 아니면 인물을 바꾸는 게 순리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모든 패를 읽힌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완희 원내대표를 비롯해 사임처리된 상임위원장 중 적어도 두 명은 배제 대상으로 낙인이 찍혔다는 얘기다.

Q의원은 구체적으로 두 사람의 이름이 언급된다. 민주당 의원총회 내용이 어떤 경로로든 흘러 들어간 것 같다. 강경파가 누구였는지 파악됐다는 얘기다. 정상화의 길이 험난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임 처리된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은 변은영이영신임은성최재호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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