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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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6
  • 글 : 이재표 삽화 : 최나훈
  • 승인 2023.02.1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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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도미토리가 호텔 이름 아니야?”
삽화 : 최나훈
삽화 : 최나훈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오민심 의원도 시민운동을 하면서 비판하곤 했던 국외연수가 다가온 것이다. 오 의원은 무용론보다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쪽이었다. 어쨌든 의원들이 국외연수를 다녀올 때마다 세금으로 다녀오는 해외 관광이라는 비판은 늘 따라붙었다. 또 몇 년에 한 번씩은 그런 논란에 불길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터지곤 했다.

그중에서도 민충북도의회 의원이 국민을 레밍에 비유한 사건은 전국뉴스였다.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2017년 물난리 때 유럽 국외연수에 대한 비난이 일자 현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봤을 때는 국민이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말이에요라고 발언한 사건이었다.

환경복지위원회 소속 오민심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국외연수 넉 달 전부터 제대로 준비해 보자고 제안했다. 제일 먼저 전임 의원들의 연수보고서를 분석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은 목표가 불분명하니 계획도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일정액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부담으로 하다 보니 관광 패키지여행에 기관이나 시설 답사를 슬쩍 추가한 짝퉁 연수였다.


관공서는 쭉 다녔는데 사전에 방문협의가 안 됐는지 건물에서 기념사진만 찍었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본전을 뽑는다고 생각했나 봐요. 일주일 동안 동남아 3개국을 다니느라고 계속 비행기만 탔겠네요.”

연수보고서가 엉망이에요. 수도와 관광지, 수출입 현황, 연중 날씨까지 인터넷에서 뽑은 기본자료뿐이에요. 그런데 이나마도 직원들한테 시켰다는 얘기가 들려요.”


오민심 의원은 연수계획에 따라 예산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 300만 원만 주고 나머지는 자부담으로 하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산이 연수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꼭 국외연수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심사를 거쳐서 가게 된다면 연수계획에 따라 비용을 정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0만 원을 주고 부족하면 자부담하라는 거잖아요. 같이 가는 공무원들은 실비로 출장비를 받는데 말입니다. 일단 예산 안에서 최대한 알찬 연수를 기획해 봅시다.”


오민심 의원은 예산에 맞추기 위해 여행사 없는 자유여행을 제안했다. 또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고려해 딱 한 개 도시만 방문해 깊게 들여다보자고 했다. 대중교통과 장애인 정책, 보행권 등에 있어서 배울만한 도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영국 런던으로 결정했다.

환경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일곱 명. 이들 중에 학창시절 여러 차례 배낭여행 경험이 있는 40대 안재학 의원이 중심이 돼 항공권을 예매하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다. 런던에서의 이동은 이층버스 등 대중교통만 이용하기로 했다.

오민심 의원은 참여연대 희망제작소를 방문해 런던의 녹색프로젝트와 장애인 정책, 쓰레기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 기관이나 단체방문을 타진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땡처리 수준으로 나온 왕복 96만 원짜리 사우○○항공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에서 영국 히드로공항까지는 열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공항에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한 충전식 오이스터(Oyster) 카드를 샀다. 오이스터는 버스와 지하철, 트램 등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충전 후 사용하고 남은 잔액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묵을 도미토리로 가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니 빨간 이층버스가 왔다.


와 이층버스다! 영국에 온 게 맞네.”

? 나는 이층버스라서 탑승구가 높을 줄 알았더니 완전히 저상버스네?”


모두들 이층버스를 보자 런던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버스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녹색 재킷을 맞춰 입은 동양인들에게 쏠렸다. 버스가 길이 좁은 구도심으로 들어서자 승용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예약한 안재학 의원을 따라 구불구불한 뒷골목을 걸었다. 구글 지도로 길을 찾던 안 의원이 오래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여깁니다. 우리 도미토리가.”

아니, 도미토리가 호텔 이름 아니었어? 저렴한 숙소라기에 5성급은 아니어도 4성은 되는줄 알았지!”


의원 중 재산신고 1위인 최부호 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 호에 7화가 이어집니다.

국외연수 편은 2011년 실제 배낭여행으로 런던 국외연수를 다녀온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사례를 바탕으로 총 2회를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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