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감동적인 시 한 편 써봐!”
상태바
“챗지피티~ 감동적인 시 한 편 써봐!”
  • 백정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2.15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놀라움 넘어 두려움 던져준 대화형 인공지능 체험기
시‧에세이‧인사말‧연설문 등 명령하면 1초만에 ‘뚝딱’
곧 ‘GPT-4’ 버전 출시…지식기반노동 붕괴 불 보 듯
챗지피티를 체험해보고 있는 필자
챗지피티를 체험해보고 있는 필자

최근 과학기술분야 최대 화두는 단연 대화형 인공지능의 놀라운 성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투자한 IT기업 Open AI사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의 인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스마트폰 등장 이후 출시되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규모와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확장 중이다. 당연히 기업 간 경쟁 역시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선수를 빼앗긴 구글이 8일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바드(Bard)’는 시연회에서 실망스러운 답변능력으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당일 7% 가까이 폭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23년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는 인공지능의 질주, 그 놀라움과 경이로운 성능 뒤에 도사리고 있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기록한다. /편집자 주


그동안 우리는 마이크가 달린 전자기기가 사람 목소리를 인식해 작동하는 기술을 인공지능, AI라고 불렀다. 말귀를 알아듣는 기계. 이 기계의 반응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자에겐 그저 그랬다.

작년 12, Chat.GPT(챗지피티)라는 어색한 이름의 대화형 인공지능이 처음 나왔을 때 말귀기능도 없이 타이핑 명령으로 구동되는 방식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방식은 네이버, 구글 같은 절대강자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출시 후 불과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구글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각종 SNS를 통해 이 새로운 인공지능을 체험한 사람들의 간증(?)도 줄을 잇기 시작한다. 새로운 인공지능이라는 물건이 시를 쓰고, 소설을 창작한다는 믿기 힘든 주장이 실제 시연 과정과 함께 쏟아졌다, 창작뿐 아니라 사용자의 초딩스러운(?) 요구까지 다 이해하는 코딩을 하고 프로그램으로 뚝딱 만들어 냈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넘어 대박을 외치고 있다.


그래? 그럼 어디 나도 한 번

챗지피티가 1초만에 쓴 시
챗지피티가 1초만에 쓴 시

인터넷을 열고 인공지능 개발사인 Open AI를 검색하면 간단한 멤버십 절차를 거쳐 작은 입력창을 통해 챗지피티라는 이름의 인공지능과 마주하게 된다. 시를 창작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주제어를 한 번 줘볼까? 기자의 둘째 아이 이름인 해바라기를 주제로 시를 한 편 써달라고 했다. 1초쯤 지났을까. 놀라운 순간이 시작됐다

그림자를 넘어 빛나는 꽃, 생명의 힘을 선사해 내 아픔을 치유한다는 대목에서 아이 얼굴이 떠오르며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 내 모습이 또 다른 감정의 파장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이 뭐꼬!” 그 순간부터 물꼬가 터진 필자의 호기심에 대화형 인공지능이 보여준 세상은 놀라움 그 자체. 글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보니 특정 주제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해달라는 명령을 두 번째 명령으로 입력했다.

아직 한글 명령은 결과물에 제약이 있다고 하니, 영어로 명령을 입력했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생명인 날카로운 도입과 이어지는 풍부한 전개와 인용, 그리고 모든 것을 축약하는 마무리까지 흠잡을 구석이라곤 1도 찾기 힘든 완벽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역시 1초 만에 뚝딱! “이럴 수가!” 계속해서 연설문과 에세이, 인사말 등등 다양한 글쓰기 요구들 모두 채팅 창 너머 인공지능은 군말 없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완벽한 결과물을 쏟아냈다.

능력의 한계는 명령을 입력하는 기자의 한계일 뿐, 인공지능의 한계는 없다. 물론 주식 같은 금융상품 시세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2021년도 이후 데이터는 학습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 알 수 없다는 응답이 나오지만, 이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식의 개발자가 의도한 알 수 없다는 응답을 우회하는 소위 탈옥(jailbreak)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이 뭐꼬!”로 시작된 기자의 챗지피티 체험은 시쳇말로 순삭된 몇 시간 만에 인공지능에 대한 경의로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챗지피티 개발사 오픈에이아이. 대문사진.
챗지피티 개발사 오픈에이아이. 대문사진.

챗지피티는 대규모 언어예측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만간 ‘GPT-4’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며 응답속도에 제한이 없는 유료 버전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 언어예측 모델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사실 이것을 찾기 위해 포털 검색을 하는 것보다 챗지피티에게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너에 대해 설명해줘라고 입력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바로 이 점이 쳇지피티 등장과 동시에 기존 검색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챗지피티는 마치 알라딘의 마술램프 속 요정 지니처럼, 24시간 우리의 모든 지적 호기심과 질문에 완벽하고 친절한 답변으로 봉사한다. 이 놀라운 현실판 지니를 마주하며 필자가 느낀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이제 인간은 으로 남겨질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과 우리 교육은 앞으로 무엇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라는 것.

누구나 하루만 챗지피티를 사용해 보면 기자, 프로그래머, 세무사, 변호사 같은 지식기반 노동이 서비스 시장에서 거래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올 상반기 공개된다는 GPT-4 버전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하는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루머까지 업계에 파다하다. 결과물만으로는 인간이 한 것인지 인공지능이 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챗지피티로 과제를 작성하지 말라고 하자, 학생들은 교수님이 만든 수업계획서가 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냐며 따지는 세상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경쟁의 과열 속에 AI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화두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 중이다. 이런 시대에 지식노동자인 인간들에게 남겨질 몫은 무엇일까? 미래의 지식노동자인 우리 아이들에게 여전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주입식 암기 경쟁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시대에 우리 교육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철학과 예술을 학습하는 동안 모바일 단말기에 매몰된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해외 인터넷 매체의 삽화(출처. 트위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철학과 예술을 학습하는 동안 모바일 단말기에 매몰된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해외 인터넷 매체의 삽화(출처. 트위터)

그래서 다시 챗지피티에게 인공지능시대에 우리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걸 아직도 모르겠냐는 듯이 인공지능 이용이 확대되면 수많은 일상적인 업무들이 자동화될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은 인간의 협동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과학, 수학,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전문지식의 바탕으로 예술과 윤리, 그리고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1초 만에 나왔다.

백정현

대표적 풀뿌리신문인 옥천신문 기자, 편집국장을 지냈다. 팟케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 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금융정책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2008년 옥천신문에서 출판한 ‘자전거타고 옥천에서 보물찾기’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