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껏 미화된 그림과 글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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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껏 미화된 그림과 글이 역겹다
  • 홍강희 선임기자
  • 승인 2023.02.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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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9월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가 화두가 됐다. ‘5·18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이 충북도에 “10월 말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국민행동 연대를 전국으로 확대해 청원·서명운동을 벌이고, 충북도와 이시종 도지사 규탄행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동상철거 찬성쪽과 반대쪽이 갈등을 벌였다. 논란 끝에 충북도는 같은 해 12월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법적 과오를 적시하며 대통령길을 폐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도는 오각정 앞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관리사업소 근처로 옮겼다.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옆으로. 그리고 두 사람 이름 밑에 군사반란을 주도해 권력 장악’ ‘계엄군을 동원해 5·18 민주화운동 무력탄압’ ‘서울의 봄을 짓밟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등의 문구를 담은 안내판을 설치했다. 당시 무조건 철거하기 보다는 오히려 동상 앞에 과오를 적시해서 역사에 남기자는 여론이 더 많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충북도의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은 너무 과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5·18 관련 내란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인물들이다. 도는 청남대가 옛 대통령 별장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대통령 동상, 기념관, 길을 만들었다. 기념사업을 하더라도 감성적 접근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전제됐어야 했다. 문제있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오를 동시에 표기했어야 하나 그렇지 않았던 것.

기념관 안에는 전직 대통령들을 한껏 미화한 그림과 글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5공화국 출범의 주역으로 민주주의 토착화, 복지사회 건설, 정의사회 실현, 교육혁신과 문화창달을 국정지표로 제시하였다. 재임기간 중 88서울올림픽 유치와 한강종합개발,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국민연금제가 시행되었다. 대청댐·충주댐·청남대·중부고속도로 준공으로 충북지역 발전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표방했다. 19876·29 민주화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실현하는 기반을 닦았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가위상이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북방외교를 천명하여 소련·중국·베트남과의 수교를 통해 냉전을 종식시켰다고 예찬했다. 이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 또한 얼마나 평화로운지 모른다. 기념관에는 청남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대통령, 대통령의 업적 등에 대한 그림이 걸려있다.

여기에는 이들의 공()만 있지 어디에도 과()는 없다. 이 때문에 동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고 미화된 그림이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북도가 이왕 청남대 혁신을 들고 나왔으니 차제에 이를 바로잡기 바란다. 혁신이 청남대의 경영 정상화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2020년의 동상철거 시비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이에 대한 시비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어쨌든 자랑스런 대통령을 갖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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