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사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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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사 처음입니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2.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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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기자 연재 칼럼 ‘외딴 우물‘

 

이재표 편집국장
이재표 편집국장

참 독특한 충북지사를 만났다. 1995년부터 주병덕-이원종(재선)-정우택-이시종(삼선) 등 네 명의 민선 지사가 거쳐 갔지만, 김영환 지사는 확실히 색다르다. 충북이 고향이긴 하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충북을 떠났고, 1996년부터 모두 열 번의 선거에 출마했는데, 경기도 안산에서 일곱 번이나 총선에 출마해 4선 의원을 지냈다.

당선된 것은 모두 민주당 계열이고, 떨어진 것은 무소속,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선거였다. 지난 2020년 총선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경기 고양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에 앞서 2018년 지방선거에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다. 작년에도 원래는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선거를 두 달여 남겨놓고 돌연 충북지사로 방향을 틀었다.

과연 그의 안중에 충북이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염려했던 부분이다. 김 지사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 2002년 민주당은 충북지사 후보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한나라당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이원종 지사였다. 40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고 경기도 안산에서 승승장구하던 재선 김영환 의원에게 취재차 전화를 걸어 혹시 충북지사로 출마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당시 김영환 의원이 황당하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어슴푸레하다. “충북에서 학창시절이나 보냈지 정치는 경기도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불가능한 얘기라는 내용이었다. 그런 그가 금의환향은 아니고 3연속 낙선의 전력을 안고 낙향해 고향에서 소생했다.

취임 이후 행보는 마치 오랫동안 충북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왔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일단 역동성에 있어서 도민들이 살짝 멀미를 느낄 정도로 이전의 지사들과는 속도도, 운전습관도 판이하다. 이시종 지사에게서 삼선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김 지사의 활발한 SNS 소통 방식에 플러스 점수를 매기고 싶다. 도대체 지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구마를 먹다가 가슴이 메는 것처럼 답답했던 전직들에 비해서는 속 시원하고, 자신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두는 게 분명하다. 다만 공보 담당 부서에서는 지사의 페이스북에 알림을 설정해놓고 마음을 졸인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김 지사의 SNS가 역동적이고 신속한 만큼 흠이 잡힐만한 내용도 적잖다. “대통령님 미치겠다느니, “청주공항 활주로에 드러눕겠다느니, “이러다가 또 감방가겠다느니 등의 경박한 표현에 시비를 걸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표현은 지나치게 직설적이구나여기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다만 119일 자신을 주체적 변절자라고 표현한 글에서 한때 신봉했던 학자들과 독재에 맞서 싸웠던 선후배들, 자신을 중용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정책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변절을 합리화하기 위해그들을 깎아내리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김 지사에게 연민마저 느끼게 했다. 적극적이고 소통에 능한 지사는 좋다. 가끔은 고독하고 사색에 젖은 뒷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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