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왜 '문화산수 구곡 특별군' 괴산군인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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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왜 '문화산수 구곡 특별군' 괴산군인가(3)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2.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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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화양·선유구곡 관리권 빼앗긴다”
경북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충북도·괴산군은 뒷짐
지역 연고 역사인물마저 활용못해 타 지자체가 관광자원으로 선점
암각 글씨 한·중 문화외교자원 활용, 우호증진·관광경제 부흥 기대

 

경북도가 속리산권구곡문화지구를 설정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괴산의 화양구곡과 선유구곡이 포함돼 있어 자칫하면 이들 관리권을 경북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선유구곡
경북도가 속리산권구곡문화지구를 설정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괴산의 화양구곡과 선유구곡이 포함돼 있어 자칫하면 이들 관리권을 경북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선유구곡

 

중국 무이산시(武夷山市)는 무이산과 구곡문화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곳이다.

1998년 중국 최초로 우수관광도시로 선정된 뒤 1999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돼 중국에서 네 번째로 문화와 자연 복합유산으로 지정받았다. 2000년에는 ‘4A급 관광구역으로, 2003년에는 중국 10대 명산중국 차 문화예술의 고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곳은 구곡문화를 문화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충북도와 괴산군도 무이산시처럼 산수자연과 조화를 이룬 천혜의 구곡문화를 문화산수로 개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괴산의 구곡이 자연산수는 물론이요 철학, , 문장, 그림, 글씨, 음악을 아우르는 고품격 문화관광자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또 구곡에는 오래된 절도 있고 구곡의 명칭에는 도교(神仙) 사상을 반영하고 있어 유불선(儒佛仙) 3교 사상을 성찰할 수 있는 문화산수 관광지이기도 하다.

 

역사 인물도 활용 못해

 

증평군이 문화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조선 중기 시인이자 다독가인 김득신. 그는 괴산 출신이다. 증평에 건립된 김득신 문학관
증평군이 문화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조선 중기 시인이자 다독가인 김득신. 그는 괴산 출신이다. 증평에 건립된 김득신 문학관

 

그러나 괴산군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의 역사 인물조차 타 시·군에 빼앗기고도 손을 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김시민과 김득신, 정초, 이문건이다.

괴산군 괴산읍에는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 김시민 장군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당 충민사가 있다.

그러나 천안시는 김시민 장군 탄생지인 병천 유허비와 천안삼거리에 동상, 조형물을 세워 천안의 상징 인물로 부각시켰다. 진주시에는 김시민 이름을 붙인 김시민 장군 둘레길과 김시민 대교가 있다.

증평군은 조선 중기 시인, 다독가인 김득신 백일장을 열고 김득신 문학관을 건립해 홍보를 하고 있다. 괴산읍 능촌리 괴강 근처에 김득신 옛집이 있다.

농사직설(農事直設)의 저자 정초의 묘소 역시 괴산에 있다. 그의 종손이 괴산에 살고 있다. 그런데 경북에 거주하는 후손들이 경북에 가묘를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남 순창은 이문건의 묵재일기안쪽(이면)에 기재돼 있던 설공찬전에 대해서 설공찬전기념관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구곡이 단 하나뿐인 경북 김천시는 무흘구곡전시관을 개관하고 구곡 홍보에 나섰다. 조선 중기 학자 한강 정구(1543~1620)가 무흘의 전경을 노래한 시와 무흘구곡에 대한 설명 및 사진을 관람할 수 있다. 김천과 성주를 아우르는 무흘구곡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구곡이 단 하나뿐인 경북 김천시는 무흘구곡전시관을 건립하고 구곡 홍보에 나서고 있다.
구곡이 단 하나뿐인 경북 김천시는 무흘구곡전시관을 건립하고 구곡 홍보에 나서고 있다.

 

김천 무흘구곡전시관에 소개되고 있는 선유구곡. 퇴계 이황이 설정했다는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
김천 무흘구곡전시관에 소개되고 있는 선유구곡. 퇴계 이황이 설정했다는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

 

이곳은 괴산 선유구곡을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퇴계 이황이 9개월 동안 계곡 일대를 돌아다니며 9곡을 설정했다고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

 

충북도·괴산군 언제까지 방관

 

더 나아가 경북도는 속리산권 구곡문화지구를 설정하고 여기에 괴산 선유구곡과 화양구곡을 포함시켰다. 경북도는 2012년부터 구곡문화지구(초기엔 속리산권 구곡이라 했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북도는 구곡문화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구곡경영과 그를 통한 철학적·종교적·사상적 실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등재 추진 이유를 밝혔다. 구곡문화지구에는 김천·상주의 무흘구곡, 문경 선유동구곡, 안동 도산구곡, 괴산 화양구곡, 강원 화천 곡운구곡이 포함돼 있다.

만약 경북도 의지대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면 화양구곡과 선유구곡의 관리권은 경북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충북도와 괴산군이 경북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적극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괴산 출신 이문건(1567~1649)은 현존 최초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을 지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1 개인이 7개 분야에서 최초, 최고, 최다의 창의융합교육학문적 문학예술작품을 창작한 선각자라는 평을 듣는다. 그의 후손은 괴산군 문광면에 살고 있으며 묘소 역시 문광면 대평리 둑시에 있다.

1997년 양아록을 발견해 최초 공개한 이상주 박사는 경북도가 양아록에 착안해 매년 11할배할매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이라는 주제로 할배할매의 날행사를 열고 있다. 충북도와 괴산군이 우리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화양구곡 어필은 문화관광자원

 

구곡을 정한 유교 철학적 근거는 주역(周易)이다. 이 박사는 주역 계사전(繫辭傳) ()에 천자(天子)의 지위이다. 역의 구오(九五)는 군()의 자리를 본뜬 것이라고 했다. 즉 구오가 군의 자리라 함은 제일의 자리, 으뜸의 자리인 것이며 모든 것이 으뜸 또는 제일로 진행하는 상황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에 구곡을 설정한 것은 순리대로 원만하게 천하가 으뜸으로 잘 다스려지기를 기원하는 천하관(天下觀)과 정치관(政治觀)의 자연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화양구곡 제5곡 첨성대 암벽에 새겨진 ‘만절필동’. 조선 선조대왕의 어필이다.
화양구곡 제5곡 첨성대 암벽에 새겨진 ‘만절필동’. 조선 선조대왕의 어필이다.

 

따라서 그는 고산구곡 고산정과 은병, 화양구곡 화양서원 충효절의 비례부동 옥조빙호, 만절필동을 활용해 한국과 중국이 더욱 친선을 도모해 상생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화양구곡 제4곡 금사담 암석재 오른쪽 암벽에 충효절의(忠孝節義)가 새겨져 있다. 화양구곡 5곡 첨성대 암벽에는 조일전쟁(임진왜란) 때 지원군을 보내준 중국 만력황제의 어필 옥조빙호(玉藻氷壺·임금의 마음이 깨끗하고 맑아야 된다), 마지막 황제 숭정황제의 어필 비례부동(非禮不動·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선 선조대왕의 어필 만절필동(萬折必東·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음을 비유), 숙종대왕의 어필 화양서원(華陽書院·우암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고 제향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 글씨도 있다

 

​화양구곡 제5곡 첨성대 암벽에 새겨진 ‘만절필동’. 조선 선조대왕의 어필이다.​
​화양구곡 제5곡 첨성대 암벽에 새겨진 ‘만절필동’. 조선 선조대왕의 어필이다.​

 

이 박사는 이처럼 화양구곡에 새겨진 중국 명나라 황제와 조선의 임금 암각 글씨를 한국과 중국의 문화외교자원으로 활용해 우호를 증진하고 관광경제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크파크에 구곡 포함해야

 

괴산 문화산수 구곡을 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융합 학문교육적 사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시 말해 문학·역사·철학··글씨·그림을 창의 융합적으로 발휘한 문화관광자원이어서 괴산군 홈페이지에 기존의 관광안내란과는 별도로 문화산수 구곡관광길란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과 경북 도계 곳곳과 괴산군 주변 시·군 경계에 가칭 대한민국 문화산수 구곡의 본향 괴산군이라는 입간판을 달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청주공항, KTX오송역, 버스터미널, 주요 간선도로에도 대형 입간판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과 국내 여행사의 여행상품 안내에 문화산수 구곡 관광길을 기본 코스에 넣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화양구곡이 화양계곡으로 적힌 교통표지판. 구곡의 명칭을 통일시켜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양구곡이 화양계곡으로 적힌 교통표지판. 구곡의 명칭을 통일시켜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통 표지판에 화양계곡, 화양구곡으로 표기된 것을 화양구곡으로 통일해 혼란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때마침 김영환 충북지사도 댐·호수를 자원으로 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중점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물 뿐이 아닌 괴산 구곡도 포함시켜 연계 개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구곡 전문가 이상주 박사는 “’구곡문화관광특구라는 신개념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 활용하면 괴산이 청정괴산 문화산수 구곡특구의 본향으로 그 명성이 한층 제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김영이 기자 kimyy@cc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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