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 샘물 말라 고갈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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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수출 샘물 말라 고갈 직전
  • 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02.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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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로 60조 투자한 반도체공장 ‘무용지물’ 우려
2010년에 이동전화 1위 삼성, 2015년에는 6위로 추락
반도체‧전자 등 사면초가…바이오‧문화가 ‘미래 먹거리’
삼성은 중국 쑤저우에 이어 시안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했지만, 미국의 금지령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삼성은 중국 쑤저우에 이어 시안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했지만, 미국의 금지령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청주공장을 큰 기반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심상치 않다. SK하이닉스의 다른 거점인 경기도 이천은 물론이고,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행 수출이 막히면서다. 그간 한국 반도체는 한국과 중국을 기반으로 비상했다.

SK는 우시 공장을, 삼성은 쑤저우(蘇州)와 시안(西安) 공장을 거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날이 심상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패권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산업의 오일과 같은 반도체의 대중국 목조이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자체 생산 기술은 물론이고, 한국이나 대만이 주축이 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60조 원 넘게 투자한 중국 내 제조시설의 금지는 사형선고에 가깝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70000억 원 손실로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도 4분기에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 줄었다.

이렇듯 우리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대중국 수출 부진이다. 한국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새해부터 210일까지 대중 수출은 352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줄었다. 중국과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40.7%), 가전제품(-32.9%), 컴퓨터주변기기(-45.6%)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반도체의 경우 완제품도 있지만, 중간재도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 공장의 역할이 줄어들면 중국 수출도 치명적인 상황에 빠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심 수출은 한계 도달

대중국 수출이나 중국 내 산업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산업 흐름이라는 큰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가장 단적인 도시가 우리 대기업의 중국 진출을 선도했던 톈진(天津)이다. 칭다오(靑島)나 웨이하이(威海) 등 산둥 지방은 봉제, 피혁 등 중소기업 중심으로 갔다면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입구인 톈진은 대기업들이 우선해서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중국 톈진에서는 현대전자,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등 국내 대기업의 공장이 호황을 누렸다.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을 생산해 중국 전역에 수출했다. 이런 공장에는 중국 내 생산 1위 같은 영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0년대 이 공장들은 퇴각을 시작했다. 하이얼, 하이센스, 쑤닝 등 중국회사들이 이 부분을 하루가 다르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중국 내 이동전화 1위였던 삼성전자는 20156위까지 밀렸고, 이제 신제품 출시도 막바지라 할 정도로 초라한 위상이다. 현대자동차도 2014년 베이징 공장 하나만으로 110만대를 생산했는데, 충칭, 창저우 공장을 증설한 2015년에는 전체 생산량이 106만대로 떨어졌다. 5조 원을 투자한 롯데의 선양북역 부동산 개발 등도 거의 멈췄다. STX조선 창싱다오 공장 등은 제대로 배 한 척 만들지도 못하고 3조 원 넘는 돈을 날렸다.

 

베이징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베이징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가 이 길을 피할 수 있는 건가다. 다행히 2020년까지만 해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호황을 거듭했다. 사드로 인해 한중관계는 경색됐지만, 중국의 첨단 산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는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이전에 그렇듯이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자체 생산을 위해 공을 들였다. 중국 정부는 칭화대를 중심으로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한국에게는 행운도 있었다. 중 패권전쟁이 가속되면서 반도체용 정밀기계 수출이 금지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더뎌진 것으로 보였다. 낸드메모리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도 제조 공정 업그레이드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중국 압박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처럼 우리의 중국 내 공장도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향후 기회가 온다고 할지라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일 것이다. 중국 반도체 회사인 중신귀지는 7나노까지 반도체를 개발했다. 물론 최첨단에서는 2~3년의 격차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소비 시장 모두 첨단 기술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기차 등 차량용 반도체는 25~45나노로 기술 집적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화홍반도체 등 중국 업체들도 생산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3나노를 넘어서 고도기술을 경쟁하지만, 진짜 가장 큰 시장이 있는 구간은 모두가 분점하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치킨 게임 후에 다시 살아남은 자들이 영광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양 롯데에 있는 삼성매장.
선양 롯데에 있는 삼성매장.

 

농업과 문화에 반전의 기회가

중요한 것은 반전의 기회가 있는 것인가와 그 반전은 오래 계속될 수 있는가다. 현재 흐름으로 수출이 나쁘지 않은 분야는 승용차, 석유제품, 선박 등이고, 퇴조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무선통신기기, 가전제품 등이다.

우선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지속해서 초격차를 위해 힘써야 한다. 반도체만 해도 대만의 TSMC의 약진에 밀린 상황이지만 반전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중국 SMIC, 화훙(華虹)반도체 등도 만만히 보지 않아야 한다.

조선산업의 경우 한때 중국에 밀렸지만, 다시 전성기가 왔다. 중국의 빈틈으로 온 기회지만 이런 상황은 계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공지능기술이나 로봇에서 한국에 압도적인 상황이다. 이런 기술이 조선 등에 조합되는 시간까지가 우리가 그들을 앞설 수 있는 시간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한국 조선은 전문 인력이 퇴각하면서 생존 기반 자체가 위기가 맞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경쟁은 고사하고, 산업 자체가 빠르게 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를 한탄할 것만이 아니라 관련 로봇 연구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주는 게 생명력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선박용 로봇개발은 기업에만 맡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 헬스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나 신약 개발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규제로 인해 산업 자체가 성장할 기반이 부족하다. 또 신약 같은 첨단 약품 개발은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기 쉽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곳이 의학계라면 이들을 통해 미래 산업을 만드는 토양을 만들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듯이 백신이나 치료제가 가진 부가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필자가 2017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하고 정리한 한중 야채 가격 비교. 마늘뿐만 아니라 쌀이나 채소 등도 소비자 물가는 이제 한중이 차이가 거의 없다
필자가 2017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하고 정리한 한중 야채 가격 비교. 마늘뿐만 아니라 쌀이나 채소 등도 소비자 물가는 이제 한중이 차이가 거의 없다

반면에 산지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약재, 그린 바이오산업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다. 사실 농업이나 문화 등을 보면서 수출액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땅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경쟁을 허용하지 않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참고로 현재 중국 대도시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농산물 가격과 한국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농산물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소멸위기에 있는 지방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분야다. 한중간 협업을 통해 농업 분야를 발전시키면 단순히 제조업을 넘어서 1, 2, 3차를 결합한 종합산업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층의 귀농, 귀촌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또 문화산업의 경우 수도권 중심이지만, 지역들도 독특한 거점을 만들 수 있다. 청주시가 진행하는 연초제조창의 문화 프로그램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맞춘다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을 할 수 있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보건의료가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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