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별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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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별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 권재술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3.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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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에 대한 고찰

 

이 우주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늘에는 별이 있습니다. 별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되기도 하고, 도달하고 싶은 최고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가장 많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이 별처럼 많은 별이 있는 공간이 바로 우주입니다.

이 별이, 다시 말하면 물질이 뛰어노는 운동장이 바로 이 우주입니다. 이 운동장이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도 우주라는 운동장입니다. 무한한 시간과 광대무변한 공간이 바로 별이라는 물질이 뛰어노는 운동장입니다.

시공간,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 공간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시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간은 흘러갑니다.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갑니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혼자 있다고 합시다. 물론 그때도 심장은 뛸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을 생각합시다. 시계도, 심장도 없이 달랑 원자 한 개가 있다고 합시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가 날까요? 아하, 그 원자에 있는 전자의 진동이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원자보다 더 작은 소립자 하나가 있다고 합시다. 그때에도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날까요?

시간이란 사물의 변화로부터 인간이 가지게 되는 관념입니다. 변화가 없으면 시간도 없습니다. 변화는 무엇이 만들어낼까요? 물질이 없다면 변화가 존재할까요? 변화는 그것이 가시적이건 비가시적이건 물질이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물질이 없는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는 시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변화에 관한 인간의 관념일 뿐입니다.

공간은 어떤가요? 공간은 시간과는 달리 자연에 존재하는 실체일까요? 시간은 흘러가지만, 공간은 그냥 편재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질이 없어도 공간은 존재할까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는지 의아해할지 모릅니다. 물질이 있어도 공간은 공간이고 물질이 없어도 공간은 공간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겠지요? 좋습니다. 뉴턴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물질이 없어도 공간은 존재할까요?

여기 방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이 방은 바닥과 천장이 있고 사방에 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것들은 물론 물질입니다. 이 물질이라는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방입니다. 그런데, 이 벽이 다 없어져도 방이 존재할까요? 방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이 방이 있던 공간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방이 존재하던 공간을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요?

벽이 없어도 이 방 근처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을 수 있고, 코너를 돌아가면 편의점이 하나 있을 수 있고, 멀리 산과 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없어진 이 방의 주변에 있었던 나무나 편의점 등 지형지물이 이 방이 있던 공간을 가늠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만약, 나무도 편의점도, 온갖 지형지물도 다 사라진다면 이 방이 있는 공간을 가늠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늠할 수 없을 뿐, 이 방이 있던 공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뉴턴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방이 있는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이 방이 있던 공간이 존재한다는 그 생각이 바로 관념입니다. 모든 물질이 사라진 후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바로 관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 공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관념입니다. 공간이라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시간은 물질의 변화에 대한 관념이고, 공간은 물질의 배치 관계에 대한 관념입니다. 물질이 없으면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으면 시간도 없습니다. 물질이 없으면 물질의 배치 관계가 있을 수 없고, 물질의 배치가 없으면 공간도 없습니다.

반면, 물질은 시간이나 공간과는 달리 관념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물질은 실체적인 존재입니다. 물질은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부딪치면 아프기까지 합니다. 구슬은 유리컵을 깰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나 공간에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원자나 분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물질은 관념적인 존재가 아닌 실체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인 원자는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요? 원자는 핵과 전자로 되어 있습니다.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쿼크는 다시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요? 모릅니다. 소위 끈 이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진동하는 끈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끈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요? 모릅니다. 그냥 진동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끈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서 전자도 되고, 이런 쿼크도 되고, 저런 쿼크도 된다고 합니다. 끈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냥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절대로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을 실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질의 본질도 더 들어가 보면 실체는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관념적인 존재와 무엇이 다를까요?

권재술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권재술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이제 존재라는 개념은 더욱 미묘해집니다. ‘존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시간과 공간이 존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원자가 존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정신은? 신은? 존재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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