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쓰고 추태부리고, ‘해외연수 무용론’ 나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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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쓰고 추태부리고, ‘해외연수 무용론’ 나올 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3.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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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컸던 충북도의회 박지헌 의원 음주 추태와 흡연 의혹
황영호 도의장 "공인이 승객들에게 불편 초래했다면 품위손상"

 

충북도의회 본회의 장면
충북도의회 본회의 장면

 

 

지방의회 역사상 해외연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도 없다. 공식 명칭은 공무 국외연수지만 흔히 해외연수라고 불린다. 전국적으로 이미 많은 의회에서 해외연수 도중 불미스런 일로 지탄을 받았다. 이들은 부적절한 시기에 연수를 떠났는가 하면 해외에 나가 음주 추태를 부렸고, 업무와는 관계없는 곳으로 가서 비판을 자초했다. 연수보다는 관광을 다녀온다는 지적은 해외연수 실시 첫 해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나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7월 최악의 청주 물난리 속에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연수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귀국 후 정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했고,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 때 거의 출마하지 못했다. 해외연수가 정치인생을 바꿔놨던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에 충북도의회가 다시 기내 음주추태 사건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지난 2월 21일 인천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국민의힘 박지헌 의원(청주4)의 음주 추태 의혹이 나왔다. 한 승객이 몇 군데 방송사와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소속 의원 7명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음주 추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명함 돌리고 음주, 흡연까지?

그러자 박 의원은 하루 앞 선 이 달 1일 귀국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죄송하다면서도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확인을 요하는 부분이 나오자 항공사에 공문을 보냈다.

건설환경소방위 동료의원들과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의원은 비행기에 탑승해 주변 사람들에게 명함을 돌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보자는 박 의원이 충북도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

하지만 동료의원들이 박 의원의 기내 행동을 보지 못한 이유는 자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사에서 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모두 복도쪽 자리를 예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수에 동행했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자세한 상황을 모른다고 말했다.

더욱이 박 의원은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에서 동료의원과 담배를 피워 벌금을 물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이동우 건설환경소방위원장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동료의원은 담배를 피웠고 벌금 60만원을 물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충북도의회는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했고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 충북참여연대는 9일 진상규명 후 일벌백계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외연수는 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된다. 이 때문에 이번 건설환경소방위 의원 1인당 전체 경비 619만원 중 480만원에 이르는 돈을 세금으로 내줬다. 그러나 의원 한 명의 일탈 행동으로 역량강화와 충북발전 이바지는 고사하고 안 가느니만 못한 연수가 되고 말았다.

이동우 건설환경소방위원장은 “내실있는 연수를 진행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돼서 속상하다. 박지헌 의원을 하루 먼저 귀국하도록 하고 남은 의원들은 일정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며 “도민들께 부끄럽다”고 밝혔다. 박지헌 의원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건설환경소방위의 해외연수 기간은 2월 21일~3월 2일 이었다. 이들은 연수길에 오르기 전 독일·체코·오스트리아를 방문해 △펠트하임 에너지 자립마을, 드레스덴 도시청소공사 등 독일의 친환경기술 활용 사례 △철도·트램·버스에서 공유자전거까지 연계한 체코의 통합적 대중교통체계 △의용소방대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의 소방체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은 이런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하지만 8박10일 동안 세 개 국가의 8개 도시를 돌아보는 것은 벅차 수박 겉핡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외유성 아니면 보여주기식으로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을 짜는 게 최근 지방의회의 모습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개혁을 하거나 아예 해외연수를 없애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황영호 충북도의장은 신속하게 나머지 4개 상임위의 올해 해외연수를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오는 4월 5일 실시되는 청주시의원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더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 이에 따라 4개 상임위 의원들은 1인당 50~80만원의 위약금을 내게 된다. 4개 상임위가 물어야 할 위약금이 총 2000만원에 달한다. 한 충북도민은 “이번에 도의회는 선출직 공직자들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많고 매서운지 크게 깨달았을 것이다. 지켜보겠다”고 한마디 했다. 

한편 이 기사가 나간 뒤 황영호 도의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사로부터 '기내 음주로 인한 소란행위가 발견되거나 보고된 바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럼에도 공인인 도의원이 승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초래했다면 의원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에 의해 품위손상에 해당될 수 있다. 그래서 충북도의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소집해 품위손상행위 금지조항 위반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자문 결과에 따라 향후 윤리특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황 의장은 "이번 상황으로 발생한 타 상임위 해외연수 취소 수수료는 모두 해당 도의원들이 부담할 것이다. 도의회는 향후 이런 사례가 발생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위의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박지헌, 퍼포먼스 의원으로 불려
플래카드 들기 단골 이벤트, 이번 해외연수에도 가져가

박지헌 의원은 도의회에 입성한 이후 퍼포먼스를 자주 해서 퍼포먼스 의원으로 불린다. 충북도의회 개원 전인 지난해 6월 19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충북도민과 함께 하는 제12대 충북도의회 개원’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8월 15일에도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가 ‘잘사는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이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더니 9월 28일에는 모범택시 운전자 복장을 하고 택시 인력대란 해결을 촉구하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환경미화원 옷을 입고 일일 청소 체험활동을 했다.

올해 들어서는 2월 13일 충북 단양군에서 자원순환세 도입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또 같은 달 25일에는 해외연수차 방문한 체코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통과 촉구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는 트램 앞에서 ‘청주도심통과 광역철도 원안반영’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그러나 해외연수에 참석했던 동료의원들은 박 의원의 체코 퍼포먼스를 몰랐다고 말했다. 모 의원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박 의원이 이번에 여러 종류의 플래카드를 가지고 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음주 문제가 불거져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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