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공부를 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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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공부를 다시 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3.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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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올라가 여러 신전 찾아
아테네·델피에서 고대 유적에 깃든 역사 다시 읽어보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아래서 내려다본 아테네 전경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전경

 

그리스는 신화, 소크라테스, 민주주의의 나라다. 동시에 올리브, 미식의 나라이다. 어릴 때 한 번쯤은 흥미진진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고,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는 찬란한 고대 그리스 문명에 대해 배웠다. 이 때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며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라는 위대한 철학자를 배출한 나라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스 문명탐방은 짧은 시간이나마 이런 것을 눈으로 확인한 시간이다. 여행은 남한테 듣거나 미루어 짐작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것이 매력이다.

그리스에 있는 동안 아테네, 코린트, 델포이, 크레타섬 등지를 돌아 보았다. 흔히 그리스는 조상 잘 둔 덕에 먹고 산다고 얘기 하는데 맞는 말이다. 가는 곳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걷다보면 고대 유적지가 나오고 신전과 박물관 또한 수두룩하다. 그리스 국민들의 역사 문화에 대한 자부심 또한 매우 높다.
 

뭐니 뭐니 해도 파르테논 신전
 

수도 아테네는 역시 세계적인 역사도시였다. 작가 유시민은 저서 ‘유럽도시기행’에서 “아테네는 괜찮은 동네에 있는 역사 전문서점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곳에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온다. 이들은 가장 먼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로 달려간다. 우리 역시 그랬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러 도시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앞에 도시 이름을 넣어야 한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랜드마크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보였다. 근처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는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라고 외치며 손님들을 끌었다. 아크로폴리스가 특히 잘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주인 말을 믿고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자 아크로폴리스가 눈 앞에 쫙 펼쳐졌다.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린다.

 

아테네의 도심 광장 야경. 꼭대기에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아테네의 도심 광장 야경. 꼭대기에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다음 날 한참을 걸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다. 눈 앞에 있는 것 같지만 매표소에서도 꽤 걸린다. 당시 아크로폴리스는 방어용 군사기지로 쓰였다. 전쟁이 나면 모두 언덕으로 올라가 적과 싸운 것이다. 그래서 높은 곳이어야 했다. 해발 156m 석회석 바위 언덕에는 파르테논 신전, 니케 신전, 에렉티온 신전, 불레의 문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을 보는 순간 역사의 현장에 와 있다는 감동으로 가슴이 벅찼다. 다만 지금 복구공사 중이어서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이 곳은 언제부터인가 항상 복구중이라고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 원형은 11m 높이 기둥 46개로 이뤄져 있었다. 전체 길이가 약 67m, 폭이 약 30m라고 하니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 신전은 아테네 수호 여신인 아테나를 위해 지어진 도리아식 건축물이다. 나무로 만든 지붕을 제외하고 바닥과 기둥은 대리석이다. BC 447~438년에 천재조각가 피디아스의 감독 아래 15년 동안 지어졌다고 한다. BC 490년경 마라톤전투에서 아테네가 이끄는 그리스의 ‘델로스동맹’ 군대가 페르시아를 이긴 기념으로 건립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뒤 아테나 여신은 파르테논 신전에서 쫓겨났다. 이 신전은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메트 2세가 그리스 본토를 점령하자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1687년에는 베네치아 군대가 아크로폴리스의 오스만제국 병력을 향해 쏜 포탄이 폭발하면서 신전 기둥 14개가 무너지고 지붕 또한 날아갔다고 한다. 당시 파르테논이 오스만제국의 탄약고로 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여년이 지난 후 이스탄불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은 오스만제국 관료들로부터 문화재 조사 허가를 받아내 파르테논과 고대 그리스 미술품을 대량 영국으로 실어날랐다고 한다. 그래서 파르테논의 핵심 문화재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는 것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불레의 문. 여기를 지나가면 비로소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불레의 문'. 여기를 올라가야 비로소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한 눈에 보이는 아테네 전경
 

파르테논 신전은 영광과 몰락이라는 부침의 세월을 견디고 지금 우리 앞에 서있다. 이 신전은 당시의 역사와 문화, 건축양식 등을 전해주는 중요한 역사유적이면서 세계적인 관광상품이다. 2월은 여행 비수기라 그렇지 통상 4월 이후에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몰려든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잠시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본다. 갑자기 전망을 해치는 고층건물이 없어 보기 좋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에서는 고대 아고라, 디오니소스극장,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등 여러 볼거리가 기다린다. 고대 아고라는 고대 아테네인들에게 상업의 중심지였고 정치가나 철학자 등이 토론을 벌이던 곳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했던 현장이다. 아고라는 도서관, 목욕탕, 원형극장 등과 함께 고대 유적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극장은 음악당 역할을 하던 곳이고 근대까지 예술의 요람이었다고 한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은 로마태생의 그리스 귀화 정치가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를 추모하며 BC 160~161년에 지어 아테네 시민들에게 기증한 것. 객석이 5000석이나 되고 얼마나 튼튼한지 지금도 음악회가 열린다. 놀랍기만 하다.

그런가하면 필로파포스 언덕에는 소크라테스가 갇혔다는 감옥이 있다. 이 또한 안보고 갈 수 없다. 거대한 돌에 세 개의 창문이 있는데 쇠창살로 막혀 있다. 창살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무 것도 없다. BC 5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철학을 잠시 생각해본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테네의 로만 아고라를 보러 갔다. 로마시대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여기에는 하드리안의 도서관, 바람의 탑,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유물인 페티예 모스크가 있다. 그 중 하드리안의 도서관 터에 가니 흔적이 남아있다. 건물 벽에 책을 보관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테네는 밤이 아름답고 즐겁다고 한다. 신타그마 광장에서 아크로폴리스 가는 쪽에는 고대 유적이 몰려 있다. 과거의 공간인 셈이다. 그 반대쪽 오모니아 광장 방면은 현재의 공간.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다. 중간지역인 신타그마 광장 주변과 플라카지구는 혼합 공간이다. 호텔·음식점·카페·기념품점이 많다. 좁은 골목길에는 불을 밝힌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았다. 늦은 밤 길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소크라테스 감옥
소크라테스 감옥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지금도 여기서 공연이 열린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지금도 여기서 공연이 열린다니 놀랍다

 

하드리안의 도서관 흔적. 책을 꽂았던 곳이 남아있다.
하드리안의 도서관 흔적. 책을 꽂았던 곳이 남아있다.

 

‘세상의 배꼽’이라 했던 델피
 

이틀 동안 아테네 이 곳 저 곳을 구경하고 델피로 간다. 델피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상의 배꼽’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어느 날 제우스는 독수리 두 마리를 서로 반대편으로 날려 보낸 뒤 독수리가 만나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정한다. 그곳이 델피였다고. 이런 이유로 델피에는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의 ‘옴파로스’ 돌이 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를 믿고 그 곳에 아폴론에게 바치는 아폴론 신전을 세웠다. 그래서 델피를 신성한 신탁장소로 여겼다는 것. 신탁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물음에 신이 대답하는 일이다. 당시 그리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탁을 들으러 아폴론 신전으로 몰려갔다고 하니, 참 재미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신에게 신탁을 구하러 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델피의 고대 유적지로는 아폴론 신전과 체육시설인 김나지움, 경기장인 스타디움, 원형극장, 카스탈리아의 샘 등이 있다. 아폴론의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 ‘서약과 손해는 가까이 있다’는 고대 금언이 쓰여있다고 한다. 델피박물관에서는 유적지에서 박굴된 수많은 유물을 전시한다. 물론 옴파로스도 있다.

델피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즐비했다. 대부분의 그리스 호텔·레스토랑·카페는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고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을 자랑하지 않는다. 1~2층이 많고 높아야 3~4층인 건물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델피를 거쳐 코린토스로 가서 짐을 풀었다. 조용한 마을에 동화같은 집들이 있었다.

그리스 거리에는 개와 고양이가 많이 돌아다닌다. 개는 덩치가 큰데 거의 짖지 않는다. 고대 유적지를 가든, 시골 마을에 가든 개와 고양이가 관광객들을 따라 온다. 저녁에 코린토스의 한 마을에 도착하자 역시 커다란 개 세 마리가 줄곧 따라 붙었다. 그런데 순하게 생겨 경계심을 갖지 않게 한다. 한국의 시골마을에서 보던 누렁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리스는 역시 올리브의 나라였다. 가도 가도 올리브 밭이 이어졌다. 꼭대기에 있는 고대 유적지를 올라가도 주변에 올리브 나무가 빽빽했다. 음식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올리브를 기본으로 내놓는다. 우리나라 김치처럼 ‘약방의 감초’라고 할까. 고소한 게 맛도 좋았다.

 

델피의 아폴론 신전. 당시 그리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탁을 구하러 몰려들었다고 한다.
델피의 아폴론 신전. 당시 그리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탁을 구하러 몰려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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