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홈페이지에서 ‘가마솥’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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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홈페이지에서 ‘가마솥’이 사라졌다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3.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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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음식점은 소개하면서 군민 성금 제작 국내 최대 가마솥은 통째로 실종
주민들 “고의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사건’ 진상규명해야”...담당부서 몰라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가마솥. 정작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선 사라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가마솥. 정작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선 사라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쏘아 올린 괴산 가마솥은 잘 있나? 답은 아니다.

한동안 존재 가치가 희미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괴산 가마솥이 지역의 관심사로 떠 오른 데는 이전을 둘러싼 송인헌 괴산군수와 김영환 충북지사의 이견이 한몫했다.

송 군수는 가마솥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산막이옛길로 옮겨 볼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지사는 예산낭비의 전형인 이 가마솥을 지금의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반대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김 지사가 단칼에 제동을 걸자 송 군수 입장만 애매해졌다. 이전이냐, 존치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마솥은 찾을 수 없다.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담당 부서조차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한탄을 절로 나오게 한다.

가마솥이 누구의 지시로 언제부터 삭제됐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괴산군 홈페이지 문화관광 정보란에는 괴산군이 자랑하는 명소가 모두 84개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각종 문화유산, 유적, 가볼 만한 곳, 심지어 모텔, 음식점까지 자세하게 수록돼 있다. 그러나 정작 군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가마솥은 흔적조차 없다.

잘났든, 못났든 군민 성금 5억 원을 들여 만든 가마솥인데, 관광 안내 목록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군민은 물론 괴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 기자가 가마솥 활용방안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괴산군의 안이하고 허술한 행정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에 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도 남는다.

한 주민은 군 홈페이지에 가마솥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것은 고의 삭제가 아니면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체 가마솥이 뭐길래

 

괴산 가마솥은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제작에 들어간 주철만 43.5t이다.

김문배 전 군수 시절인 2003년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군민 성금 5억 원을 모아 제작했다. 워낙 규모가 커 실패를 거듭한 끝에 2년 뒤인 2005년에야 완성했다. 항간에선 이 가마솥 제작을 맡은 괴산 청천의 주물업체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는 말이 있다.

괴산군은 군민 화합 차원의 이벤트로 밥 짓기, 옥수수 삶기, 팥죽 끓이기 등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가마솥 바닥이 워낙 두꺼워 솥 바닥과 중간, 상층 부분의 온도 차가 커 바닥이 타면 위에는 설익으면서 음식 조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마솥을 계속 사용하려면 내·외부는 물론 화덕에 슬어있는 녹 제거 및 방지를 위한 들기름 청소, 철광석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코크스탄이 필요한데 이에 따른 예산 소요도 만만찮은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무쇠 속성상 음식물 조리시 녹물이 나와 위생관리가 쉽지 않은 관리상 문제도 안고 있다. 지금은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해 놓아 열을 가할 수 없어 조리용으로 쓸 수도 없다.

2007년부터는 이벤트마저 중단돼 15년이 넘도록 딱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전시행정과 예산 낭비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안고 처치 곤란의 애물단지가 됐다.

송 군수가 밝힌 대로 6~7떨어진 산막이옛길까지 옮기려면 초대형 크레인과 트레일러 등 대형 이동장비가 필요하고 가마솥 건물 해체 비용 등 줄잡아 2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예산 낭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가마솥 이전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관리부서에서는 이전과 관련해 어떠한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마솥은 쏙 뺀 채 괴산군 전체 84개 관광정보를 안내하는 괴산군청 홈페이지.
가마솥은 쏙 뺀 채 괴산군 전체 84개 관광정보를 안내하는 괴산군청 홈페이지.

 

모텔은 있고 가마솥은 없다

 

괴산 가마솥은 군민 화합의 상징물로써 군민 성금을 모아 만들어졌다. 따라서 활용방안을 잘 찾아 제작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가마솥은 괴산 안방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무시당하고 있다. 그것도 어떻게 해서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괴산군이 발로 차고 있는 꼴이다.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서 가마솥을 검색하면 82개가 뜬다. 세부적으로 게시물 52, 공지사항 22, SNS 5, 문화관광 2, 첨부파일 1건이다. 가마솥 관련 사진이나 설명은 홈페이지 어디에도 없다.

괴산군 홈페이지 문화관광 정보란은 내가 찾는 괴산 테마여행 관광정보 문화행사 축제 여행도우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가 찾는 괴산에는 한눈에 보는 괴산으로, 괴산군 전체와 괴산읍 등 11개 읍·면 등 총 12개 지역으로 나눠 설명과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군 전체를 소개하는 난에는 84개의 가볼 만한 곳이 수록돼 있고 가마솥이 있는 괴산읍엔 67개가 있다. 하지만 가마솥과 관련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음식점, 산책로, 캠핑장, 군수 관사, 농업기술센터 심지어 여인숙, 모텔, 무인텔 등을 사진과 함께 안내하면서 군민 성금으로 만든 가마솥을 없앤 몰염치를 보여줬다. 모텔의 경우 위치, 전화번호, 홈페이지, 객실 수, 구비설비, 편의시설, 객실 크기, 수용인원, 가격, 찾아가는 길과 함께 사진도 4~5장 곁들여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가마솥 실종아무도 몰랐다

 

가마솥이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사실은 담당부서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 괴산군청 공직자는 물론 뜻있는 괴산군민 누구도 가마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믿기지 않은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군민을 대놓고 우롱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괴산 한 주민은 가마솥이 아무리 전시행정과 예산낭비의 전형이라 해도 군민 성금으로 만들어졌으면 활용방안을 찾을 생각을 해야지 군 홈페이지에 소개조차 안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정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을 밝혀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괴산군은 활용방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단지 2007년 임각수 군수 시절 가마솥 활용방안을 놓고 설문 조사한 것이 고작이다. 당시 설문 조사에는 102명이 참여, 54.9%56명이 현 위치 전시를 답했고 17(16.6%)은 옥수수 찧기 등 행사용으로, 15(14.7%)은 철거 매각, 기타 12(11.7%) 순으로 답해 응답자 대부분이 존치를 원했다.

일각에서는 중원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으나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특정 종교 홍보용으로 이용될 소지도 없지 않아 위탁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한편 송 군수가 이전추진을 밝히면서 주민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겠다고 하자 군 홈페이지는 단 한 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지난 124일 김명희 씨 이름으로 작성된 건의 글에는 대형 가마솥을 중심으로 소형 가마솥 박물관 및 가마솥 음식촌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AR이나 VR 이용과 함께 오래된 가마솥이나 다양한 가마솥을 그 쓰임과 함께 전시하고 가마솥의 원료와 제작 과정 설명, 그리고 건강정보를 제공하자고 건의했다.

또 이곳을 중심으로 가마솥 음식점들을 유치해 가마솥 요리축제를 열면 괴산 홍보와 함께 관광객들에게 명소를 하나 더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마솥 요리 이벤트는 초대형 가마솥 대신 그 주위에 이동식 화덕에 가마솥을 여러 개 마련, 직접 요리를 시연토록 해 판매하고 무료로 맛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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