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대기자의 눈] 윤석열과 홍준표, 그리고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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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대기자의 눈] 윤석열과 홍준표, 그리고 김영환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3.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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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대기자
김영이 대기자

"이완용과 다를 게 뭐가 있냐.”

윤석열 대통령의 3.1104주년 기념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사 변화에 준비를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며 일제의 식민지 침략을 우리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3.1절이 뭔가.

3.1절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항의해 자주독립을 외친 선열들의 뜻을 기리는 날이다. 광복절과 다르다. 광복절이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축하하는 경축일이라면, 3.1절은 과거를 기억하면서 더 의연하고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하는 날이다.

기념사 역시 이런 국민적 염원을 담아 일본에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어야 했다. 그런 후에 양국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얘기했어야 했다.

우리가 힘이 있어 일제의 침략을 물리쳤다면 식민지가 되지 않았겠지만, 설령 힘이 없고 준비를 못해 식민지가 됐다 하더라도 독립운동에 목숨 바친 3.1절에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 총탄에 숨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우익들의 수정주의 역사관, 식민지 근대사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닌가.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러니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완용과 차이가 뭐냐,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일본 총리 연설인 줄 알았다, 3.1절 기념사냐 친일절 기념사냐, 통치자의 역사 인식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냐 등등.

3.1절 모독 기념사가 발표된 지 5일 지난 6일 정부는 행안부 산하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피고 기업 배상참여가 빠지고 일본의 사과도 간접사죄형식이다.

이는 결국 불법적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명시한 2018년 대법원 판례를 우리 정부가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야권과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며 즉각 파기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3자 변제안은 반민족 매국행위다. 동냥한 돈 절대 안 받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착각하지 말라. 외교는 이웃 나라와 친목을 다지는 단순한 사교가 아니다고 힐난했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출병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동의는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다간 일본이 북한의 군사적 행동 억제를 명분으로 자위대를 평택이나 인천, 동해안에 상륙하는 건 아닌지 불길한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말이다. 정치 현안에 늘 자기 목소리를 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금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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