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 더하기보다 빼기로 현재에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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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 더하기보다 빼기로 현재에 적응
  • 충청리뷰
  • 승인 2023.03.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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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수집품이나 그림 치우고 단순함과 단정함 추구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오는 새로운 시대 ‘대안숙소’ 정착

료칸에서 본 한국 관광의 미래

*사진: 만추의 정한을 느낄 수 있었던 쿠로가와 온천마을.
*사진: 만추의 정한을 느낄 수 있었던 쿠로가와 온천마을.

일본 료칸(旅館)은 일본이 이룬 문화적 성취 중 하나다. 그래서 '료칸 기행'을 기획하고 이름난 온천마을을 두루 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카드사 프리미엄 회원을 위한 프라이빗(private) 투어를 기획해주는 부티크(boutique) 여행사 한 곳과 콜라보했다. 여행은 경험치의 세계라 여러 고급 료칸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들이 적절한 료칸을 큐레이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료칸 기행을 의뢰하면서 여덟 가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달했다.

한국인의 료칸 비교 우선순위는 음식(가이세키)-온천-객실 순서다. 서비스는 대체로 만족해서 비교 대상이 되기 힘드니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가이세키(일본 전통 화식) 요리 잘하는 곳으로 선정해 달라. 온천에서는 노천온천이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고, 객실에서는 다다미방 여부가 중요하다.

료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연박을 해봐야 한다고 하는데, 이 영역은 개인에게 양보하고, 료칸 여행에서는 표준 료칸과 고급 료칸의 순서로 구성해 보자. 그리고 도심 호텔 1박을 구성해서 오랫동안 일본에 오지 못한 분들이 일본 도심을 즐길 시간을 확보하자.

료칸을 메인 주제로 하고 산책’ ‘사케’ ‘미식'을 부주제로 해서 료칸기행 탐방 지역을 선택하자. 일본 국립공원 제도가 시작된 아소산 지역의 쿠로카와, 시라카와고 등 산촌이 발달한 기후현 온천마을(오쿠히다/히라유), 일본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유자와와 닛코를 가보자.

항공편이 좋은 후쿠오카와 이동 측면에서 가성비가 좋은 유후인과 벳푸에서 일본 료칸을 두루 경험하는 여행을 만들어서 료칸기행의 사관학교로 만들어보자.

Virtuoso, Small Luxury Hotels, Relais & Chateuax 등 럭셔리 숙소 전문 웹사이트에 나오는 고급 료칸을 료칸기행의 파이널리스트로 기획해보자. 호시노야 브랜드의 료칸을 비롯해 베니야 무카유, 아서바 카가야 등의 료칸이 이런 대상으로 추천되었다.

어른의 여행 & 스테이 클럽/트래블러스랩의 기조가 소비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가는 여행이니 오카미상(료칸의 여주인)과의 관계가 돈독한 곳들을 우선 가보자.

계절마다 좋은 료칸이 따로 있으니 시기를 잘 맞춰서 가보자. 쿠로가와 온천마을은 너무 늦게 간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나름 만추의 정한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기후현의 온천에서는 세 가지 좋은 물(마시는 물, 사케 + 몸을 담그는 물, 온천 + 보는 물, 설경)을 감상했다.

일본 료칸의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낸 호시노 그룹의 미니멀리즘을 경험해 보자. 일본 료칸이 어떻게 현대적인 젠(zen, )스타일을 구축하는지 직접 체험해 보자. 그래서 우리 숙박의 미래를 생각해 보자.

이런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온천기행을 진행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일본 료칸계의 전설, 일본 숙박업계의 백종원, 호시노 요시하루가 구축한 호시노 카이브랜드의 료칸이었다. 기존 료칸을 리노베이션한 호시노 카이 카와지와 새로 지어서 요시하루의 철학을 구현한 호시노 카이 키누카와를 가보았다. 기존 료칸에서 무엇을 더했나 궁금했는데 직접 가보니 더한 것보다 뺀 것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료칸에서 예술을 거세했다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이 돋보였다. 보통의 료칸은 오너의 수집품들을 과시한다. 그런 쇼룸이 요시하루에게는 철 지난 트로트처럼 보였던 것 같다. ‘뽕 끼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통기타를 놓았더니 사람들이 스스로 연주를 한다고 할까? 호시노 카이 카와지에는 예술의 자리에 DIY를 구축했다. 로비에 맷돌 몇 개 놓고는 지역 특산물인 콩을 갈아보라 하고 닥종이를 만들 수 있도록 종이를 걸러낼 수 있는 채비를 해놓았다.

그 뺀 자리를 절묘하게 대체하는 것을 보고 무엇을 더 뺐나 찾아보았다. 자판기를 뺐다. 보온병을 뺐다. 방에서 그림을 뺐다. 유카타(집안이나 온천에서 입는 일본 의상)를 뺐다. 정확하게는 생활 유카타로 바꾸고 바지를 입혔다. 이것들을 빼고 자신들의 스타일을 입혔다. 기존 료칸에 비해 훨씬 단정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 료칸 스타일 중 그대로 유지한 것도 있었다. 방 안의 응접탁자. 대욕장의 옷바구니. 탕에서 머리에 얹는 작은 수건(대신 기능성 소재로), 향토 식자재(인테리어로도 활용한다), 다다미, 료칸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유지했다. 더 고급화 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절제했다.

새롭게 들인 것들도 인상적이었다. 웰컴 드링크를 주며 일종의 버틀러 서비스를 구현해 전담 직원이 료칸을 설명했다. 다다미 옆에 마루를 올리고 두꺼운 요 느낌의 매트리스를 놓아 침대를 대체했다. 넓은 소파를 두어 편안함을 주었다. 선물용 보자기를 활용해 손가방을 만들게 했다. 맷돌과 닥종이 체험 등 직접 해볼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호시노 카이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이용자층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료칸 이용자가 고령층과 가족 관광객인 데 반해 호시노 카이의 이용자는 젊었다. 친구끼리 혹은 연인끼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료칸이 전통 숙소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대안 숙소로 각광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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