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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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0
  • 글 : 이재표
  • 승인 2023.03.1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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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배부한 대로, 논의한 대로
연설하는 이어진 의원
연설하는 이어진 의원

오민심 민주시의회 의장의 명성이 차츰 민충북도를 넘어 다른 지역까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추첨제 시의원이 의장이 된 사실을 호기심으로만 다루던 언론들도 민주시의회와 추첨제의 성과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유력일간지 민족일보는 추첨제 민주시의회에만 국한한 혁명인가?’라는 기사에서 완벽한 표본추출에만 성공한다면 추첨제를 국회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추첨제 의원 중에 뛰어난 활약상을 보인 것은 오민심 의장만이 아니었다. 열세 명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벌였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민심 의장은 양당구도의 풍파를 헤쳐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민주시의회에 만연한 ‘~한 대로의 법칙이었다.

조금이라도 첨예한 사안이나 의원 개인이 불편할 수 있는 사안은 주저없이 비공개로 돌렸다. 오민심 의장은 이런 관행을 바꾸려 했으나 이로 인해 불신임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인권조례제정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민주시 기본 인권 조례안2029년에 5,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복지위원회에 부쳤으나. 회의 시작 1분 만에 비공개 조정으로 전환됐다. 1시간 정도 문밖까지 고성이 들리는 등 격론이 오간 듯했으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듯이 공표됐다. 고대로 환경복지위원장이 마이크를 켰다.


민주시 기본 인권 조례안은 이미 배부한 대로 청주시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비공개로 의견조정에 들어간 결과, 조금 전 논의한 결과 대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땅땅땅!”


이미 배부한 것은 의원들과 언론에만 나눠준 것이고, 이미 논의된 결과는 상임위에 들어간 의원들만 아는 것이었다.

중졸에 20대 래퍼인 이어진 의원이 오민심 의장을 찾아와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저간의 사정을 전했다.


여덟 명 중에 세 명은 조례안에 찬성했어요. 저는 고등학교도 안 다녔다고 차별을 많이 받았거든요. 알바를 하러 가서도 무슨 사고를 쳐서 학교를 그만 뒀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제 키가 170cm가 채 되지 않는다고 담배를 피워서 뼈가 삭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

세 명이 찬성했다면 일단 표결했다는 건데 소수 의견은 그냥 무시한 거네요?”

회의를 다시 시작해서 이의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조금 전 논의한 결과대로라며 그냥 넘어가잖아요.”

아니 전국 230여 개 시구 중에 절반 넘는 시군이 다 만든 조례를 민주시 만큼 큰 도시에서 왜 안 만든다는 거야!”


오민심 의장과 이어진 의원은 비밀리에 상임위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회의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내용을 조례안에 찬성했던 의원 한 명을 더 불러서 정리했다. 오민심 의원과 이어진 의원은 이 내용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분명하게 기억이 나거나 메모해놓은 반대 의견의 유형을 공개한다고 했다. 다만 발언한 의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먼저 오민심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민주시의회 의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민주시의원, 아니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니다. 제가 3년 동안 경험했던 민주시의회는 내부 조율이라는 핑계로 밀실에서 많은 것을 결정하고 논의 과정조차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역사적인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려 했고 시민들이 의회에 다가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몇몇 의원들이 난입해 소리를 질렀다.


오민심 의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이 능력으로 의장된 줄 알아? 우리가 싸우다 보니 어부지리로 된 거지!”


다음 차례로 이어진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런 반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 우리 지역구는 민주시에서 노인이 제일 많아요. 인권이니 차별이니 얘기하면 빨갱이 소리 듣습니다.

- 아니 우리가 북한도 아닌데 무슨 인권 타령입니까?

- 솔직히 나는 ○○교회가 등돌리면 낙선이라니까. 지난 예배시간에 목사님이 김 의원은 인권조레 찬성한다면서요라고 물어서 내가 정치인은 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거 아닙니까? 제 마음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그랬다니까!


, 이어진이 내려와!”

악다구니를 치며 마이크를 뺏으려는 이는 고대로 위원장이었다.


*사정상 삽화를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다음 호에 11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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