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는 국가유공자라더니 ‘보기 좋은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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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는 국가유공자라더니 ‘보기 좋은 떡’
  • 김재옥 전문기자
  • 승인 2023.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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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조례 ‘입장료 감면‧우대금리‧못난이김치 제공’ 담겨
정작 육아에 필요한 건 시간 “휴직 마음 놓고 쓸 수 있어야”
일본은 부부동시휴직 가능하고 실질소득 100% 보장 추진

충북도가 임산부를 국가유공자에 준해 예우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과 관련,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충북도는 313일 이 같은 내용의 임산부 예우와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조례안에는 임산부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 문화관광시설 입장료 감면, 금융기관 전용 창구 운영 등의 규정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는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4월 중 임산부 전용 창구 개설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산부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못난이 김치 등 건강 먹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청남대를 활용한 태교 축제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010일 임산부의 날 행사를 확대해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오는 7월에는 태교 지원을 위한 페스티벌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임산부 지원정책이 발표되자 가임기 여성들 사이에서는 허울뿐인 출산 장려정책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두 명의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함 모(43) 씨는 도가 임산부를 국가유공자에 준해 예우한다고 밝힌 지원 규정을 살펴보면 항목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임산부들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할 만한 정책은 없다면서 버스비 몇 푼 아껴주는 것보다 일 가정 양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역 여성보호시설에서 일하는 한 여성활동가는 보호시설에 입소한 임산부들이 보건소에서 철분제나 엽산을 지원받는 것도 관할 주소지 아니면 힘들다면서 충북지역이라도 주소지 관할 보건소가 아니더라도 임산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육아휴직 마음 놓고 쓰게 해야

실제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5.2%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응답한 직장인도 39.6%, ‘가족돌봄휴가도 응답자의 53%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비중은 비정규직에서 58.5%, ‘5인 미만 사업장에서 67.1%,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 60.3%로 평균보다 높았다. 직급별로는 일반사원55.0%, 임금수준별로는 150만원 미만57.8%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세대별로는 ‘20에서 4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둘째는 휴직 안돼 퇴직 선택

육아로 인해 퇴사를 했다는 김 모(39) 씨는 첫째는 육아휴직을 썼는데 둘째는 회사에서 휴직을 보장해주기 어렵다고 해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이 양육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지원금 늘리는 정책보다는 부모가 회사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 등을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정부는 급격하게 떨어지는 출생아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부모들은 육아휴직을 함께 쓰더라도 부부 모두 사실상 원래의 급여를 100%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2030년에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쓰도록 지원한다는 대책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임금의 67%를 보장하는 현행 지원금 제도를 임금의 80%까지 보장하는 쪽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 등 사회보장료 납부가 면제된다. 이 때문에 임금의 80%를 지급하면 실질적으로 휴직 전의 소득을 100% 보장받게 된다.

충북 지역 출생아 수는 20227456명으로 전년보다 734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 증감률 순위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7(-4.8%)에서 14(-9.0%)를 차지했다.

김재옥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20~30대를 동양일보와 (사)밝은세상플러스 착한어린이신문에서 기사를 쓰며 보냈다. 현재 세 명의 딸을 키우며 어린이들에게 독서논술을 강의하고, 영상제작업체 열두달필름에서 영상기획 일도 하고 있다. 연구논문으로 <서정주 시의 불교적 상상력 연구>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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