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어도 끝난 게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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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어도 끝난 게 아니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3.3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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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가경아이파크 5차, 행정구역 강서1동으로 조정되자 반발
청주시 행정구역조정심의위에서 결정, 청주시의회 원안가결

 

청주시 가경아이파크 5차 아파트 전경
청주시 가경아이파크 5차 아파트 전경

 

대규모 개발의 필연
청주시 사례

 

청주시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260개에 달하는 ‘가경아이파크 5차 강서동 편입반대’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 혹은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글을 올렸다. 이들은 왜 강서동 편입을 반대하고 나섰을까?

HDC현대산업개발(주)은 최근 청주시에 가경아이파크 5차 아파트 925세대를 완공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오는 4월말까지 입주한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가경서부지구 도시개발구역에 들어서 가경동과 강서1동에 걸쳐 있다보니 논란이 생겼다. 이미 완공된 가경아이파크 1~4차 아파트는 가경동에 자리를 잡아 아무 문제가 없다. 아울러 앞으로 건설 예정인 가경아이파크 6~8차 아파트도 가경동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그러자 5차 아파트 주민들만 가경동과 강서1동 사이에 끼게 된 것.

청주시는 이렇게 행정구역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0월 11일 행정구역조정심의위원회를 열고 가경아이파크 5차를 강서1동으로 결정했다. 시는 주민들의 의견이 대립되면 조례에 따라 이 위원회를 열고 조정한다.

이어 시는 ‘청주시 구 및 읍·면·동·리의 명칭과 관할구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청주시의회에 올렸다. 상임위인 행정문화위원회는 민원이 많으니 주민들이 입주한 뒤에 의견을 더 들어보고 결정하자며 보류했다. 하지만 청주시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직권상정했고, 본회의에서 찬반토론을 하는 등 한바탕 논란을 벌인 뒤 원안가결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김병국 의장과 갈등 중이어서 공식 의정활동을 하지 않을 때였다.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현재 대다수 아파트 입주자 혹은 예정자들은 청주시 결정에 반발한다. 743세대에 달하는 입주예정자들은 청주시에 가경동 편입찬성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해왔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사례가 종종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 조정기준은 폭넓게 돼있기 때문에 아파트단지 등이 2개 이상의 동에 걸쳐있게 되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먼저 기준을 도로로 할거냐, 하천으로 할거냐에서 의견이 갈린다. 이 때문에 종전처럼 하천을 경계로 하자는 안과 21세기에는 도로가 더 생활권에 부합된다는 안이 충돌한다. (하단참조)

현대산업개발(주)은 2020년 6월 청주시에 최초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할 때 대표 지번을 강서동으로 표기했다. 그러더니 같은 해 12월에는 가경동으로 변경승인 요청했다. 왔다갔다 하면서 아파트 분양공고를 냈을 때는 청주시 가경동 633-5번지 일원에 들어선다고 홍보했다. 그래서 이름도 가경아이파크였던 것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서 출발한다. 건물을 짓기 전에 행정구역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청주시의 행정구역조정심의위원회는 행정구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원회다. 조례상으로는 15~20명으로 구성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위원회에는 총 12명 중 청주시에서 부시장과 실·국장 5명 등 6명이 참석했다. 나머지는 시의원 2명, 가경동·강서1동 통장협의회장 등 2명, 교수 2명 등 6명이다. 시의원 중 한 명은 강서동이 지역구이다. 위원장은 부시장이고 절반이 시 간부들이었다. 더욱이 이 날 회의 중간에 이해관계가 있는 통장협의회장 2명을 나가라고 했다. 

청주시 간부들은 이 날 과거에도 석남천을 행정구역경계 조정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대로 결정이 났다. 가경아이파크 5차 8개 동 중 75%가 강서1동, 25%가 가경동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이는 석남천을 경계로 했을 때다. 도로를 경계로 했을 때는 모두 가경동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편향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그리고 행안부 지침대로 도로나 하천 등으로 인한 토지 구획형태, 생활권, 교통 학군 경제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가경아이파크 5차 주민들은 입주가 완료되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끝났지만 주민들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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