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에 놀란 가슴, 우리는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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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행에 놀란 가슴, 우리는 괜찮은가
  • 백정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4.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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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지표상으론 안전, 정부도 걱정말라고 거듭 홍보
건전성 이면에 숨은 파산의 위험, 소비자는 판단불가
예금자보호제도, 한도 및 상품 최대한 꼼꼼히 따져야
지표로 나타나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이면에 숨은 은행파산의 위험이 무엇인지를 금융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책임은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정부에 있다.
지표로 나타나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이면에 숨은 은행파산의 위험이 무엇인지를 금융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책임은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정부에 있다.

지난달 초 미국 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안전에 대한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국내 인터넷 은행 및 지역 중소형 금융기관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판 은행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파산으로 이용자의 금융자산 반환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을 지급하는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지역 단위 상호금융 이용자들이 위기감에 시달렸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부실 대출 이슈로 문제가 된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7곳의 대출금 피해 문제가 그것.

지역 새마을금고의 예금자 보호 업무를 맡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해당 새마을금고들과 문제의 대출과 관련한 대손충당금 적립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이 문제가 금고 예금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새마을금고 건전성 문제가 미국 은행파산과 함께 조명을 받았다.

전국 1294개에 이르는 새마을금고 이용자들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자신이 거래하는 새마을금고가 물려있지 않은 지, 이용 중인 금고의 자본비율(BIS)이나 유동성은 충분한지 등 회사의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애를 썼다. 더는 미국은행 파산 이슈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자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2일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의 유동성 비율은 금고 전체 108.4%, 100% 이상 금고는 62.9%(1294개 중 814)로 타 상호금융에 비해 높다앞으로 타 상호금융권과 함께 내년 말부터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는 규제를 감독기준 개정을 통해 시행하는 등 더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하다는 말, 믿을 수 있나?

행정안전부가 자산 현황이나 유동성 비율 등에서 문제가 없다며 보도자료를 낸 새마을금고 뿐 아니라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신협 등 예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관련 상태는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내 19개 은행의 자본 적성성 지표인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20229월 말 기준으로 15.86%. 국제회계 기준인 바젤310.5% 이상을 넉넉하게 충족하고 있다.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23개 생명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역시 적정 기준인 150%를 훌쩍 넘는 200.1%이며 19개 손보사의 경우도 205.3%를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58개 증권사 평균 순자본비율(NCR) 역시 718%로 조사됐다.

예금보험공사 금융리스크 리뷰 2022년 겨울호(2023년 3월 2일 발간)
예금보험공사 금융리스크 리뷰 2022년 겨울호(2023년 3월 2일 발간)

부동산 PF 부실 이슈의 진앙으로 거론되는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조차 12.88%로 은행보다는 낮지만 역시 적정자본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건전성 관련 지표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금융위기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실리콘벨리은행의 파산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은행의 재무상태나 외부기관의 평가로 금융기관의 파산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라며 은행이 처한 문제를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릴 때 뱅크런이 발생하지만 뱅크런을 낳은 문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금융회사에 누적되고 곪아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각종 지표로 나타나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이면에 숨은 은행파산의 위험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금융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실제로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책임은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정부에 있는 것이다.


은행,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

경제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예금을 지키는 은행이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은행 위기가 그대로 보여준다. 은행들은 실물경제의 대부자로 보루는커녕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위기가 닥치면 자신의 죽음으로 경고를 대신하는 연약한 경제조직으로 비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최근 은행 위기를 보는 광범위한 불안의 핵심이다.

그런데 실제로 은행의 운영원리를 살펴보면 이런 우려는 절대로 과한 것이 아니다. 특정 은행이 적정한 자본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이 대표적인데 이를 정하는 BIS 산하 바젤위원회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8%였던 이 기준을 10.5%로 상향했다. 10.5% 중 실제 은행의 순수자기자본은 7%를 충족해야 하며, 감독 당국이 자기자본으로 분류하는 뱅크캐피탈 자본 3.5%로 구성된다.

최근 크레딧스위스가 UBS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가 바로 대표적 뱅크캐피탈 상품이다. 은행의 자기자본이 훼손될 경우 뱅크캐피탈의 가치는 급격히 상실되기 때문에 실질적 은행의 자기자본은 결국 은행운용자산의 7%라고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은행은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 중 7%가 손실로 확정될 경우 파산하는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인 것이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은행이 오늘 파산하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실리콘밸리뱅크, 크레딧 스위스를 비롯해 수많은 파산은행은 장기국채, 부동산PF, MBS(주택저당증권) 등 팔기 전까지는 리스크가 유동적인 자산들에 투자하고 있었고, 불안을 느낀 예금주들이 자금인출에 나서자 탄광 속 카나리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파산한 것이다.


예금자보호제도 최대한 숙지해야

현실의 은행은 운용자금 중 7% 손실이 발생하면 구제금융을 받거나 파산하는 구조를 가진 회사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런 은행을 믿고 예금이라는 안전함(?)을 선택한다. 살짝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더라도 이자를 얻기 위해 예금이라는 금융상품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면 비빌 언덕은 은행 파산 시 정부가 은행대신 약속한 한도의 예금을 지급하는 예금보험제도다.

보호 한도는 금융기관별로 예금주 1인당 5000만 원이며 정부는 은행파산 불안 심리가 퍼지자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확대할지 고심 중이다. 금융기관별로 보호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여유자금 1억 원을 1개 은행에 예금했을 경우 5000만 원까지 보호되지만, 2개 은행에 각 5000만 원씩 나눠 예금한 경우 1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는 금융기관들도 원금보장성 예금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자체적인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한다. 새마을금고나 농협, 신협, 우체국 등이 해당한다. 보호 한도는 모두 5000만 원으로 같지만, 유일한 예외는 우체국이 판매하는 원금보장성 금융상품이다. 우체국 예금은 전액을 국가가 보장한다. 금융투자회사(증권사) 계좌에 입금된 고객예탁금도 주식을 사기 전이라면 5000만 원까지 보호된다.

반면, 같은 증권사 계좌라도 파생상품계좌에 입금된 예탁금은 파생상품 계약 전이라도 보호되지 않는다. 이렇듯 같은 금융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에서도 원금보장성 상품이 아닌 투자성 상품이나, 자금의 성격에 따라 예금 보호 대상이 되지 않으니 꼼꼼한 확인은 필수다.

백정현

대표적 풀뿌리신문인 옥천신문 기자, 편집국장을 지냈다. 팟케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 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금융정책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2008년 옥천신문에서 출판한 ‘자전거타고 옥천에서 보물찾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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