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를 둘러싼 잡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같은 당 국민의힘 소속 최정훈(청주2) 충북도의회 의원은 김 지사를 향해 “변명하지 말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김 지사의 산불 현장 대신 술자리 참석으로 비난이 거셌던 것과 관련,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김 지사의 언행은 도민 우롱이자 산불 진화작업 투입 인력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깨끗하게 인정하라”고 일갈했다.
친일파 발언, 산불 당시 술자리 참석 파문으로 곤혹을 치른 김영환 지사의 ‘말’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일단 말이 많은 게 문제고, 그 말을 주어 담는 과정에서 진실성 없이 말장난으로 흐르는 가벼움이 또 다른 말을 낳고 있다.
김 지사는 충북도민을 대표하는 공인이다. 그런 만큼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신중하고, 정제되고, 진실되고, 간결 명료해야 한다. 지사 말 행간의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 도민들이 머리를 싸매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거다.
친일파 발언 대응이 그렇다. 그는 지난달 7일 자신의 SNS에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등 한일정상회담이 굴욕외교라는 비판 속에 그의 글은 파문을 가져왔다. 심지어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장관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 대부분은 친일로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아부성’ 글이라는 지적도 했다.
비난이 일자 그는 “애국 글이 친일로 변해 버렸다”, “반어법 표현을 왜곡했다”, “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되레 당당하게 나왔다.
글을 읽는 사람은 친일로 해석하는 데 그는 아니라고 우기다 파문이 확산되자 억지 사과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손님이 짜다면 짠 거지 거기에 대고 반어법이니, 국어를 모른다느니 하는 것은 도민에게 국어 공부를 가르치려는 4차원적인 접근 태도다.
산불 대응도 이런 식이다. 지난달 30일 제천 봉황산에 불이 나 20여 시간 탔는데 김 지사는 그 시간 술자리에 있었다. 그것도 멀리도 아닌 20여 분 떨어진 충주였다.
이어 지난 2일 발생한 옥천 산불 땐 현장으로 가다가 되돌아왔다. 현장방문이 오히려 진화작업에 혼선과 불편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연이은 친일파 발언과 술자리 파문은 도민들의 자존심을 헤집었고 지사 본인에게도 큰 흠집이 됐다. 더욱이 해명 과정이 ‘쿨’하지 않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자초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수습 태도다. 김 지사는 자신이 옳다는 궤변만 늘어놓다 봉변을 당한 꼴이다.
처음부터 ‘잘못 판단했다. 앞으로는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했으면 깨끗이 마무리됐을 것을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바람에 ‘충북지사’ 격만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