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상대 “몽골 저기압 영향, 2018년부터 다시 강해져”
황사 발생지에 4월 중 비 내리면 풀‧방풍림 움트며 감소
올해 들어 황사에 대한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필자는 중국에 거주하던 2002년 2월 23일 오마이뉴스 쓴 ‘중국 이상 기온 한국도 위협한다’를 시작으로 ‘황사 전문기자’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황사에 집중했다. 실제로 그해 3월 21일 하늘은 누렇게 뒤덮은 초대형 황사가 왔고, 2008년여까지 격년 간격으로 봄철 황사가 우리나라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후 이상하리만큼 황사는 오지 않았다. 필자는 2008년 더는 황사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황사에 관한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황사 근원지 상황
한국에 오는 황사의 원인은 대부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사막들이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 황사의 경우 80% 정도가 중국에서 오고, 나머지가 몽골이나 다른 지역에서 온다. 따라서 황사 근원지는 한국에서 서쪽으로 1500km 정도 떨어진 마오우스(毛烏素) 사막이나 쿠푸치(庫布齊) 사막, 그리고 북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훈찬타커(渾善達克) 사막이었다. 이곳들은 입자가 굵은 모래보다는 사막화 단계에 있는 먼지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반도로 날아와서 봄철 황사를 발생시켰다.
하지만 2008년을 즈음해 3월 말부터 불기 시작하던 편서풍이 불지 않았다. 아무리 사막화 지역이 상황이 나빠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황사는 오지 않는다. 또 바람이 강도가 약하면 중국의 중심부인 베이징, 톈진에는 극심한 피해를 줘도 한국까지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15년 정도 봄철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황사는 상대적으로 우리 머릿속에 지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봄철 바람이 다시 강하게 불면서 황사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 속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예는 4월 10일 오후부터 중국 북부 대부분에 나타난 대규모 황사다. 이번 황사는 헤이룽장성(黑龍江) 하얼빈부터 베이징까지 북반부 대부분을 공습했고, 시민들은 고통을 겪었다. 결국 이 황사는 바람을 타고, 하루 이틀 만에 한국에 날아와 전형적인 과거 모습을 재현시켰다. 12일 오전 서울은 200㎍/m³ 정도, 충청은 250㎍/m³, 전라권은 400㎍/m³대를 기록했다. 이번 미세먼지는 13일까지 전국을 괴롭히다가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황사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가 궁금할 것이다. 일단 앞서 말한 황사 근원지에 비나 눈이 내린다면 상황은 바로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이 지역은 3월 말 정도에는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이후에는 역사적으로 비가 잘 오지 않는다. 그다음 자연스러운 해결책은 4월 말 정도면 방풍림들의 싹이 돋고, 풀들이 자라면서 상대적으로 황사 발생 빈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에도 산불 발생 빈도가 잦은 것도 바람의 영향인데, 황사 발생은 4월 말까지는 언제나 가능한 상황이다.
황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 필요
황사로 인한 피해는 한국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중국에 절대적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수많은 방식을 통해 황사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황사 근원지에 방풍림이나 황사를 막기 위한 방호 작업을 했다.
하지만 네이멍구자치구만 해도 면적이 118만3000km²로 한국의 12배나 된다. 더욱이 연 강수량도 대부분 50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사막화를 막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전(全) 지구적인 온난화로 인해 근원적인 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다만 황사가 우리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근본적으로 최악의 재앙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황사보다는 황사가 지나간 자리에 겨울부터 봄까지 우리를 괴롭혔던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더 큰 문제다. 필자는 ‘미세먼지가 황사보다 무서운 네 가지 이유’라는 기고를 통해 ▲미세먼지가 대기오염의 집합체이고 ▲쉽게 사라지지 않고 ▲때를 가리지 않는 한편 ▲대기가 자정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올해 다시 황사가 불어오기 시작한 것일까? 4월 11일 오전 중국기상대 구이하이린(桂海林) 수석예보관은 “올해는 몽골 저기압에 의한 강한 바람이 주원인인데, 2018년 이후부터 다시 황사가 강해지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구이 예보관은 또 “최근의 황사가 이전처럼 다시 강한 황사를 연례화시키는 정도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당분간은 예년보다는 황사가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중앙기상대의 4월 12일 8시부터 13일 8시까지 황사 예보를 보면 한국의 서쪽인 중국 중북부 전체가 노란색으로 황사의 중급 단계에 있다. 이 황사는 보통 1~2일 후 한국에 도달하는데, 올해는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모레는 좀 나아질 수 있지만, 지속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같은 기간 강수량 예보를 보면 황사 발생지의 남쪽 부분에는 약간의 강수량도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비가 내리게 되면 먼지가 많은 땅을 덮을 뿐만 아니라, 풀들이나 나무가 움을 트는 시기를 당기는 직접 효과도 있다. 이런 상황이 북쪽으로 호전되면 황사 예방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보건의료가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