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을 걷는 충북 출신 이영복 LCT회장
상태바
교도소 담장을 걷는 충북 출신 이영복 LCT회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4.26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시티 비리로 6년 수감생활, 작년 11월에 ‘만기출소’
공무원 명절 뇌물-전망대 사기-분양보증 사기 재판중
‘부산 엘시티(LCT)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지난해 11월 9일, 부산구치소에서 6년 만기 출소했다. 사진=뉴시스
‘부산 엘시티(LCT)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지난해 11월 9일, 부산구치소에서 6년 만기 출소했다. 사진=뉴시스

충북 출신으로 6년여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산 엘시티(LCT)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지난해 119, 부산구치소에서 6년 만기 출소했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 코앞에 101층 마천루를 짓겠다는 엘시티 사업은 고도제한과 교통영향평가로 인해 터무니없는 계획으로 보였지만, 고도제한이 풀리고 교통영향평가마저 약식으로 통과하면서 사업이 승인됐다. 또 군인공제회와 부산은행이 거들면서 자금난도 풀려서 기적처럼 빌딩이 올라갔다. 그리고 6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하지만 또 다른 재판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은 출소와 동시에 다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이영복 회장은 엘시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허위 용역계약 체결 등으로 대출금·신탁자금을 가로채고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등 705억 원을 빼돌리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53000여만 원의 금품을 뿌린 혐의 등으로 201611, 구속기소 됐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법원은 감형의 이유로 피해회사들이 사실상 이 회장의 1인 회사이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엘시티 사업 관계자들에게 현실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36개월에 벌금 2000만 원과 추징금 37300여만 원.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징역 5년에 벌금 1억 원, 추징금 9100만 원이 확정됐다. 이영복 회장의 입에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의 명줄이 달려있다고 했으나 예상보다는 파장이 크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은 자유의 몸이지만 다른 혐의들로 인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어 재수감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는 출소 직후인 지난해 1130,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엘시티 사업 당시 전·현직 공무원 열일곱 명에게 2670만 원 상당의 뇌물성 명절 선물을 제공한 데 따른 것인데, 1심 형량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저해하는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지만, 특별히 청탁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고도제한, 교통영향평가를 뚫고 부산 해운대 백사장 코앞에 들어선 엘시티. 사진=이재표
고도제한, 교통영향평가를 뚫고 부산 해운대 백사장 코앞에 들어선 엘시티. 사진=이재표

엘시티 전망대 사기 1심 무죄

또 다른 재판인 엘시티 전망대 배임,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는 지난해 122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배임, 사기)로 기소된 이 회장과 엘시티PFV 대표 박 모 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9월 청안건설이 엘시티PFV와 전망대 매매 계약을 체결해 6% 수수료를 받기로 했으나 체결 전 용역계약만으로 수수료의 절반인 18억 원을 받아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회장은 또 청안건설 용역계약 체결을 통해 BNK부산은행으로부터 받은 PF대출 200억 원 중 18억 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출한 서류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기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도하는 사업에 청안건설의 역할이 엘시티 전망대 본계약 체결 과정까지로 볼 수 있다. 관련 용역이 엘시티PFV에 손해를 끼치거나 청안건설 이익을 위한 배임으로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내부 규정에 따라 검증이 이뤄졌고 PF대출금 200억 원 중 18억 원이 승인되어 수수료로 지급됐다면 부산은행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나흘 뒤 항소했다.

이영복 회장은 이밖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19000억 원이 넘는 분양 보증을 타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어 넘어야 할 파도는 계속 밀려오고 있다.


괴산 청안이 고향, 청주서 덕성초 다녀

1989년 오션타워로 등장, 다대지구 비리로 첫 구속

 

충북 괴산군 청안면이 고향인 이영복 회장은 청주 덕성초를 다닌 게 학력의 전부다. 신문팔이, 껌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며 잡초처럼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성장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영복 회장이 부산 지역사회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89년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오션타워를 개발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중반 부산판 수서비리로 불렸던 다대지구 개발비리의 장본인도 이영복 회장이다.

당시 동방주택 사장이었던 이영복 회장은 부산8경의 한 곳인 다대동 일대 자연녹지에 4101가구 아파트 개발을 추진해 특혜시비가 일었고, 2년 동안 도피하다가 자수해 처벌받았다. 이 회장이 입이 무겁다는 것은 그때 입증됐다. 해운대구 국회의원을 지낸 김운환 씨가 5억 원을 받고 용도변경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 회장이 입을 닫는 바람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청주 출신으로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Q씨는 이 회장은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이 회장의 인맥관리는 돈과 무거운 입, 정성이라고 주장했다. “술집이나 골프장에서 정·관계 인사나 언론인들을 보면 무조건 이 회장이 계산하는데, 입이 무거워서 이영복이 주는 돈은 받아도 탈이 없다는 말이 돌 정도라는 것.

Q씨는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두 숟가락도 제대로 뜨지 못한다. 그렇게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넘어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