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다? 왕도 왕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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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왕도 왕 나름이다
  • 김민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 승인 2023.05.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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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참으로 오래된 말이다. 하지만 요즘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예전에야 소비자가 판매자(기업)에 비해 월등한 약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우선적인 보호대상으로서 왕처럼 받들어야 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매출을 올려야 했던 기업에서 손님(소비자)을 왕처럼 대접하여 어떻게든 매출을 높여야 했던 상황이 반영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소비자도 무조건적인 보호 대상이기 보다는 정당한책무와 권리를 행할 때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소비자도 윤리소비나 지속가능한 소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과거의 한국소비자보호원한국소비자원으로 변경한 것도 그렇고 소비자보호법소비자기본법으로 변경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관명칭이나 법률명칭 변경이 아니라더라도 우리 주변의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은 손님(소비자) 스스로도, 판매자(기업)도 더이상 동의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가끔 진상이라 불리는 일명 블랙컨슈머에 대한 뉴스를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상점에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점원이 자신을 왕처럼 대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러눕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자신이 잘못 사용하여 고장난 물건을 본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제품 탓이라며 어깃장을 놓고 보상을 요구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상을 주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단어이다. 거래에 있어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악의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그렇다고 물건을 구입하면서 꼼꼼하게 비교하고 궁금한 것은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하며, 판매자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당차게 의사를 표현하는 소비자까지 블랙컨슈머로 불려서는 안된다. 판매자는 귀찮고 까칠해서 응대하기 힘든 손님으로 간주할 수도 있고, 그러한 소비자를 바라보는 다른 소비자들도 되게 따지네... 라며 불편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소비자를 비난하거나 진상 손님인 양 취급하지는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예의를 지키면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는 소비자, 이러한 소비자야 말로 자신의 선택과 거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소비자이고 이런 소비자를 화이트컨슈머(white consumer)로 부른다.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같은 소비자라고 생각해도 틀리진 않겠지만 그저 착한 소비자가 아닌, 정당한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는, 그래서 블랙컨슈머와 같은 소비자가 되지 말자는 그러한 의미가 반영된 용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자. 주변 환경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으로 정치를 하는 왕을 누가 존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존경할 수 있는 왕이 어떤 왕인지만 생각해보아도 소비자로서 어떠한 손님이 되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것이다. 왕처럼 대접받고 싶다면 그만큼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 착한 행동과 정당한 행동은 구분하여야 하며, 부당한 행동과 권리를 옳게 행사하는 행위도 구분하여야 한다. 또한 판매자들도 소비자를 무조건적 떠받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정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왕이 진정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옳고 정확한 정보를 왕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제 스스로 생각해보자. ‘내가 왕으로 인정받을 만큼 품위 있고 정당한 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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