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부르는 ‘콜세권’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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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부르는 ‘콜세권’에 삽니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5.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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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타보면 모르는 청주 ‘바로DRT’ 100일 체험기
오전 6시30분~오후 10시까지 ‘CALL 하면 COOL’
오송서 시범 운행, 옛 청원군 지역 전면확대 임박

DRT 100일간 타보니

수요응답형 버스는 콜버스다. 청주 오송에서 거둔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시 읍면지역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이재표 기자
수요응답형 버스는 콜버스다. 청주 오송에서 거둔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시 읍면지역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이재표 기자

58일 어버이날 아침이다. 월요병 같은 건 없는데도 평소보다 5분 정도 늦었다. 양가 부모님 댁에는 어제 들렀고, 우리집 애들은 아직 발견 전이다. 어젯밤 늦게나 오늘 새벽에 귀가했으리라. 오전 635분에 서둘러 스마트폰을 켜고 청주시 바로DRT’ 앱을 열었다. 목적지는 오송역 버스 환승센터, 출발지는 오송5리 노인정이다.

‘1호 차 4분 후 탑승, 2호 차 15분 후 탑승중에 고르란다. 잠시 망설이다가 15분 후를 선택했다. 옷만 갈아입으면 되지만 4분은 빠듯하다. 앞마당을 점령한 들냥이(들판에 사는 들고양이)’들이 마당에서 시위 중이면 사료를 부어줘야 한다. 지난 2월부터 석 달여 DRT를 이용하는 동안 버스가 먼저 와서 기다린 적도 두 번 있었다.

바로DRT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츨발 시간을 선택하라고 나온다. 서비스 개시 시간에 접속하면 우리집에서는 4분 만에 출발이 가능하다. 사진=앱 실제 이용화면 갈무리
바로DRT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츨발 시간을 선택하라고 나온다. 서비스 개시 시간에 접속하면 우리집에서는 4분 만에 출발이 가능하다. 사진=앱 실제 이용화면 갈무리

우리집은 사방이 지평선처럼 보이는 구() 오송 들녘 한복판에 있다. 조치원과 청주 동부종점을 오가는 502번이나 오송에서 청주 정하동으로 가는 511번이 수시로 다니는 큰길에서 좁은 농로를 따라 1.6km를 들어와야 한다. 큰길까지 나가는 게 문제였다.

아내와 큰아들은 당당하게 자기 명의의 차를 끌고 다닌다. 공익근무를 하는 둘째와 내가 경차 한 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내가 뚜벅이+시내버스를 선택했다. 술 마시는 날이 많고, 시내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아무나 타는 게 아니다. 물론 DRT가 없었다면 결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DRT 앱을 깔고 이용을 시작한 것은 2월부터다. 버스를 집 앞까지 부르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바로 배차가 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기우였다. 남아있는 고민은 기껏해야 4분이냐, 10여 분이냐를 선택하는 게 전부다. ‘점심 뭐 먹을까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DRT는 노선버스에서 소외된 지역을 배려한 콜버스다. 그래서 레드존과 그린존으로 나뉜다. 안개를 뚫고 호출한 시간에 정확히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재표
DRT는 노선버스에서 소외된 지역을 배려한 콜버스다. 그래서 레드존과 그린존으로 나뉜다. 안개를 뚫고 호출한 시간에 정확히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재표

이날(8)은 주말 내내 비가 내려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했다. 버스가 들어오는 게 보이지 않아 불안했으나 DRT는 안개를 뚫고 수요에 응답했다. ‘바로DRT’수요에 바로 응답한다‘Demand Responsive Transit’의 약자다. ‘나무위키에는 2015년 전라북도가 시초라고 나온다. 물류교통과에 근무하던 류창남 교통전문위원이 고안했단다. 어디가 원조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건 빨리 배워서 지역 맞춤형으로 적용하면 된다.

청주는 2022105일부터 오송역이 있는 오송읍에서 시범운행 중이다. 부르면 오는 콜버스를 중심으로, 옛 청원군 시절의 노선 공영버스로 일부 보완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방식이다.

현재는 르노삼성 마스터 13인승 버스를 개조해서 만든 1~3호 차와 청원군 시절의 콤비버스 4호 차가 다닌다. 100일 동안의 탑승과 관찰의 결과로 알아낸 정보다. 오송은 성공했다. 초기 하루 50명이 탔는데 지금은 180명이 탄단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84.9%만족했고, 기존 노선에 비해서도 64.8%개선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곧 열일곱 대를 추가로 도입해 청원구 내수-북이 상당구 미원-낭성 서원구 남이-현도에서도 운행을 시작한다. 6월에는 청원구 오창 상당구 가덕, 문의 흥덕구 강내, 옥산까지 운행함으로써 읍면 지역을 모두 커버하게 된다. 상당구 남일면은 중심도로에 접해있어서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현재 운행 중인 삼성르노 버스는 13인승인데 10인승으로 개조했고, 승하차 문 앞에는 인형을 앉혀 실제 9인승이다.
현재 운행 중인 삼성르노 버스는 13인승인데 10인승으로 개조했고, 승하차 문 앞에는 인형을 앉혀 실제 9인승이다.

들여오는 버스는 현대 솔라티 15인승이란다.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르노 13인승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다. 현재는 조수석 등을 제거해 10인승인 상태에서, 승하차하는 자동문 앞자리에는 인형이나 여행용 가방을 앉혀서 실제는 9인승으로 운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대개 혼자 탔고, 두세 명이 타서 다른 사람의 목적지를 경유한 적도 두어 번 있다.

어쨌든 DRT를 탈 때는 늘 감사함과 송구한 마음이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데 응답이 없으면 죄지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8일이 그랬다. 93호 차 기사 아저씨(나보다 연상이 분명해 보였다!)랑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둘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덕에 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예전 공영버스 시절보다는 확실히 힘들다고 했다.


콜이 많아서 힘들어요. 오전 630분부터 낮 12시까지 네 명, 12시부터 밤 10시까지 네 명 이렇게 여덟 명이 교대로 일하는데, 우리도 쉬는 날이 있어야 하니까 예비기사 두 명까지 해서 모두 열 명이 교대로 오송 DRT를 탑니다. 오전 근무는 5시간 반, 오후는 10시간이지만 출근 시간에 워낙 바쁘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때문에 낮이 되면 몽롱해져요. 그래서 오전 근무가 훨씬 더 힘듭니다.”

 

레드존에서는 그린존으로만 그린존에서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사진=사진=앱 실제 이용화면 갈무리
레드존에서는 그린존으로만 그린존에서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사진=사진=앱 실제 이용화면 갈무리

오송읍 안에서는 어디든 다니지만 대형 아파트단지에서는 호출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레드존에서는 그린존으로만, 그린존에서는 어디로든이라는 안내 문구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게 요금이 500원이잖아요. 청소년은 400, 초등은 200원이에요. 아파트단지 한 군데서만 불러도 DRT는 바닥나요. 그러니까 큰 버스 다니는 주변은 아예 호출 불가이고, 주요거점인 레드존에서 레드존으로는 이용할 수 없어요. 손님처럼 오지(?)에 사는 분들은 운행범위 안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 오지가 그린존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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