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국외연수 선례 있으나 일반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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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국외연수 선례 있으나 일반화 실패”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5.18 15: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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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인맥  활용 ‘쪼개기’ 계약, 주관 여행사 편법 선정
지역자치컨설팅‧해외섭외력 갖춘 ‘전문업체에 맡겨야’
상임위‧정당‧지역 떠나 ‘공부모임’에도 기회 제공해야
*사진: 이숙애(왼쪽) 전 충북도의회 의원, 박진희 의원과 바람직한 국외연수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진= 박미라 전문기자
*사진: 이숙애(왼쪽) 전 충북도의회 의원, 박진희 의원과 바람직한 국외연수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진= 박미라 전문기자

국외연수, 이대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전현직 충북도의회 의원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1011대 재선 의원을 지냈고, 11대 당시에는 교육위원장으로 전설(?)의 덴마크독일 연수를 주도했던 이숙애 전 의원이다. 다른 한 사람은 12대 초선 의원으로서 지난 3, 국외연수 중 동료 의원(박지헌)의 일탈로 물의를 빚었던 건설환경소방위원회(이하 건소위) 소속 박진희 의원이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일반여행사로는 안 된다. 의원들의 각성도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회 국외연수에는 외유성(外遊性)’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1991년 지역자치를 다시 시작한 이후로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잊힐 만하면 국외연수 관련 사고가 터졌다. 충북은 이 분야에서 단연 원톱(One top)’이다.

20085월에는 충주시의회 의원들이 태국의 성매매업소에 들어가는 장면이 KBS 시사프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혹시나하고 따라갔는데, ‘역시나하고 걸려든 사례다. 20177월에는 청주에 물난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유럽으로 우중 국외연수를 떠났던 도의회 의원들이 중도 귀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학철 의원이 현지를 연결한 인터뷰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우리 국민들이 레밍(나그네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했던 국외연수를 재개한 20233월에는 박지헌 충북도의회 의원이 유럽으로 가는 항공기 안에서 술을 마시고, 승무원과 주변 승객들에게 볼썽사나운 추태를 부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의원은 호텔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기 60만 원을 변상하기도 했다.

급기야 충북도의회는 징계로 인한 출석정지 기간에는 의정비를 주지 않는 일명 박지헌 방지 조례를 만들었지만, 소급 적용은 아니다. 여론의 질타는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생각하는 선출직들이 적잖다.

지역의회의 모든 국외연수는 외유성이고, 예산 낭비일까? 애석하게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려는 의원들의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다. ‘외유의 인력(引力)’으로부터 벗어나 중력(重力)’을 거슬렀던 국외연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반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특별했던 그 연수를 일반화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걸까?


전문 컨설팅이 필요하다

충북 지역의회가 떠났던 국외연수 중에 전설로 회자(膾炙)하는 두 차례 연수가 있다. 2011년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영국 런던으로 다녀왔던 국외연수와 2018년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덴마크독일로 다녀왔던 국외연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미토리(dormitory, 공동숙소)에 묵으면서 한 도시를 탐구하는 방식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연수에는 모두 윤송현 전 청주시의회 의원이 개입했다. 2011년에는 현역 청주시의회 의원이었고, 2018년에는 코디네이터로서 여행사 없이 전 일정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숙애 전 의원은 여행사가 개입하지 않아 관광지는 일절 들르지 않았다. 윤송현 전 의원이 현지에서 박사 과정 중인 유학생을 물색했고, 그 사람이 다시 현지 기관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연수를 준비해서 바라던 연수목적을 모두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진희 의원도 일반여행사로서는 국외연수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건소위 연수는 의원이 추천한 여행사 중에서 가격을 비교해서 고른 여행사에 맡겼다. 현지 섭외가 서툴러서 일정이 펑크 나기 일쑤였다. 전문업체나 기관이 아니고서는 국외연수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박진희 의원은 또 “2000만 원 이하 수의계약으로 만들기 위해 전체 경비가 아니라 의원 건건이 분할 계약하는 편법을 쓰는 것도 문제다. 전문업체에 한정해 공개경쟁 입찰에 의한 협약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표사전준비 철저해야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배울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출발 전 사전모임을 충분히 갖는 것은 필수다. 이숙애 전 의원은 김학철 사건 이후로 언론과 시민사회 등에서 제대로 하나 두고 보자는 감시의 눈초리가 만만치 않았다. 계획단계부터 보고서까지 의원들이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의원은 수첩에 연수 전 과정을 기록했고, 페이스북에 하루하루를 보고해 화제가 됐다. 덴마크와 독일의 민주시민교육과 평화교육, 독일의 통일교육 등에 대한 생생한 연수결과는 물론이고, 당시 행복씨앗학교를 준비하던 충북도교육청에 대한 정책제안을 70쪽 분량의 보고서에 담아냈다. 이 전 의원은 지금도 이 보고서를 보면서 느꺼워한다.

박진희 의원도 건소위의 사전준비 과정 역시 완벽했다고 했다. “12대 들어 첫 연수였기 때문에 모범사례를 남기려고 했다. 다들 초선이어서 더 의욕이 넘쳤다. 몇 번이나 사전모임을 갖고 유럽에서 방문할 기관과 유사한 국내 기관을 미리 방문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져서 지금까지도 다들 애석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두 의원은 사전에 나눠준 자료를 예습한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은 현지에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고 싶은 의원끼리

두 의원은 연수계획을 철저히 짜고 전문가들로 구성한 위원회에서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런 사전 절차가 반드시 성공적인 연수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숙애 전 의원은 “100년 된 집에서 민박하며 연수단 아홉 명과 주인 가족 네 명이 두 개의 화장실을 쓰기도 했다. 하루 2만 보를 걷는 연수 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원들은 예전의 국외연수와 비교하며 불평불만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진희 의원은 사실상 여행 일정이 끼다 보니 자부담이 200만 원 정도 들었다. 여행도 아니고 연수도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 났고, ‘국외연수를 폐지하라는 주장에도 공감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기관(또는 업체)의 연수컨설팅과 함께 기꺼이 공부하겠다는 의원들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두 의원은 모든 연수를 상임위 단위로 묶을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의원끼리 여러 차례 국내에서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국외연수까지 다녀오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10여 년 전의 사례지만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가 지역과 정당을 초월해 1년여에 걸쳐 연수 기획부터 사전학습을 거쳐 연수를 진행한 뒤 보고대회, 단행본 발간 등의 성과를 낸 것은 좋은 선례(先例)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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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 2023-05-18 16:54:15
관광하지 않고 공부하러 다녀오시는건 당연한 거라 생각되구요
의원해외연수가 성공한 연수가 되려면 과정도 중요하지만 연수 이후의 결과물 활용과 성과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해외연수의 경험이 의정에 어떻게 반영되었고 시민들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가 성공한 연수의 판단기준이 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지난해 청주시의회의 묻지마관광연수를 보며 바람직한 의회연수추진 매뉴얼을 만들어 청주시의원 몇분께 직접 제안했으나 '무시'로 일관 하더라구요. 감히 말씀드리면 작금의 지방의원님들은 해외연수를 잘하고 싶은 의지가 없습니다. 그냥 내가 쟁취한 의석의 전리품 쯤으로 생각하시는것 같아요. 분명히 지난번처럼 초정행궁 활성화를 구실로 베르사이유 궁전에 놀러가는일....결과보고서 베껴쓰는 일...그런짓거리 또 나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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