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언론장악 1년 ‘독특하고 일관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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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권 언론장악 1년 ‘독특하고 일관되게’
  • 변상욱 전문기자
  • 승인 2023.05.18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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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싸움 건 뒤 재정 압박하고 공공성 해체 시도
현업단체 주최 토론회는 단 6개 회사 보도에 그쳐
대통령 관련은 ‘이렇게 말했다’와 ‘이렇게 했다’뿐
펜은 칼보다 강하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언론 스스로 먼저 독립적이어야 하며 오로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언론 스스로 먼저 독립적이어야 하며 오로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여러 집단의 평가가 등장하고,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고 있다. 몇 개의 평가를 인용해 보도한 언론 기사 현황을 살피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언론의 취재 관행과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윤석열 정권 1, 추락하는 언론자유긴급토론회> 이것은 511일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한국영상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가 주최한 토론회 주제다. 언론사 노조와 각 직능단체가 함께 마련한 이 토론회를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본다.

<정권, 독특하면서도 일관된 언론장악 프로젝트 진행> (기자협회보)

<윤석열 시대에 부메랑이 된 언론 신뢰도 하락> (미디어스)

<윤석열 정부 1년 언론장악 프로젝트는 어떻게 가동됐나> (PD저널)

<정부 1, ‘소통내세우며 불통으로 지냈다> (UPI 뉴스)

<언론단체 정부 2년 차, 정파성 대신 원칙으로 언론자유 지켜야”> (KBS)

<윤석열 정부 미디어 정책 1년 보니···“언론장악 프로젝트”> (경향신문)

포털 다음을 통해 검색되는 기사는 이 6개 언론사의 보도가 전부이다. 한국 주요 언론 종사자가 소속된 주요 언론단체가 모두 나선 토론회의 보도임에도 언론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기자협회보와 PD저널은 토론회를 주최한 기관의 매체이고 KBS는 산하의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UPI뉴스 역시 소속 기자가 발표자로 나섰는데 해당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인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을 취재했다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토론회와 특수관계가 형성된 언론사를 제외하면 미디어비평 전문매체인 미디어스경향신문’ 2곳만이 자발적 취재로 보도한 셈이다. 보도가치가 낮았는지 정파적 이유에서 동료 언론에 외면당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독립적이어야 독립성 지켜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현업언론단체 주최로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토론회가 열렸다.사진= 한국기자협회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현업언론단체 주최로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토론회가 열렸다.사진= 한국기자협회

이준형 전국언론노조 전문위원은 윤석열 정권이 1단계: 언론장악 전력 인사기용과 관변단체 급조 2단계: 싸움 걸기 3단계: 법과 질서 전략 4단계: 재원 구조 압박과 공공성 해체 시도 등 총 4단계로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한국 언론과 정치 권력 사이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정치 권력 쪽에서만 찾는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어떤 의미에선 언론이 가장 치열한 정파적 갈등의 전선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결국 언론이 정치 권력의 통제나 소비자들의 폄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높은 품질의 보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언론 스스로 먼저 독립적이어야 하며 오로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윤석열 정부 1년의 언론대응이 단계적으로 언론 폄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단체 대통령 엄호

또 다른 평가를 살펴보자. 바른언론시민행동과 공정언론국민연대는 공동으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30대 가짜뉴스를 선정·발표했다. 이들 단체에는 방송사 복수노조 가운데 보수성향 노조와 보수진영의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공정미디어연대, KBS직원연대, KBS노동조합, KBS공영노동조합, MBC노동조합, 바른언론인모임, 공정방송을걱정하는시민의모임, 자유교육연합, 자유기업원,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유튜버 젊은시각 등이다.

이들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만찬 식당 이름이 일광인 것을 두고 욱일기가 떠오른다고 한 보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했다는 보도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괴담 마약과의 전쟁, 정치적 의도 있다 윤 대통령 날리면발언 의혹 등을 심각한 가짜뉴스로 선정했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한 더 워스트 뉴스 페이커(the worst news faker)’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 TBS 진행자 김어준 씨를 꼽았다. 이 단체의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는 진보성향의 편향된 언론들에 의해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내용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언론은 25개 정도다. 언론계에서 대표성을 가진 주요 단체들의 지난 1년간 언론 상황 진단에 대한 보도기사는 6, 이 단체들을 좌편향이라 비판하고 있는 단체들의 기자회견 보도기사는 25개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MBC가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보도했다며 MBC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다른 국내언론들은 물론이고 AFP 등 외신에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됐다. 사진= MBC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부는 MBC가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보도했다며 MBC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다른 국내언론들은 물론이고 AFP 등 외신에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됐다. 사진= MBC 화면 갈무리

전문가그룹 평가 낙제점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는 또 다른 전문가 대상의 조사와 이를 보도한 언론의 행태를 살펴보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전문가 평가를 실시하고 51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다. 이 조사는 414일부터 20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교 유관 분야 교수 345명이 참여해 이뤄졌다. 조사명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전문가 평가 설문 조사.

종합평가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7.5매우 잘못했다’, 9.0잘못했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평가가 76.5를 차지한 것이다. 평가를 백분위로 환산한 점수는 21.16점이다. 역대 정부 1년에 대한 전문가 종합평가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점수는 문재인(73.08), 박근혜(37.40) 정부보다 낮았고, 24.52점을 받은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내용을 근간으로 하는 경실련의 교수 설문 조사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는 모두 30곳이다. 우리나라 신문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할 때 5397(종이신문 1313, 인터넷 4084)이다. 여기에 방송사를 합치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는 5500여 곳에 이른다.

보도 숫자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은 다수 언론의 방관과 침묵, 우호적 두둔 속에 안주해 있다. 권력과 의사결정 과정이 대통령실에 집중되고 관료의 복지부동과 권력자 측근의 세가 강할수록 언론의 대통령실 감시기능은 치열하고 날카로워야 한다. 대통령의 퇴임 후 구속 및 기소라는 불행한 사태는 언론의 나태함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실, 입체적 취재해야

이런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대통령 및 대통령실을 취재보도하는 언론의 문제점과 과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대통령은 취재원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객관화시켜 검증하고 따져 물어야지 절대화시켜선 안 된다. 우리 언론의 대통령실 보도는 대통령 1인에게 집중돼 있고 대통령의 언동(言動), 동선(動線)에 의존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대통령이 이렇게 했다두 가지 기사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이 밀고 나가는 정책, 대통령의 결정을 끌어낸 핵심 측근과 그들의 의도, 주변 세력들과의 관계와 이후 전망, 해당 부처의 반응과 전문가들의 의견분석 등이 소상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실 보도는 정책기사의 비중이 작고 대신 일상 업무나 인사에 관한 기사 비중이 높다.

둘째 대통령실 취재는 입체적이어야 한다. 대통령과 홍보수석, 그리고 기자로 이어지는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취재 보도 메커니즘으로는 국정 운영의 그림을 그려 전달할 수 없다. 대통령실 브리핑은 보도할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과정, 그 구조와 메커니즘을 따져 묻는 자리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등 근무자의 업무 분담과 연락처는 기자단에게 공개돼 문제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취재가 허용돼야 하고 시도돼야 한다. 누구에게 어떤 질문조차 던지지 못하고 탐문도 허용되지 않는 대통령실 취재란 부끄러운 일이다.

셋째 대통령실 취재는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 대통령실 취재기자가 국정의 모든 분야를 꿰고 있을 수는 없다. 대통령이 참모를 배석시키듯이 대통령실 취재기자도 파트너를 동석시키거나 최소한 해당 부처에 대기 시켜 놓고 대통령실의 발표를 부문별로 분석해 보도해야 한다. 그저 이렇게 발표하더라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외신보다 못한 취재원 접근

대통령실 취재도 부문별로 나누어 대통령실의회, 대통령실외교안보, 대통령실경제, 대통령실대국민소통 등 취재기자가 나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런 업무 분담이 없으면 대통령실 취재기자는 깊이 있는 분석기사를 내놓지 못하고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받아 쓰는 교대 근무자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 신문의 대통령 보도와 한국 신문의 대통령 보도에서 취재원의 차이점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한국과 미국 대통령 기사의 취재원’, 김지현·김창숙·이나연, <한국의 대통령 보도>. 이화여대 출판문화원) 일단 분량에서 조선일보 2.69, 한겨레신문 2.35, 뉴욕타임스 7.85개로 나타났다.

여기서 더 주목할 것은 기사 한 건 당 등장하는 실명의 취재원은 뉴욕타임스가 평균 6, 조선일보는 1.6, 한겨레신문은 1.5개이다. 그만큼 투명하지 못하고 소신껏 발언한 내용이 아님을 가리킨다.

결론하자면 대통령실 취재기자는 주요 언론단체의 긴급토론회, 경실련의 전문가 평가, 보수단체의 가짜뉴스 규정 내용을 들고 찾아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을 끌어내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여론과 전문가, 언론과 동떨어진 구중궁궐이 아니다. 대통령도 봉건 군주가 아니다. 두드리고 밀치고 들어가 묻고 따지고 답을 구해 오는 것이 언론의 책무이다. 언론만이 해낼 수 있는 이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결국 열린 민주주의의 적인 것이다.

●변상욱

CBS 퇴임 이후 언론판에서 주가가 더 올라 섭외 1순위로 꼽히는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군사정권이 CBS의 보도기능을 박탈한 시절 PD로 입사해 프레스카드 없는 무자격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이후 CBS 보도국 대기자로 여러 뉴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고,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를 맡기도 했다. 저널리즘과 철학을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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