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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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9화
  • 이재표
  • 승인 2023.05.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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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민주1번지 힙문로 신화

오민심 시장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만 하더라도 민주의 원도심(原都心)은 일제강점기 읍성이 있던 속칭 본정통한 곳뿐이었으니 그야말로 ‘One도심이었다. 당시 본정통에는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있었다. “본정통에 가면 개들도 5000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니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상인들의 인심도 후했다.

본정의 유래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격 흥정이 가능한 곳이라서 본전(本錢)’에 살 수 있어 본전통이 됐다는 꿈보다 해몽을 믿기도 했다. 오민심 시장이 스무 살이 되던 1995년에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한다면서 친일 청산 운동이 벌어졌고, 그제야 본정(本町)이 일제강점기 때 중심도로인 혼마치를 부르는 말이라는 게 널리 알려졌다. 일정목(丁目)부터 오정목이라고 부르던 정목은 초메였다.

본정통은 일제가 부순 읍성 안에 있던 길이니 성안길로 부르자고 했다. 해방 이후 기차역 부근에 유곽(遊廓)이 들어섰던 오정목은 도로를 덮기 전의 하천이 디딜방아 모양으로 흐른다고 해서 옛 지명 방아다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과거 성문 밖이었던 성안길 북쪽의 저잣거리는 조선 후기부터 상설시장이 있고, 오일장도 서던 곳이었다. 지금도 약전, 목물전, 싸전, 피전 등의 지명이 남아있는 이 남문로 일대는 시대극 촬영도 가능한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오민심 시장은 이 일대를 구도심 재구성의 근거지 청춘민주1번지로 만들기로 했다.

20여 년 동안 이곳에 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며 다섯 개 구역을 승인했으나 지주들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진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했다, 그것도 문화재와 거리가 가까워 15층 이내 480세대만 짓기로 했다. 오민심 시장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던 남문로 원도심 일대 9만여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다시 지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로나 공원 등 공공기반시설 비용으로 국비 150억 원과 도비와 시비 50억 원씩 모두 250억 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청춘민주1번지를 조성하기 위한 민주시민 100인 원탁회의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했다. 도시계획전문가, 건축사 등 전문가들과 인근 냇물 건너에 있는 민주대학교의 건축과 미술과 교수, 학생들도 참여시켰다. 앞으로 이곳에 입주를 희망하는 청년, 신혼부부, 노인들을 비롯해 상업지역인 이곳에서 장사하겠다는 청년 상인들도 모집했다. 마침내 원탁회의가 열렸다.


민주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첫 사업으로 청주민주1번지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원도심에 고층아파트를 짓지 말자고 한때 고도제한까지 뒀다가 지난 시장 때에는 이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습니다. 묶었다가 풀었다가 그렇게 20여 년이 흘러갔지만,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난개발을 막고 사랑과 온정이 넘치는 도시, 창의가 빛나는 민주시를 만들라는 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문로 인근에 있는 칠거리 시장은 노점과 일반상가가 어우러져 상생의 상권을 형성한 좋은 예로 꼽히는 곳이었다. 1960년대 말부터 일반상가 앞에 난전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품목의 다양성 꾀해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인도는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가 됐고 아침나절에는 차도까지 봇짐장수들이 내려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노점상들의 모임인 새벽회에서 자구책을 내놓았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산에서 꺾은 나물, 냇물에서 잡은 것들을 파는 노점들을 현재 칠거리 큰길 가에서 남문로 구도심 상가 쪽으로 철수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촌로들이 남문로 옛 공설시장 쪽에 보따리를 풀겠습니다.”


청년상인들이 이에 호응해 남문로 옛 상업지역을 힙(Hip)힙문로로 만들겠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시내버스에 싣고 온 보따리를 다시 싸지 않도록 우리가 떨이하겠습니다. 그 재료를 요리해 힙문로 먹자거리를 만들겠습니다. 먹자거리는 오후 6시에 개장해 밤 12시까지 운영하고 사라집니다. 힙문로 매직을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오민심 시장은 250억 원의 지원금으로 노점이 들어설 거리를 정비하고 쌈지 공원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을 곳곳에 만들었다. 기존 건물들을 활용해 커뮤니티센터와 창고 등의 시설도 마련했다.

*다음 호에 20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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