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발전 ‘안산은 양지, 청주는 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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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발전 ‘안산은 양지, 청주는 음지?’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5.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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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1호기 건립하고, 도시계획 조례 막혀 답보
안산 민관거버넌스로 전국 최고의 ‘메가급 발전’

프롤로그-태양을 피하는 충북햇빛을 낭비한 죄

안산 상록수 체육관 지붕에 있는 햇빛발전 3호기
안산 상록수 체육관 지붕에 있는 햇빛발전 3호기

가수 비도 노래 <태양을 피하는 법>에서 태양은 피할 수 없다고 시인한다. 가사의 앞뒤만 바꾸면, “너를 너무 잊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는 것처럼이다. 태양은 피할 수 없다.

쏟아지는 햇빛을 에너지로 바꾸는 일은 인류의 미래다. 인류의 멸절을 따지는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대한민국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는 내일의 이야기다. RE100은 막힌 통로를 여는 주문 열려라, 참깨와 마찬가지다. 아니면 문은 열리지 않고, 값비싼 탄소 국경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경기도는 쏟아지는 햇빛을 모으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충북은 햇빛을 낭비하고 있다. 이쯤 되면 햇빛을 낭비한 죄를 물어야 할 판이다. 책과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빠삐용>에서 살인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복역 중인 주인공이 꿈속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때 재판관들이 선고한 죄명은 시간을 낭비한 죄. 빠삐용이 기를 쓰고 탈출한 이유다.

태양을 피하는 충북에게, (위정자들의 꿈속에라도 나타나서) 햇빛을 낭비한 죄를 물어야 할 때다.


청주에너지시민협동조합이 5월 19일, 안산 햇빛발전 성지순례에 나서서 반월국가단지 공영주차장 발전시설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주에너지시민협동조합이 5월 19일, 안산 햇빛발전 성지순례에 나서서 반월국가단지 공영주차장 발전시설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햇빛발전의 성지는 경기도, 그중에서도 안산시다. 민간이 주축이 돼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안산시로부터 적극적인 부지 제공과 행정 협력을 끌어내는 등 협치(協治, governance)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이창수)’은 소규모 발전의 한계를 넘어선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초 조합을 만들고 그해 521, 첫 발전소를 준공한 뒤로 10년 동안 무려 41곳의 발전소를 세워 메가급 발전 역량을 갖추고 있다.

202112월 가까스로 1호기를 건립한 뒤 더는 허들을 넘지 못하는 청주에너지시민협동조합이 519, 안산 성지순례에 나섰다. 조합 관계자뿐만 아니라 청주시 공무원을 비롯해 햇빛발전이 궁금한 시민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충청리뷰도 수첩을 들고 시찰에 동행했다.

이날 함께 본 장소는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공영주차장 시화호수로 자전거도로 상록수체육관 등이다.

공무원들은 주차면적 감소를 죽기보다 싫어하죠. 그런데 주차장 면적이 훼손될 리가 없습니다. 주차면 밖에 기둥을 박으면 되니까요. 지붕이 아니라 기둥 면적만큼만 점용료를 냅니다. 태양광 패널 지붕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눈비를 가려주니까 오히려 기관에서 고마워합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1차 견학지인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공영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항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경영지원본부장은 충북(청주)의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농지나 임야에 설치하는 태양광 시설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주차장과 건물 옥상 등이 최적의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는 도시계획 조례에 가로막혀 있다. 도로에서 100m 이내에는 햇빛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이와 달리 경기도는 몇 개 군을 제외한 도시지역에는 거리 이격에 관한 규제가 전혀 없다.

반월단지 공영주차장에는 20224월에 준공한 26~29호와 20227월에 준공한 30~32호 발전시설이 있다. 주차장이나 옥상은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생각하는 장소다. 조항오 본부장이 시찰단을 안내한 다음 장소는 시화호수로에 있는 자전거도로를 덮은 지붕 발전시설(34~37)과 천변 경사면에 있는 발전시설(42~44)이었다.


자전거도로 지붕 시민들 설치 반겨

조항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경영지원본부장은 “행정기관은 여기저기 다 하자며 제안하지만, 이제는 조합에서 가능한 곳, 수익성이 나오는 곳을 먼저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항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경영지원본부장은 “행정기관은 여기저기 다 하자며 제안하지만, 이제는 조합에서 가능한 곳, 수익성이 나오는 곳을 먼저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항오 본부장은 자전거도로의 경우 시민들은 그늘이 생겨 너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곳은 도로라서 태양광 패널 설치가 쉽지만, 도시공원법 시행령은 태양광을 전원 설비로 간주해 공원 내 자전거도로는 설치에 제약이 있다며 대통령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견학 장소인 상록수체육관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얹었다. 조 본부장은 “20173호 발전시설을 상록수체육관 지붕에 얹을 때만 하더라도 천정에서 비가 샐 수 있다고 염려하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우리가 방수 관리를 하기로 하고 시설을 만들었다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고 우리가 지붕 전체를 관리하니까 오히려 행정기관에서 설치를 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은 여기저기 다 하자며 제안하지만, 이제는 조합에서 가능한 곳, 수익성이 나오는 곳을 먼저 선택하는 상황이라는 것. 조 본부장은 실제 일조시간이 서너 시간만 나와도 수익성은 나온다그래도 더 높은 곳이나 민원이 나오지 않을 곳을 먼저 고른다고 귀띔했다.

이날 견학을 기획한 유영아 청주에너지시민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공무원과 관련 업체는 물론이고 시민들이 민관거버너스로 참여한 견학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자전거도로 발전시설의 기둥 재료로 사용한 독일의 필라멘트와인딩기법 등은 청주에 적용하고 싶을 만큼 보기에 좋고 성능도 탁월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영아 사무국장은 특히 햇빛발전의 선진지인 안산의 시설을 둘러봄으로써 햇빛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햇볕은 쨍쨍 햇빛발전도 활짝
안산, 조합원 1496발전소 41출자금 49억 원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햇빛발전소를 세웠다. 지난 2월 기준 조합원은 1496명이고 출자금은 49억 원에 이른다. 공공 부지를 임대해 설립한 발전소는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한전에 전력을 판매한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한다.

2013년 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을 통한 에너지 자립에 뜻을 모은 환경재단·안산YWCA·안산환경운동연합·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 8개 단체가 조합을 결성했다. 같은 해 안산중앙도서관 옥상에 설치한 1호 발전소는 최대 전력량 30kWp로 호수동 주민들이 출자한 한국 최초의 시민 햇빛발전소다. 임대한 부지도 각양각색이다. 도서관·주차장·체육관은 물론 재활용선별센터·배수지·자전거도로 등도 활용하고 있다.

조합의 취지에 공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출자 한도는 1인당 1계좌 10만 원에서 1000계좌 1억 원까지다. 그동안 5%씩 수익을 배당하다가 2022년은 발전량이 증가해 6%로 배당률이 올랐다. 조합원과 출자금 모두 매년 10% 정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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