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뀌면 사라질 축제·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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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뀌면 사라질 축제·행사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5.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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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는 어떤 도시인가? 교육도시, 학생도시, 직지의 도시는 이미 지나갔다. 요즘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이 나왔다. 대형 카페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실제 청주시 외곽에 가보면 하루가 다르게 대형 카페가 들어선다. 최근에는 1000여평 되는 카페가 등장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주시는 왜 대형 카페의 도시라는 소리를 듣게 됐을까. 이는 청주시를 규정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정체성이 없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지금 전국에 넘쳐 나는 게 카페다.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날마다 카페가 문을 연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연일 ‘꿀잼도시 청주’를 주창한다. 꿀잼행복도시는 소통공감도시, 상생발전도시 등과 함께 시정방침이 됐다. 꿀잼도시는 재미가 없다는 뜻의 ‘노잼도시’에 맞선 개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단어 조합은 참으로 억지스럽다. 그런데도 여러 자치단체가 꿀잼도시를 추구한다. 청주시와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단체장들은 꿀잼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 시장은 지난 4월 31~5월 2일 청주 제1운천교~용화사에서 ‘제1회 벚꽃과 함께하는 푸드트럭축제’를 열었다. 무심천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 먹을거리가 등장하자 많은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청주시는 45만명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고무된 시는 올 가을에 9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디저트축제’를 연다고 한다. 시는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청주에서 시민들에게 내놓을 축제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푸드트럭축제나 디저트축제는 주제가 일단 가볍고 먹고 마시는 것이라 참석자가 부담없이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참석자는 많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성공한 축제로 남는 건 아니다. 이는 청주의 역사와 정신, 문화를 담은 축제가 아니다. 청주와 관련있는 음식을 살린 축제 또한 아니다.

역대 청주시장들은 청주한정식, 삼겹살, 반찬등속 등을 발전시켜 청주 대표음식으로 내세우겠다고 했으나 실패했다. 우선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고, 시장이 바뀌자 청주시도 이런 프로그램을 계승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러니 뭐가 남겠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쌓이고 발전해야 하는데 청주시에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주시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래의 청주시를 위해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부심이 될 그런 것 말이다. 지금이라도 청주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외지인들이 '청주시는 어떤 도시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말이 없다. 깊은 고민 없이 생겨난 행사들은 일회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청주시에는 아이디어는 좋으나 지속가능하지 않은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가 너무 많다. 아마 이 또한 시장 바뀌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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