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한한령 한‧중 관계 뿌리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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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한한령 한‧중 관계 뿌리째 말라
  • 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05.31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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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이후 중국서 ‘네이버‧네이트’ 검색 어려워
사드 터널 빠져나올 만하니 미‧일 중심 경제‧외교
시진핑이 방한해도 풀 수 없는 ‘혐한‧한국 지우기’
최근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가 내놓은 여론조사에 한국에 대한 감정은 호감 14%, 중립 48%, 비호감 38%였다. 미국, 인도, 일본보다 비호감 정도가 낮지만, 나빠지는 추세만은 확실하다.
최근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가 내놓은 여론조사에 한국에 대한 감정은 호감 14%, 중립 48%, 비호감 38%였다. 미국, 인도, 일본보다 비호감 정도가 낮지만, 나빠지는 추세만은 확실하다.

최근 중국에서 한한령(限韩令)’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의견은 다양하다. 한한령 자체의 실체가 없다는 의견부터, 이제 더는 중국 문화에서 한국의 한()자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정치, 군사 문제에서 출발해 이제 한중 관계 자체가 급변하는 시대에 한한령의 상황은 확실히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사실 한한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한중 관계 자체의 싹을 잘라버리는 악영향을 미친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

우선은 우리나라에서 한한령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포털 바이두에서 한한령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한한령은 중··한 간 국제관계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대중예술과 여행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에는 20167월 초에 9월 이후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을 허가하지 않았던 것이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껑상(耿爽) 외교부 대변인이나 지난해 12월 현 자오젠리(赵坚立) 외교부 대변인도 공식적인 한한령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듯이 한한령은 실체도 있고,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그 처음은 20167월 우리 정부의 사드 도입에서 시작됐다. 사실 사드 도입 전에 중국 정부는 사드가 도입될 경우 한중 관계는 끝난다는 경고를 수없이 했다. 실제로 자신들이 어쩔 수 없이 들여와야 하는 반도체 수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완전히 길을 막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사드의 결과가 이렇게 올지에 대해 확실히 말해준 전문가나 언론은 극히 일부였다는 것이다. 사드 도입이 이런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주국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한중 경제교류의 맥이 끊긴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어야 했다. 사드 도입 이후에 한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정해진 결과였다. 시진핑이 방한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한국의 희망고문이었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에도 대중 관계는 과거보다 더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외교나 국방 등에서 한일 공조를 공식화하는 순간에 이미 결정된 일이다. 4월 말까지 베이징에서는 네이버와 네이트 접속에 문제가 없었다. 네이버의 경우 카페나 블로그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을 사용해야 볼 수 있었지만, 뉴스나 메일은 VPN 없이도 접속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접속되더라도 너무 느려서, VPN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예 한국을 지우는 한한령

중국 장벽이 가로막기 시작했다. 올 4월 말까지 베이징에서는 네이버와 네이트 접속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장벽이 가로막기 시작했다. 올 4월 말까지 베이징에서는 네이버와 네이트 접속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한령은 단순히 대중문화나 여행 교류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실 14억 명의 중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 봉쇄 약화 이후 중국 정부가 개인들의 해외여행을 열었지만, 중국 개별관광객(散客)의 한국 방문은 예상보다 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등의 드라마나 빅뱅 등 음악으로 한국을 알던 사드 이전 중국인과 한국 대중문화를 보지 못한 사드 이후 중국인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완전히 막힌 상태는 아니지만, 정보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정부의 제재 여부는 큰 변곡점 역할을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베이징을 기반으로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생산과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박신희 북경교예과기유한공사 고문은 한한령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중국 내 한류 콘서트나 방송 제작 협력 등을 주도했지만 사드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고, 코로나로 인해 퍼펙트스톰을 맞았지만 아직도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물었다.

박신희 고문은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중국 내 예술문화 관련 분야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해외 예술문화인의 중국 시장 공연은 아주 뜸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해외 예술문화 공연 허가를 내주고 있기는 하지만 진행 중이던 공연이 중단되는 등의 일들이 발생하면서 공연 리스크가 커져 해외 공연은 중국 내에서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무적인 데이터에서도 중국 내 한류는 다시 흘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 일변도로 나가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일 공조의 저항선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한령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나빠지는 양국 간 호감도도 문제

박신희 북경교예과기유한공사 고문은 “한한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자세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중국 시장을 지켜보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새롭게 접근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신희 북경교예과기유한공사 고문은 “한한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자세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중국 시장을 지켜보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새롭게 접근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도 중국과 실리를 챙기는 부분에서는 끊임없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수급한다. 미국과 중국은 자동차 배터리나 전기차 등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상호 공장도 설치한다. 일본도 양안 문제 등 중국의 내정 문제에 대해서는 되도록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중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드와 코로나 문제를 거치면서, 상대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 여론조사에서 비호감 국가로 중국이 일본을 넘어선 것은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이런 흐름은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 악화로도 연결된다. 426일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가 내놓은 여론조사에 한국에 대한 감정은 호감 14%, 중립 48%, 비호감 38%였다. 미국, 인도, 일본보다 비호감 정도는 낮았지만, 나빠지는 추세만은 확실하다. 올해 1월 발표된 중앙일보의 국가별 호감도에서 중국의 호감도는 35.5점으로 42점인 일본보다도 낮았다.

이런 감정의 골을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한한령이 사라지고, 중국 내에서 한국 문화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냉랭한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에 대한 빗장을 더 강하게 걸어 잠글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이 한미일의 고립 전략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은 1분기 4.5% 성장을 기록했고, 대미 수출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중동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남미까지 경제적 지평을 넓히는 상황이다.

한한령 등 족쇄가 풀리지 않으면 중국 관광객의 한국 유입도 쉽지 않다. 한중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이들은 답답한 상황에 대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박신희 고문은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한령은 존재한다. 예술문화분야 현장에서는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한령은 언젠가는 끝나고 사라질 것이다. 한한령은 한국과 관련한 예술문화 분야의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고문은 또 한한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거나 중국에 감정이 좋지 않아서 중국은 안 가겠다는 부정적인 자세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중국 시장을 지켜보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새롭게 접근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보건의료가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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