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진천 통합 논란, 촉발부터 현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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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진천 통합 논란, 촉발부터 현재까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6.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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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필용 전 음성군수, 혁신도시 매개로 처음 제기
진천지역 반대로 무산…현재는 인구 비슷, 역전 현상 일어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이 10년 이상 통합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양군 지역을 포함해 조성된 충북혁신도시 모습.  

이웃해 있는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의 첫 통합 논란은 2011년 당시 이필용 음성군수의 입에서 비롯됐다. 이 전 군수는 이 해 11월 1일 비공식적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충북혁신도시를 매개로 양군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1년 10월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음성군 9만1513명, 진천군 6만2990명으로 음성군이 2만8523명이 많았다. 당시 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 및 주민 입주를 앞두고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런 가운데 진천군은 혁신도시 내 상업용지 재분할을 음성군에 요구했다. 상업용지가 음성군에 치우쳐 균형을 잡자는 취지였다. 이 전 군수의 통합 추진 언급은 이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유영훈 전 진천군수는 즉시 상업용지 편입 요구는 오해라는 취지와 함께 통합 추진을 감정적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 전 군수의 통합 언급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2월 들어 음성혁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는 음성군 맹동면과 진천군 덕산면에 연접해 조성되는 충북혁신도시의 원활한 행정 추진을 위해 양군 통합을 건의하는 주민서명 운동이 전격 실시됐다.

앞서 군청 홈페이지에는 양군 통합으로 시 승격을 이루어내자는 글도 올렸다. 당시 대책위 관계자는 혁신도시가 음성과 진천으로 나뉘어 행정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양군 통합으로 15만 명의 시 승격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12월 28일 음성군 맹동면지역개발회는 음성군 거주자를 대상을 양군 통합의 찬반을 묻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4.5%의 찬성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인구, 2만8523명 차이

음성지역의 이런 구체적인 통합 추진 움직임에 진천군 이장단협의회는 같은 날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한 통합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장단연합회는 구체적으로 △2015년 진천시 목표로 독자 시 건설 추진 △진천군과 음성군은 각각 독자적 상생발전이 가능한 군이라고 주장했다. 진천지역의 이런 여론은 인구가 3만명 가깝게 음성군이 많은 상황에서의 통합은 진천군이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진천지역의 반대에도 통합 논란은 계속됐다. 이듬해 인 2012년 1월 4일 음성혁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는 4160명이 서명한 통합 주민건의서를 음성군에 접수했다. 이에 음성군은 5일 각 읍·면사무소에 이 같은 내용을 공표하고 서명 확인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진천군 사회단체장 100명의 통합 반대 건의문이 충북도에 접수됐다. 하지만 같은 달 16일 음성군은 1779명의 통합 건의 서명부를 충북도에 제출했다. 이는 앞서 음성혁신도시주민대책위원회가 군에 접수한 서명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법적 충족요건인 1446명을 상회한 숫자다.

4월 30일 진천군 이장단협의회는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행개위)의 음성‧진천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여론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행개위가 주민들의 통합 건의에 따라 여론조사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진천지역의 강력한 반발이었다.

이날 진천군 이장단연합회는 “행개위는 진천군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통합 관련 여론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행개위는 예정대로 5월 양군 주민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통합 추진이 무산된 것으로 결론 냈다. 음성군은 찬성이 높았지만, 진천군의 반대가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개위는 구체적 여론조사 결과는 비공개했다.

이후 잠잠하던 여론은 이 전 군수의 기자회견을 통해 재부상했다. 2014년 1월 23일 그는 재선 도전 기자회견에서 “당선되면 진천군의 협조를 통해 양군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4개월 여 뒤인 5월 30일, 음성군 맹동면 충북혁신도시 주민의 첫 입주가 있었고, 이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이 전 음성군수와 유 전 진천군수는 각각 재선과 3선에 성공해 7월부터 새로운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 해 11월초에는 혁신도시 입주민들이 주축이 된 명품충북혁신도시연합회가 설문조사를 벌여 ‘혁신도시 충북도 출장소’ 설치건의서를 각 기관에 통보했다. 이 시기는 음성군과 진천군이 각각 맹동면 출장소, 덕산면 출장소 설치를 추진해 왔던 때다. 같은 달 5일 음성군은 맹동면혁신도시 출장소를 개소하고 업무를 개시했다.

11월 12일에는 이 전 군수가 기자간담회에서 혁신도시의 주민불편 초래를 이유를 들어 양군을 통합한 시 승격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창섭 진천군의장은 17일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부4군 통합론’을 역제안 했다. 이후 통합 추진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2015년 8월 10일부터는 진천군 덕산면 혁신도시출장소 업무가 개시됐고, 2016년 4월 14일에는 송기섭 진천군수의 첫 임기가 시작됐다. 송 군수는 유 전 군수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실시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어 2018년 7월 1일은 송 군수의 재선 및 조병옥 초선 음성군수가 임기를 시작했다.

2022년말 인구, 5911명 차이

통합 논란을 촉발한 이 전 군수는 조 군수에게 패배하며 물러나게 됐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 된 양 군수는 혁신도시 및 통합 문제 등과 관련해 비교적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국립소방병원 공동 유치와 공유도시 협약도 이루어 냈다. 2021년 1월부터는 양군의 합의로 충북혁신도시 내 지역화폐 통합사용을 개시했다.

이렇게 충북혁신도시를 공유하면서 음성군과 진천군의 인구는 급격히 좁혀졌다. 2021년말에는 음성군 9만2197명, 진천군 8만5176명으로 양군의 인구는 7021명 차이가 됐다. 진천군이 음성군을 10년 만에 2만1500명을 따라 잡은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2022년 3월 28일 장동현 국민의힘 진천군 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서 양군 통합 필요성을 주장했다. 9월 28일에는 같은 당 진천군 출신 이양섭 충북도의원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충북혁신도시 발전을 위해 진천군과 음성군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천군의 인구가 음성군의 인구를 따라잡자 진천지역에서 먼저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는 역전현상이 인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양 지역에선 뚜렷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힘입은 듯 10월 18일 양군 통합론에 대한 공개 토론회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와 통합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음성‧진천 통합 정책토론회’는 혁신도시 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충북혁신도시 지속 발전을 위한 음성-진천 행정구역 개편 방안’ 주제로 진행했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충북혁신도시 주민들 주축으로 만들어진 주민 자생 조직이다. 이날 공개 토론회는 11년 만에 공식적인 방식으로 재부상한 상황에서의 통합 논의로 열기가 뜨거웠다.

2022년말 기준으로 음성군 인구는 9만2058명, 진천군은 8만6147명으로 5911명 차이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2023년 1월초, 음성군과 진천군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에게 충북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충북혁신도시조합) 설립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1일에는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음성·진천 통합 2차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는 행정체계 이원화 문제 해결 방안으로 자치단체조합 설립이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향후 양군에 대한 통합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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