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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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3.06.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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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살고있는 마을에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이 확장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학교는 이곳을 마을에 문을 열어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학교도서관이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학교의 바람은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책 활동을 경험하게 하고 독서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도서관을 지역주민까지 이용하게 한다는 건 애초 무리한 일이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및 동법 시행령에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학교당 1명 이상 의무 배치하게 되어 있지만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서교사 배치율은 15.4%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충북은 14.5%으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초, , 고 총 429곳 중 사서교사가 62명에 불과한 수치다. 3차 학교도서관진흥 기본계획(2019~2023)2030년까지 학교도서관 대비 약 50%까지 사서교사를 충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올해 교원감축 계획이 발표되면서 정원이 동결되었다고 한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같이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교과 교사가 도서관 담당업무를 떠안거나 학부모 중 자원봉사자가 도서 대출반납과 같은 단순 업무 정도만 맡아 운영되고 있다. 이보다 상황이 낫다고 평가되는 학교도서관조차 순회 사서가 여러 지역에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맡고 있거나 사서교사가 배치되었다고 해도 대부분 기간제나 무기 계약직이어서 고용 불안으로 인한 체계적인 도서관 운영과 교육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학교기본운영비 중 3%를 반드시 도서구입비로 써야 하는 교육부 규정에 따라 매년 장서를 구비하고 있지만 실제 독서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가 없어 책만 쌓이고 학교도서관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학교도서관 설치율 100%에 육박하는 양적 성장보다 내용상으로 너무도 열악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및 교육당국이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배치에 지금처럼 미온적으로 대처를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문자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읽는 이는 질문을 갖거나 배경지식을 활용해야 하고 때로는 비판적으로 보면서 자신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야 할 때도 있다. 이처럼 독서는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상상력, 문해력을 키운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정보와 메시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유익한 정보와 유해한 정보를 걸러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문해력, 리터러시 능력 향상은 책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되고 있고 사서교사는 이러한 교육 모델을 설계해 교과와 연계하거나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OECD2021년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회원국 중 하위권이었고 특히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실과 의견 식별률이 회원국 평균 47%에 한참 뒤처진 25.6%로 최하위였다고 한다. 이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독서를 통한 문해력, 리터러시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짐작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독서 경험을 제시하고 문해력 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 증원에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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