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등불 안국약품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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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등불 안국약품 ‘깜빡깜빡’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6.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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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국회의원 지낸 어준선 회장, 2022년 8월 별세
우려했던 ‘자녀의 난’ 없었으나 2세 경영은 ‘회의적’
신사옥은 경기 과천으로…충북 연고성 점점 희석돼
고 어준선 명예회장, 어진 전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등 안국약품 3부자.
고 어준선 명예회장, 어진 전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등 안국약품 3부자.

안국약품의 변함없는 사시(社是)건강의 등불이다. 한때는 TV 광고에서 활력을 마시자 박카스만큼이나 유행했던 카피다. 안국약품이 어떤 약품을 만드는 회사인가 살펴보면 아하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첫 번째 의약품으로 선보인 제품이 기침약 투수코친이다. 그리고 먹는 눈 영양제 토비콤을 생산하고 있다. 두 제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안국약품의 간판 제품들이다.

또 하나 1980년대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어준선이라는 정치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준선 전 의원은 198813대 총선에는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4년 뒤 14대 총선에는 통일국민당 후보로 보은옥천영동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신군부 출신 박준병 후보에게 밀려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199615대 총선에서는 JP의 녹색 바람을 타고 자민련 당적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여의도와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16대 총선에서는 자민련 후보 자리를 박준병 전 의원에게 빼앗긴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당선자는 박준병도, 어준선도 아닌 한나라당의 심규철이었다.

정치인으로 보낸 시간이 12년인데 비해 경제인으로 보낸 시간은 반백년이 넘는다. 202284, 숙환으로 별세한 그의 마지막 직함은 안국약품 명예회장이었다. 고 어준선 명예회장은 1937년 보은에서 태어나 대전고,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55년에 창업했으나 1969년에 부실화된 안국약품을 인수해 53년간 경영했다.


고향에 애정 남달랐던 어준선

정치인 어준선은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자산재평가법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의약분업을 앞두고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되던 시점에서는 이를 완충하는 시간 1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고향인 보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어준선 명예회장은 2004한마음장학회를 설립해 보은군의 청소년들에게 1000여 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은 어 명예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하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출향 인사 이 모 씨는 어 회장이 고향에 쏟은 정성과 사랑에 비해 작년 초상 때 지역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장례는 회사장으로 서울에서 치렀지만, 고인의 유해는 보은근 탄부면 매화리 선영에 묻혔다고 귀띔했다.

어준선 명예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큰아들 어진 전 부회장과 함께 부자경영체제를 구축했으나 굴곡도 많았다. 어진 전 부회장은 20164, 전문경영인이 석 달 만에 사임함에 따라 부친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았으나 이후 극심한 매출 부진과 수익감소를 겪었다.

특히 판매를 대행하던 효자 상품 비아그라 하루날디 베시케어 등 세 건의 판권이 경쟁사인 제일약품, 보령제약 등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마다 순이익보다 몇 배나 많은 오너 배당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어진 전 부회장 경영복귀 초읽기

어진 전 부회장은 20223, 건강을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2023년 들어 경영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 때문에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불법 임상시험 및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불법 임상시험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으며, 불법 리베이트는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영 능력에 대한 논란도 크다. 그가 대표로 있던 당시 영업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국약품 매출은 20191559억 원에서 20201434억 원으로 8% 감소했다. 2021년에는 1635억 원으로 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1924억 원에서 이듬해 6100만 원 적자 전환했다. 이어 2021년 손실 1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2년 어 전 부회장이 사임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자,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5남매의 장남인 어 전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와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 등으로 인해 부친의 지분 승계를 둘러싼 남매의 난의 우려되기도 했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어 전 부회장이 선친의 주식 2677812(20.53%)를 지난해 12월 전량 상속받아 지분율이 기존 22.68%에서 43.22%로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안국약품 지분율은 49.75%에 이른다. 차남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주식을 물려받지 못하면서 3.8% 지분율에 머물렀다. 어진 전 부회장은 127일 주추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복귀했으며 대표이사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국약품은 746억 원을 들여 경기도 과천에 통합사옥을 신축 중이다. 신사옥 규모는 연면적 31640에 지하 6·지상 14층 규모로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신사옥에는 서울 영등포 본사를 비롯해 계열사인 안국바이오진단 안국뉴팜 빅스바이오 메디페르 등이 함께 입주할 계획이다.

어준선 명예회장 작고와 사옥의 과천 이전 등으로 안국약품의 충북 연고성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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