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화려한 말잔치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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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화려한 말잔치 아니길”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6.1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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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文 오송에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하고 끝
2023년 6월, 尹 충북 오송을 K-바이오스퀘어로 집중 육성 약속

 

김영환 충북도지사(왼쪽)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난 1일 충북 오송에 K-바이오스퀘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왼쪽)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난 1일 충북 오송의 K-바이오스퀘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을 내놓자 전국이 바이오 열풍에 휩싸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4월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보스턴에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을 연 뒤의 후속조치다. 한국과 미국은 보스턴 벤처기업·스타트업 육성기관·병원·기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을 협의했다고 한다. 참고로 클러스터는 대학, 기업, 연구기관, 지원기관 등이 함께 모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결집체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1일 서울 마곡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충북 오송을 K-바이오스퀘어로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K-바이오스퀘어는 미국 보스턴시에 있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켄달스퀘어를 본 딴 것이다. 켄달스퀘어는 우수한 대학의 인재와 관련 기업, 연구와 임상이 가능한 대형병원이 집적된 곳이다.
 

오송은 날개를 달 것인가
 

그럼 충북 오송은 과연 K-바이오스퀘어의 중심이 될 것인가. 정부는 이번에 충북도, 정부, 카이스트 바이오메디컬 캠퍼스가 협력해 대학, 병원, 연구·창업시설, 상업·편의시설 조성하는 안을 내놨다. 만일 이렇게만 되면 오송은 날개를 달게 된다. 오송에 투입되는 돈만 2조원이다.

그런데 정부의 바이오 육성계획에는 오송지역만 있는 게 아니다. 오송을 비롯해 대구, 인천 송도, 대전 대덕, 판교, 서울 홍릉, 부산, 광주 등 8개 도시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는 창업활력 제고를 통한 K-메디밸리,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글로벌 허브 구축, 대전 대덕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첨단 R&D융복합 특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판교에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판교테크노밸리 확장, 서울 홍릉에는 글로벌 메디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들었다. 부산에는 부산역 중심 글로벌 창업클러스터, 광주광역시에는 광주역 인근 호남권 최대 창업밸리를 만든다는 것.

그 중 충북과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던 대구에는 입지규제 완화를 통해 창업보육공간, 대학, 스타트업 등이 밀접 배치된 ‘메디 스타트업 존’을 만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있는 송도에는 K-바이오 랩 허브, 인천스타트업파크 등 창업보육시설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로드를 조성한다.

이 때문에 오송이 나머지 7개 도시와 경쟁하면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즉 오송만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게 아니고 여러 도시에 나눠주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전국 광역지자체들은 바이오에 매달린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자 바이오산업 육성에 몰두하는 것. 그런데다 정부가 K-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고 하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6월 1일 대통령이 주재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에 인천시장과 충북도지사만 초청됐다. 김영환 도지사께서 여러 계획을 발표했고 대통령이 오송을 바이오산업 중심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오송, 대구, 송도 등 8개 도시를 언급했지만 사업이 확정된 건 아니다. 지자체들이 얼마나 의지가 있으며 어떤 계획을 내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하라”
 

그런가하면 지난 1일 발표한 정부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계획도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 날 충북도민들은 환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시절 오송에서 열렸던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을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에 오송의 K-바이오스퀘어가 들어간 것은 충북도가 발빠르게 대처한 덕이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5월 22일 “우리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했고 벤처 창업과 투자가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 달러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자금이 없어서 기술 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R&D를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스케일업 전용 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을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사에는 각 부처 장관과 충북지역 인사, 바이오헬스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국가비전 선포식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의 후속조치가 없어 아무 것도 된 게 없다고 한다. 홍진태 충북대 약학대 교수는 “문 전 대통령이 오송에 와서 요란하게 선포식을 했는데 이뤄진 건 없다. R&D 예산을 연간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말만 하고 말았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발표도 발표에 지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빨리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카이스트, 충북도, 청주시가 함께 TF를 구성해 향후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실무추진단 회의는 7월 초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송 제1산단에는 창업타운을 만들고 3산단에 한국형 켄달스퀘어를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3산단 부지는 절대농지 부지가 93%에 달해 현재 농림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부는 절대농지 비율을 줄이라고 하고, 충북도는 산단 면적을 넉넉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가 풀려야 K-바이오스퀘어가 추진되는 만큼 하루빨리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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